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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관심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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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대 - 수미┃해인사 승가대학 3학년 2013년 03월 373호

고즈넉한 산사의 깊어가는 겨울밤, 오늘 따라 유난히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열어보니 언제부터 비가 내렸는지 제법 땅이 축축하다. 갑자기 휑~하니 불어 들어온 바람은 방안을 한바퀴 돌더니 내 코 끝을 자극하고 이내 재채기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지금 시간은 저녁 7시 57분! 절에서는 이제 슬슬 하루를 마무리 할 시간이다. 이시간쯤 되면 대중생활을 하는 스님네들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남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내에서는 각자의 관심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각실에서 차담을 나누며 담소를 즐기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경상 앞에 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진 스님들도 있고 달마가 부럽지 않은 면벽(?)스님도 있다.
그렇다면 나의 관심사는 무엇일까? 당장 생각나는 것은 세가지가 있다. 부드럽지 못한 인상 때문인지 가끔 거울을 볼 때면 사실 썩 좋은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그래서 안면 근육을 최대한 움직여 입꼬리를 한껏 올려본다. 그렇다 나의 첫 번째 관심사는 미소짓기이다. 웃음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미소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나의 종교는 친절이라고 말한 달라이 라마의 명언도 바로 이 미소가 첫걸음이 아닐까? 하지만 쉬운 일만은 아니다. 예쁜 여자를 보면 본능적으로 흐뭇한 표정을 지을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들만 생활하는 이곳에서는 자칫 의도하지 않은 미소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더 이상의 상상은 금물!
두 번째 나의 관심사는 영어다. 결론부터 말하면…못한다. 에이~ 스님 너무 겸손하시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진짜…못한다. 하루는 일주문 앞에서 한 외국인이 삼발이를 이용해 사진 찍는 모습을 보았다. 두세명이 몰려다니는 동양인과는 달리 혼자 다니기를 즐기는 서양인들을 보고 있자니 나의 오지랖이 발동한 것일까? 어줍잖은 영어실력으로 사진 찍어드릴까요( Do you want me to take a picture of you )? 라고 물었더니 환한 웃음으로 대답이 돌아왔다. 영어로 법문을 유창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절을 찾아온 외국인들에게 앞서 말한 친절한 미소로 말 한마디 건내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매일 조금씩 영어 공부하는데 시간을 할애한다. 나의 지적 욕구의 충족과 함께 먼 나라에서 우리 집을 찾아온 손님에 대한 배려로써 말이다.
마지막 나의 관심사를 즐기기에는 능동적인 태도와 약간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틈틈이 포행 하는 습관이 생겼다. 소화도 시킬 겸 바람도 쐴 겸 부도탑 주변을 반환점으로 해서 해인사를 한 바퀴 돌고 온다. 그러다 보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부터 나름 머리가 큰 초등학생들까지 본인 의도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나의 관심사를 즐겨야 할 시간이다. 1단계 먼저 얼굴에 미소를 지어본다. 평소 연습한 덕분에 별 어려움은 없다. 2단계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자연스럽게 말을 건낸다. 이때 최대한 칭찬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3단계 반응을 살피고 손을 잡는다. 단, 무리해서 손을 잡으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포교의 방법은 다양하다. 심신을 돌보기 위해서 시작했던 포행이 나의 작은 행동하나에 포교로 이어질 수가 있다. 나에게는 사소한 일이지만 절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사소한 일일까? 그 아이는 예전에 어느 절에 갔었는데 어떤 스님이 나한테 칭찬해주고 손 한번 잡아줬던 그 기억으로 분명 다음에 다시 절을 찾아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4단계도 준비하고 있다. 사탕이나 초콜릿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나눠줄 생각이다. 아이들이 먹는 것에 약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니까.
이처럼 생각의 틀과 시야를 조금만 더 넓혀보면 내가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이 산속에서도 제법 많이 찾을 수 있다. 절에서는 거의 같은 날들이 반복되면서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그 속에서 나의 취미나 관심사가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스님이라면 즐길 줄도 알아야 되는 고독이 자칫하면 오히려 적이 되어 나를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똑같은 상황에 있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지금 있는 이곳에서 즐길 줄 모른다면 삶은 허무하고 무료해진다. 지금 혹 외롭고 우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웃어라고 권하고 싶다. 먼저 웃다보면 웃을 일도 생긴다. 또한 원주실에서 박카스를 찾는 것보다 내 얼굴에 웃음을 먼저 찾아라고 말하고 싶다. 웃음이 박카스 보다 훨씬 몸에 좋다. 내가 즐거워야 자비심도 생기는 법이다. 내일은 또 어느 나라에서 어떤 아이들이 우리 집을 찾아올지 입가에 미소를 한번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