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와 아버지 (대상-경남도지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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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이지나┃거창 혜성여자중학교 3
2013년 11월 381호
내가 16살이 되자마자 나는 유독 잠을 설치는 날이 잦아졌다. 어느 날엔 남자 귀신이 내 침대 밑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거나, 또 다른 날은 대여섯짜리 남자아이가 창문에 붙어서 눈이 마주치기도 했다. 대부분 일은 내가 꿈을 꾸거나 자다가 일어나서 비몽사몽 할 때 벌어졌기 때문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 기이한 일을 곧바로 아침에 가족한테 전했다. 나는 귀신을 무서워 하지 않았지만 가족들은 혹시 집의 기가 허하거나, 자리가 좋지 않은 것일까 하고 심려했다. 특히, 아버지께서 나의 걱정을 많이 하셨던 것 같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어머니와 절에 갔다오시고 떡하고 달마그림을 들고 오셨다.
그 그림은 꾀 커서 나의 허리춤까지 오는 액자에 들어있었다.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으시며, “너 요새 꿈에서 귀신 본다매? 이거 니방에 걸어”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내방에 걸자고 했다.
인상이 거친 달마 그림이 내방에 걸리자 기분이 썩 좋지않았다. 나도 나름 사춘기의 청소년인데 가수들의 브로마이드가 아닌 달마의 그림이 걸리다니 하지만, 아버지 앞에서 내색하지 못하고 뒤에서만 어머니께 그림을 치워달라고 어리광을 부렸다. 아마도 나의 걱정을 해주신 아버지의 실망한 모습을 보기 싫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사건이 일어나고 신기한 것은 나를 괴롭히던 귀신들이 사라졌다. 잠을 푹 잘수 있도록 도와준것 같아 자기전에 말도 걸고, 집에 친구들이 놀러오면 그 그림을
달마아저씨라 칭하며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귀신들이 사라지자 그 그림은 안방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달마아저씨를 볼 때마다
친근감과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지는 듯하다. 이런 계기로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는 사람도 많이 드물지 않을까싶다. 해인사에 온 김에 나는 아버지께 드릴 작은 부적을 샀다. 이 부적이 나의 귀신을 쫓아준 달마아저씨처럼 아버지께 작은 도움이라도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