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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80변상도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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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향기 - 유서희┃금호동 금강선원 2013년 07월 377호

초등학교 2학년. 처음 불교를 알았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에는 그냥 친구들이 좋아서, 그냥 재미있어서 \"일요일은 절에 가는 날!\" 하고 정해놓고 열심히 절에 다녔는데, 어린이 부를 졸업하고, 중고등부를 지내고, 성인 법회에까지 오면서 \"내가 그냥 절에만 다닌 것은 아니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내 삶에는 불법이 많이 녹아들어 있었고, 부처님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20년이나 지났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동안 나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고, ‘내 삶에 불법이 없었더라면 험한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마저 들만큼, 내 인생에 있어서의 불교는 큰 의지처이고 동반자이며, 힘이 되어 주는 종교인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절 자훈 스님과의 인연을 통해서도 불교에 대한 견문을 더 넓힐 수 있었고, 항상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갖게 되었으며, 내 인생은 내가 지은 만큼 받아가며 살아간다는 것도 체험할 수가 있었다. 이 또한 다 부처님의 가피라고 생각이 든다.
재작년 해인사에서 고려대장경 천년 기념행사가 있었다. 절 신도분들과 함께 해인사 축제에 갔다가 그 인연으로 우리 절 자훈 스님께서 해인지에 화엄경 변상도 연재를 하시게 되었고, 나는 때때로 스님 원고 작업을 도와드리곤 했었다. 그런데 그 작업을 하면서 우리 불교 자료가 현대인이 알고 공부하기에는 턱없이 어렵고,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혹 있다고 해도 너무 옛날 방식으로만 되어 있어서 자료를 찾아도 한문을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에서 벽화를 찾아보려고 해도 일관되지 않고 흐릿한 부분이 많아서 컴퓨터를 통해 모든 정보를 얻어가는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면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던 차에 해인사에서 변상도 사불 법회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었고, 그 중 변상도 35권의 그림이 손실돼서 밑그림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러면서 자훈 스님의 권유로 35권 원본을 바탕으로 컴퓨터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컴퓨터 작업은 많이 해봤지만 이런 디자인 작업은 처음 해 보는 거라,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못하겠습니다’ 라고 말씀을 드릴까 하다가, 이번 기회를 통해서 ‘나도 사불 법회에 동참해 보자’ 라는 한마음으로 도전하게 된 것이다. 다른 분들은 종이에 글자를 쓰고 색을 입히지만, 나는 컴퓨터를 통해 하나 하나 그리기 시작했다. 한 치라도 흐트러짐 없게 하기 위해 선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원본에 충실하며 조심스럽게 그렸다. 무작정 ‘선 하나를 그린다’ 라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점점 나도 모르게 선 하나에 집중하여 무념무상 상태에 빠지면서 염불 하듯 그렇게 진행하고 있었다.
부처님 은혜에 보답한다는 생각 그 일념으로 단상을 만들고, 구름 위에, 연화대 위에 앉아계신 불보살님 한분 한분을 완성해 가며 느꼈던 그 마음으로, 컴퓨터 화면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내 마음에 부처님이 그려지고 선녀들이 존재하고 연화대에 앉아계시는 부처님 그림이 그려졌다. 그 때의 그 환희심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벅차오르고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어느 특정한 곳이 법당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이 곧 법당이고, 내 마음이 부처님이라는 그 진리가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저녁 시간에만 작업을 했던 거라 한 번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었지만 바쁜 와중에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에 참 감사했다. 그 시간을 통해 내 마음 수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정진할 수 있었다.
정말 신기했던 것은 작은 나무가 숲을 이루듯, 한 편의 그림을 완성하고 나서 전체적인 그림을 보니 내 마음 상태가 그림에 반영되듯 부처님 상호가 모두 웃는 모습이 되어 있었다. 기존의 벽화 그림은 무표정한 모습 혹은 딱딱한 모습이 대부분이었다면 내가 그린 벽화는 부처님 상호가 모두 호상이 된 것이다. 정말 뿌듯했고 도전해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100%였다.
내 책상 위에는 관세음보살님 액자가 있다. 항상 그 모습을 보며, ‘나도 관세음보살님처럼 얼굴이며 모습이며 생각하는 것 까지 닮아가겠다.’고 다짐해 오며 살고 있다. ‘매순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부처님 가피 속에 살고 있다’는 행복한 생각으로 살다 보니, 나도 이번처럼 불보살님 일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같다.
부처님 은혜에 보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불보살님 일에 동참할 수 있는 일이라면 능력이 다하는 데까지는 주저 없이 할 것을 발원해 본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