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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의 힘, 그리고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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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말씀, 법구경 - 김서리 2014년 01월 383호

머리털뿐 아니라 눈썹까지 반들반들 깎은 동고란 얼굴 속에서 큰 눈들이 깜박거렸다. 주황색 승복을 갖춰 입고 앉은 남방불교 스님들은 강단에서 떨고 있던 나에게 다들 아이 같은 미소로 말씀하셨다.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하세요.”, “선생님이 준비될 때까지 우리가 기다릴게요.” 그들은 기다려 주었고, 나는 호흡을 가다듬어 내 소개부터 차분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태국 불교대학에서 시작된 내 생애 첫 강의였다.
한 해가 시작되는 1월도 아닌 그해의 6월에 나는 “시작”이라는 큰 기회를 가졌고, “그들의 기다림”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큰 기회와 선물에 대한 나의 의무이자 보답은 “좋은 수업”인데, 좋은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던 중에 빠알리어 법구경 시가 떠올라 책을 펼친 적이 있었다.

yathāpi ruciraṃpupphaṃvaṇṇavantaṃagandhakaṃ
[야타삐 루찌랑 뿌팡 완나완땅 아간다깡]
evaṃsubhāsitāvācāaphalāhoti akubbato.
[에왕 수바시따 와짜 아팔라 호띠 아꿉바또]

아름답고 빛깔이 고울지라도 향기가 없는 꽃처럼
잘 다듬어졌을지라도 실천하지 않는 이의 말은 무익하다. [법구경 51]

아무리 잘 다듬어진 말이라도 실천하지 않는 이의 말이라면 헛되고 영향력이 없다. 사람의 마음을 순간 혹하게 하는 말이 아닌, 그 말 자체에 진실과 힘이 실려 있는 말을 하려면 행하는 대로 말하고 말하는 대로 행하는 길 뿐이었다. 내가 맡았던 과목이 계율과 관련된 것은 아니었지만, 스님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이 되기 위해 5계를 철저하게 수지하고 운동을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어느 날, 방콕의 어느 절에서 머리가 하얗게 센 태국인 노보살님을 만난 적이 있다. 내가 빠알리어 강사라는 사실을 알고는 노보살님이 내 손을 꼭 잡으며 눈물을 흘리셨다. 빠알리어 경전을 젊은 시절에 접하고 수행을 일찍부터 하게 된 내가 너무나 부럽다고 하시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간 숱하게 읽어왔던 경전의 한 구절이라도 온전하게 내 삶이 되었던 적이 있었던가. 밤마다 기도대신 읽던 법구경을 펼쳤는데 내 깊은 한숨을 그대로 반영하는 시 하나가 있었다.

bahum pi ce sahitaṃbhāsamāno
[바훔 삐 쩨 싸히땅 바싸마노]
na takkaro hoti naro pamatto
[나 딱까로 호띠 나로 빠마또]
gopo va gāvo gaṇayaṃparesaṃ
[고뽀 와 가보 가나양 빠레쌍]
na bhāgavāsāmaññassa hoti.
[나 바가와 사만야싸 호띠]

비록 수많은 경전을 읊는다 할지라도
게을러서 그에 따라 행하지 않는다면,
소치는 자가 남의 소들을 세는 것과 같으므로
그 사람은 수행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법구경 19]

수많은 경전을 수없이 읽었다한들 실천하지 않는다면 수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불교학도라고 해서 모두가 수행을 하는 것은 아니며, 불교학도라고 해서 꼭 수행과 먼 문자공부만 하는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좌선하고 있다하여 누구다 다 수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한다하여 수행하지 않고 있는 것도 아니다. 수행은 철저하게 실천이 뒤따르는 개인의 몫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경전을 읽는 것도 좋겠지만, 익숙한 경전을 내 삶에 보듬어 담아 내 일상으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얼마 안 되는 경전을 읽는다 할지라도 그에 따라 실천한다면, 그가 바로 수행자요, 또 그가 하는 단 한마디의 말에는 진실과 힘이 실리지 않겠는가. 마치 아름답고 빛깔도 고우면서 향기로운 꽃처럼 말이다.
나의 게으름이나 부정적인 면들이 숨지 못하도록 그것들을 꼭 집어내는 법구경의 시는 마치 내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쉬운 비유로써 나를 알아차리게 만드는, 친절하지만 매서운 스승과도 같다. 1월이라는 문을 활짝 열고 법구경이라는 친숙한 경전을 맞이하여 그 진리의 말씀을 하루하루 실천해보자고 벗에게 속삭이고 싶어진다...


김서리 님은
동국대학교(경주) 불교학과를 졸업하고(2002), 인도 뿌네대학교에서 빠알리어 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2010). 2년간 태국 마하출라롱콘라자 불교대학교에서 빠알리어를 강의하였고, 현재 동국대학교(경주) 불교학과 강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