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전화로 약속했던 신도분이 왔다.
그분은 94년 어수선한 마음잡으려고 해인사와 송광사 수련회에 참가했는데 4박5일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단다. 수련회 이후 서울사찰의 합창단이 인연이 되어 합창단 지휘를 맡게 되었고 최근에는 불교합창대회에서 상도타고…해인사 수련회 이후로 많은 것이 술술 풀렸단다.
오늘 온 것은 그때 암자순례하면서 내가 했던 말이 가슴에 남아 그 뜻이 지금도 그러한지 묻고 싶다고 했다.
“해인사는 늘 푸른 소나무가 많습니다. 해인사에 눈 푸른 납자들이 늘 서슬 퍼렇게 정진하기 때문에 가야산은 소나무와 잘 어울립니다. 그러나 저는 사시사철 변치 않는 늘 푸른 소나무 보다 사계절 자연의 변화를 보이는 활엽수 나무가 좋습니다. 봄이면 새싹이 돋고 여름이면 잎이 무성하고 가을이면 노랗고 붉게 물들며 열매를 맺고 겨울이면 모든 것을 땅에 내려놓고 다시금 봄을 준비하는 그런 활엽수 나무가 좋습니다.”
그때 했던 말이 치열한 수행 끝에 얻은 수행의 전환점에서 어떤 감정의 변화를 느끼고 말한 것인지에 대해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어쨌든 10년 전 말이 생생히 기억났다. 그때는 육조 혜능 스님의 “낙엽귀근落葉歸根 ; 잎이 지면 뿌리로 돌아간다”이란 말에 꽂혀 생각이 많을 때였고 수련생들 앞에서 뭔가 멋진 말을 해줘야 할 텐데 하며 해준 얘기가 침엽수와 활엽수였다.
10년 후에 와서 그때의 감정을 물으니 대답으로 그냥 웃고 말았지만 오랜만에 옛이야기 나누며 따뜻한 차 한잔 나눌 수 있었다.
그때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10년이 지나 확인 차 찾아온 분께 감사했지만 내가 뱉은 말 한마디가 혹 어떤 이에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하고 번뇌를 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러워졌다. 어쨌든 입 열면 착着이라 했는데…같은 집착이라도 공부와 인연 지어지는 집착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