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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판화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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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한선학┃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 2013년 07월 377호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판화를 사랑한 민족이었다. 이른바 유·불·선 3교의 전파를 위해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비롯해 수많은 목판 작품을 남겼고 서민들을 위한 복제예술로 발전한 능화판, 시전지판, 부적판 등의 목판화도 민화판화로 발전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에는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제외하고는 우리 민족의 찬란했던 고판화 명맥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희망의 빛으로 다가온 것이, 청주고인쇄박물관 개관과 안동 국학진흥원의 유교목판 수집 운동이며, 치악산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의 개관이라고 할 수 있다. 명주사 고판화 박물관은 1996년 중국에서 우연히 만난 고미술품에 매료되어 시작한 고판화 콜렉션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래가 드문 아시아 고판화를 종합적으로 소장하고 전시하는 국내 유일의 고판화 전문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소장품은아시아 인쇄문화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한국, 중국, 일본, 티벳, 몽골의 고판화가 목판 원판과 고서, 목판 원판은 사라지고 판화만 남은 인출 판화와 인쇄관련 자료등 4,000여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흔히 우리는 판화를 “판을 활용해서 찍어낸 그림”이라고 하며, 고판화는 예술의 한 장르로 발전된 근대 이전의 인쇄로 발전된 판화를 말한다. ‘2013년 대장경세계문화축전’에 펼쳐지는 고판화특별전은 글씨로 대부분 표현된 팔만대장경 전시를 관람객들에게 그림으로 보완하여 찬란했던 대장경의 인쇄문화를 시각적으로 이해 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4,000여점의 소장품 중에 200여점의 유물을 선별하여, 시대별로, 장르별로, 나라별로 비교 전시하여, 축전 기간 동안 다녀가는 관람객들과 세계의 전문가들에게 아시아의 찬란했던 인쇄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고판화의 세계’ 특별전은 삽화판화, 불화판화, 문양판화, 민화판화로 분류되어 전시하게 되며, 옛 아시아 고판화를 더욱 심도 있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 중국, 일본의 인간문화재급 각수들과 인출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펼쳐지는 아시아 삼국 고판화 명인전은, 관람객, 학생, 전문가들에게 아시아 인쇄문화의 전통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1.삽화판화
판화의 발전은 인쇄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문자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도 그림만 보아도 그 내용을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그림으로 글의 내용을 압축해서 삽화를 표현했으며, 이러한 삽화의 발전이 판화가 독자적인 미술의 한 장르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고판화 자료들의 대부분이 옛 책의 삽화로 남아 있으며, 삽화로 표현된 고판화를 종교판화, 의궤류 판화, 민간 판화, 화보류 판화, 소설 판화 등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주요 전시품으로는 조선시대 최고의 판화 책인 오륜행실도를 찍었던 현존하는 유일한 목판인 오륜행실도 목판 화로가 전시되며, 오륜행실도 목판화로를 중심으로 나무로 만들어져, 훼손이나 변용이 쉬운 목판의 특성을 이해 할 수 있도록 목판 수난자료 코너를 만들어 팔만대장경이 지금까지 현존할 수 있었던 해인사의 문화재 보호 노력을 다시 새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불교 삽화로는 고려시대에 인출된 고려법화경 변상도를 비롯하여, 조선 초기 희귀본인 불정심다라니경, 강원도 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불설아미타경등의 불교변상도를 시대별로 개관해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중국, 일본, 티벳의 변상도도 동시에 전시하여 옛 아시아인들이 판화를 통해 교류하였던 인쇄문화 교류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될 예정이다. 이 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작품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판본 중에 하나인 중국 명나라 헌종 황제가 만든 세계 유일본인 불정심다리경으로 지금까지 책이 너무 길어 전 책을 볼 수 없었으나 이번 전시회를 통해 16미터나 되는 책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 기획될 예정이다. 1477년에 중국에서 만들어진 이 경이 7년 뒤에 인수대비에 의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복각목판본도 같이 전시되어, 한 ․중 인쇄교류의 현장을 직접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중국 명나라를 멸망시키는 단초를 제공하였던 오삼계를 위한 공덕경으로 만들어진 대불정백산개다라니경은 변상도판화가 불화의 형식으로 만들어져 주목받는 작품이다.

