이번호 보기


내 마음은 무료 대여 중?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진리의 말씀, 법구경 - 김서리 2014년 03월 385호

흔히들, 꿈꿨던 일들은 ‘현실’이라는 이름의 치열한 일상이 되어버렸다고들 한다. 그 일상을 치열하게 살아낸 후엔 돌아보면서 한낮 꿈같다고들 한다. 과거엔 꿈꾸게 만들고, 훗날 꿈같다고 여기게 되는 우리의 ‘일상’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가.
경주에 있는 학교에서 일하게 되면서 3월만 되면 새 학기를 꿈꾸고, 꽃피는 봄날의 경주를 꿈꾸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3월 속에서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는데 바빴던 것 같다. 3월, 4월…. 그렇게 7월이 되면 한 학기를 돌아본다. 나의 삶에 몰두하고 살아온 시간은 한 편의 달콤한 꿈같다고 느껴지는 반면에, 내 눈과 마음이 남에게 부정적으로 향해 있었던 시간은 꿈은 꿈인데 악몽 같이 느껴지곤 했다.
남에 대한 부정적인 관심은 일상을 어둡게 채색하곤 한다. 내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서 상대의 잘못을 찾으려 애쓴다한들 그 대가가 결코 밝을 리 없기 때문이다. 남보다는 자기 자신을 살피는 것에 대해 말하는 법구경 시가 있다.

na paresaṃ vilomāni, na paresaṃ katākataṃ
나 빠레쌍 윌로마니, 나 빠레쌍 까따까땅
attano va avekkheyya katāni akatāni ca.
아따노 와 아웨케야 까따니 아까따니 짜

남의 잘못이나 남이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한 일과 [해야 하는데] 하지 않은 일을 살피지 말고,
다만 자신이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한 일들과 [해야 하는데] 하지 않은 일들을 살펴야 한다. 《법구경 50》

남에 대한 부정적인 관심은 순수한 애정에서 왔을 리 만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허물 찾는 것도 모자라 그 허물을 들추어 제 3자에게 보이고 말하는 일도 서슴지 않을 때가 많다. 다음의 법구경 시가 이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sudassaṃ vajjam aññesaṃ attano pana duddasaṃ
수다쌍 왓잠 안예쌍 아따노 빠나 둗다쌍
paresaṃ hi so vajjāni opunāti yathā bhusaṃ,
빠레쌍 히 쏘 왓자니 오뿌나띠 야타 부쌍,
attano pana chādeti kaliṃ va kitavā saṭho.
아따노 빠나 차데띠 까링 와 끼따와 싸토

남들의 허물은 보기 쉬우나, 자신의 허물은 보기 어렵다.
그는 남들의 허물을 마치 겨를 까부르듯 폭로하지만,
자신의 허물은 마치 교활한 사기꾼이 나쁜 패를 감추듯 감춰버린다. 《법구경 252》

사람들을 만나면 묶여있던 수다가 풀리며 많은 말을 하곤 하는데, 어떤 모임에서는 마치 ‘남에 대한 관찰 결과 보고서’와 같은 것을 듣고 또 말하는 때가 더러 있다. 일상이라는 다리를 건너면서 내가 내딛는 한 발 한 발을 보지 않고, 남들의 걸음걸이나 신발에 묻은 때를 찾고 있지는 않았는가. 우리의 마음도, 일상도 이미 누군가에게 원치 않게 ‘무료 대여 중’이었던 것은 아닐까. 달갑지도 않고 실체도 없는 세입자에게 말이다.
남의 잘못을 살핀다 하여 내 삶이 깨끗한 것도, 깨끗해지는 것도 아니며, 남의 허물을 들추어 폭로한다 하여 내 삶이 청정한 것도, 청정해지는 것도 아니다. 남에게 향해있느라 내버려둔 내 일상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내 마음을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원치 않게 ‘무료 대여 중’이던 마음과 일상에 주인이 들어가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자신의 일상과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는 이라면 남의 허물을 쉽게 말할 여유도, 이유도 없을 것이다.

부처님 전에 합장하고 서서 느꼈던 그 온화함, 신년 해돋이를 보며 가슴 벅차하던 그 순수함, 정월 대보름달을 보면서 소원 빌던 그 간절함, 이런 마음으로 3월의 일상을 잘 채워가기를 다시금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