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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로시마(廣島) 후도인(不動院) 소장 비로자나불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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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불화 이야기 - 김현정 2014년 02월 384호

<비로자나불도>(부분), 비단에 채색, 고려시대13세기 중반, 히로시마 후도인 소장, 일본

미술 감상에서 그 감동과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무엇을 그렸는지를 아는 것이다. 작품의 내용과 표현들이 상징하는 의미에 대해서 알아봐야 한다. 두 번째는 어떻게 그렸는지, 즉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작 방식을 감상하는 것이다. 이럴 때 작가들만의 특징과 기량이 드러나고 그 시대의 미의식도 엿볼 수 있다. 첫 번째 감상법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두 번째 감상법에서는 미술품의 미적 표현에 더 많은 감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여기에 중요한 한 가지를 더하자면 그 작품이 그려진 시대를 이해하는 것이다.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마치 그림 속 배경이 그림의 주제를 어떻게 달리 보이게 하는지 알아채는 것 같은 효과가 있다.
이러한 일본 히로시마 후도인에 소장되어 있는 <비로자나불도>는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그 첫 번째로는 주인공인 비로자나불을 이해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불교미술사를 강의해 왔지만, 불교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가장 난해한 부분이 바로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이다. 물론‘비로자나불=법신불法身佛’이라고 하는 공식이 있어서, 법신불과 보신불(노사나불盧舍那佛), 화신불(석가모니불모釋迦牟尼佛)의 삼신불을 이름만 알려주고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삼신불의 관계와 존재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많은 청중들의 표정이 묘해지는데, 특히 비로자나불은 온 우주에 두루 편재하는 존재라는 설명이 쉽지 않다. 다시 말하면 형상을 갖추 었다고 볼 수 없는 존재인데 화엄경에서는“(비로자나부처님은) 중생의 근기에 맞춰 설법을 하고, 매순간 진리의 가르침을 주며, 온몸에서 뿜어나오는 광명으로 중생의 고통과 번뇌를 다 없앤다”고 한다.
원래 비로자나불의 도상은 온 세상을 가득 채운 광명이라는 의미의 지권인智拳印을 하고 있지만, 부처님 그 자체가 화엄장엄 세계이자 이 우주 자체라는 측면이 강하다. 그것을 보여주는 그림이 바로 비로자나법계인중도毘盧遮那法界人中圖이다. 일본 후 도인 비로자나불도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부처님의 법신을 그린 것이다. 그냥 무심하게 보면 독특한 자세만 눈에 들어오지만 현미경과 같은 눈으로 들여다보면 부처님의 상호와 육계(머리)를 제외하고는 주변 배경, 글씨 할 것 없이 그 안에 수많은 화불化佛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정말 깜짝 놀랄 만큼 세밀하고 정교하고, 부처님이 정말 많다. 결국 이것은 비로자나불 그 자체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상이라는 것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화엄경에서는“부처님의 털구멍 하나 속에 모든 불국토의 모습이 담겨 있고, 모든 중생이 살고 있으며 여기에서 뿜어 나오는 광명은 중생들을 교화한다”라고 하고 있으니 그 설명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부처님의 포즈부터가 범상치 않다. 정좌한 부처님이 아니고 양손으로 오른편 무릎을 감싸 안고 편하고 자유롭게 앉아 어딘가
를 응시하고 있다. 이러한 자세는 관음보살도에서나 간혹 볼 수 있는 포즈인데 비로자나불이 이런 자세로 앉은 점을 두고 고려불교의 선종계열의 성격으로 해석하기도 한다.(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