2. 불화판화
불화는 불교의 내용이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불화는 불교교리를 쉽게 전달하는 ‘시각적 경전’으로, 불교를 전파하고 신도들에게 종교적 신비감이나 환희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불화판화는 특히 판화로 제작된 불화로 주로 거는 탱화 형식을 지니 것을 말한다. 왕족이나 귀족들에 의해 만들어졌던 고려불화나 사찰의 장엄용으로 만들어진 불화가 아니라 민중들이 생활 속에서 부처님을 향해 간절한 마음으로 빌기 위해 족자 형태로 만들어 예배용으로 활용하였던 대중불화가 불화 판화이며, 이번 전시 작품 중 특히 주목되는 작품은 다른 나라에 비해 종류나 수량 면에서 판화로 제작된 불화가 적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불화판화로 북한 묘향산 보현사에서 강희42년(1703)에 제작한 관세음보살을 비롯한 8대보살판화와 6지장보살판화이며, 중국 불화판화 중에서는 당나라의 유명한 화가인 염립본(중국 최고의 초상화가)이 그린 양유관음을 목판으로 제작하여 판화로 찍어낸 양유관음도와 우리나라의 오대산 신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국 오대산 문수신앙과 관련된 불화판화인 오대산성경전도가 소개되며, 이 판화는 후에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금강산 사대찰전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학계에서는 주목하는 작품이다. 일본 판화작품은 대형 태장계만다라판화와 극락세계를 표현한 16관경판화와 지옥의 세계를 표현한 지옥변상 족자 등이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이다. 티벳 몽골 작품들은 유목민 민족인 관계로 이동이 편리하게 하기 위해 면이나 비단에 찍은 불화판화도 다수의 수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고판화박물관이 세계적인 작품으로 자랑하고 있는 아미타래영도 목판도 전시될 예정이다.

3. 문양판화
우리나라가 일찍이 인쇄술의 발전을 보게 된 요인 중에 하나는 아마도 판화의 기법을 여러 면에서 생활 속에 활용할 줄 알았기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다. 판화기법은 전적이나 판화의 제작에서만 아니라 의식주에 관련된 모든 생활 기물에서 판화기법을 응용하고 있음을 찾아 볼 수 있다. 한복에는 금박을 박아 무늬를 베푼다. 금박 판으로 금박무늬를 박아내는 방법도 판화의 일종이라 할 수 있으며, 무병장수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명절이나 생일이면 떡살무늬를 박은 떡을 만들어 먹은 것도 판화가 생활 속에서 꽃피는 계기가 되었다. 벽사용으로는 부적도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사용되었으며, 수를 놓기 위해 밑그림을 박아내는 수본도 판화의 중요한 도구였다. 이렇게 다양하게 생활 속에서 판화기법을 활용하여 찍어낸 문양을 문양판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전통문양판화는 능화판을 활용한 문양들과, 시전지판을 활용하여 찍어낸 문양들과 부적판을 활용하여 찍어낸 문양판들이 있으며,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활용되었던 떡에 찍었던 문양이나, 이불보에 찍었던 문양, 반자지나 벽지, 자수본 문양들이 문양판화에 속할 수 있을 것이다. 고판화 박물관이 다양하게 소장하고 있는 문양판화는 생활 속에서 판화를 통해 아름다움을 구가했던 우리선조들의 생활 예술의 한 면모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아시아 각국의 책을 제본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책표지 장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작은 아시아 북아트 코너도 만들 예정이다.

4. 민화판화
한 민족의 삶·신앙·멋을 담고 있는 서민적인 그림으로 민화는 민속화·민족화·민중화·민체화·민간상징화의 성격을 종합한 폭넓은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민화중에는 판화로 제작된 작품들이 다수 남아 있으며, 한국의 작품 중에는 주로 호작도나 문자도에 많은 판화민화가 나타나고 있고, 간혹 화조도 민화에도 판화 화조도가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민화를 대표하는 것이 연화이며 이 연화는 주로 판화로 제작되어 일 년에 한 번씩 집안이나 대문에 붙여 놓은 후 섣달 그믐날에는 태워버렸다. 일본에서는 우키요에라는 독특한 채색판화가 민화를 대표하고 있으며, 이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다양한 민화 판화가 전시되어 나라마다 독특하게 전개되었던, 민화판화의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될 예정이다. 주요 전시품으로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호작도 판화 자료들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의 다양한 중국의 연화와 티벳, 몽골의 기도 깃발인 타르초와 인상파에 영향을 미쳤던 일본의 세계적인 우키요에도 다양하게 소개되어 관람객들이 흑백판화만이 아니라 화려하게 꽃 피웠던 아시아의 채색판화의 전통도 감상해 볼 수 있어 인쇄문화의 다양성을 실감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