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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길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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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최대종┃진주 거주 2013년 11월 381호

전부터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시작한 대학시절 불교학생회 모임을 가지기로 결정을 하고선 장소를 어디로 하면 좋을지를 고민했다.
그래서 그동안 여러 차례 업무적인 관계로 지나기만 했지 직접 돌아보지 못한 소리길을 걷기로 결정을 하고선 가족모임으로 진행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
어떻게 살았는지도 궁금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가정을 이룬 이로서 충분한 명분을 줄 듯도 하고, 모임의 진정성을 위해서라도….
다들 얼마나 변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초행인 소리길에 대한 기대 반 설렘 반으로 해인사로 향했다.
소리길은 몇 년 전부터 해인사 홈페이지나 여러 미디어에서 수차례 이야기가 나왔었다.
홍류동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제법 가을향이 묻어나는 계곡 길을 따라 가족과 함께 20년 지기를 만나러, 그리고 소리길 트레킹으로 삶의 짐을 내려놓는 인연을 얻고자 걸음을 옮겼다.
대학시절 부처님 말씀에 가슴 저려하며 밤을 새웠던 지기들은 벌써 많이들 변해서 이젠 머리끝이 희끗 희끗하기도 하며, 아기를 가슴에 안고서 연신 선배를 외치는 후배의 모습에도 이젠 엄마와 아빠라는 단어가 자연스러울 정도로 다들 변해 있었다.
우리가 간 그날엔 대장경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벌써 많은 행락객들이 모여, 한층 축제의 흥을 돋우는 것을 뒤로 하고 우리는 소리길을 걸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소리길은 벌써 가을을 안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간간이 홍조를 보이는 나뭇잎과 홍조 띤 얼굴을 조심스레 비춰주는 계곡 빛은 절로 탄성을 지르게 했다. 때론 굵은 물방을 튕기며 고함을 지르는가하면, 잔잔한 물길과 바람으로 찾는 이의 땀방울을 조용히 식혀주는 그곳은 그대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길을 경험하지 못하고, 차로 빠르게 업무만 보고서 내려갔던 그동안의 내 행동이 아쉬웠지만, 이제라도 이곳을 찾아 다시금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인연에 감사했다. 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이어지는 절경은 다음은 어떤 광경이 우리를 감탄하게 할까 기대를 하게 하여 올라가는 2시간이 힘들기보다는 기암과 수풀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계곡 덕분에 힘들다는 것도 잊고서 오르기에 바빴다. 특히 농산정 들기 전 다리를 지
나며 만났던 솔나무 녹음과 어우러진 계곡 빛, 낙화담 밑 기암들을 가르며 흐르는 계곡 물은 그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길을 걸으며 얻은 다른 수확은 앞서가며 어서 오라 고함을 지르는 아들 녀석이었다. 힘들다며, 중간에 지쳐 엄마와 먼저 박물관으로 향해버린 딸녀석과는 달리 아직도 어리다 생각했던 아들녀석은 길을 오르며, 연신“왜? 왜?”를 발사하면서도 지쳐하지 않고, 산속을 달리는 것을 즐기는 듯 했다. 오히려, 아빠보다 더 즐기는 모습과 또 훌쩍 커버린 아들녀석의 모습을 보며, 너무 나를 닮아가는 건 아닌지 걱정 아닌 걱정과 별 탈 없이 잘 커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함께 했다.
축제 덕분에 소리길 끝 박물관부터 해인사로 이어지는 길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파에 떠밀려 다다른 해인사 일주문, 참! 그동안 이 일주문을 많이도 다녔지만 오늘처럼 다른 감동으로 들어선 것은 처음이지 싶었다.
지기들과 함께 편집실에 들렀을 때 편집장 스님께서 내어주시는 차 한 잔에 올라오며 느꼈던 노곤함마저 내려놓을 수 있었다. 누가 감히 이곳 산중에서 편집장 스님과 차를 나누는 호사를 누리랴…. 스님껜 죄송스러웠지만 말이다. 지기들에게도 좋은 소리를 들으니 사뭇 어깨에 힘이….
해인사를 내려와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하며, 지기들과 다음에 대한 약속과 오늘 모임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동안 서로들 열심히 살아왔으리라,
그리고 열심히 산 만큼 삶에 대한 어지러움도 많았으리라.
다 같이 나누지는 못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쓰린 소주잔을 안으며 밤을 새웠던 청춘들이 있었고, 그 덕분에 지금이 있었을 터라며 애써 자조를 하며 다음을 약속했다.
흩어지는 동문들을 보며 길을 걸으며 아름다움에 빠져 서로의 안부를 전하지 못했던 아쉬움도 남았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좋은 걸음이었으리라는 생각이 애써 나를 죄었다.
고맙습니다.
다들 잘 살아 주셔서….
스님 감사합니다.
저희에게 호사스런 말보다는 차 한 잔으로 삶의 무게를 녹일 힘을 주심에 말입니다.
오는 내내 감사함을 느끼게 한 소리길은 진정 내 안의 소리를 듣게 해준 길이었다.
그 길을 많은 지인들에게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