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반가운 기사가 하나 인터넷에 올라왔다. 올해 아카데미 영화상 “단편 액션영화상” 부문에 <부즈카시 소년들>이라는 아프간 영화가 후보에 올랐는데, 주인공인 ‘파와드 모하마디’라는 14살 소년은 카불의 ‘치킨 스트릿’이라는 곳에서 껌을 팔던 중 샘 프렌치 감독에게 발탁되었고, 주위의 모금과 터키 항공사의 도움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레드카펫을 밟게 되었다는 훈훈한 기사였다.
모하마디는 몇 해 전 아버지를 잃고 치킨 스트릿에서 껌과 지도를 팔던 중 프렌치 감독에게 그야말로 ‘길거리 캐스팅’이 되어 인생역전을 하게 되었는데, 실제로 방송으로 모하마디의 인터뷰 장면과 영화 예고편을 보니 왜 프렌치 감독이 그에게 매료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우선 모하마디는 소년 가장이 되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불우한 입장이었음에도 불구,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었으며, 인터뷰 내용을 들어보니 아주 속이 깊은, 나이에 비해 성숙한 소년인 것 같았다. 특히 대장장이 아들로 분했을 때 얼굴전체가 숯으로 그을린 얼굴이었음에도 불구, 크고 아름다운 초록빛 눈동자는 아프간 소년들의 어렵지만 희망을 알리는, 호소력을 지니기에 충분했다.
모하마디의 사연을 읽는 순간, 카불의 길거리에서 껌과 지도, 책, 스카프 등 갖가지 물건을 팔던 어린아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아프가니스탄은 오랜 내전과 탈레반 폭정, 10년이 넘는 대테러 전쟁으로 인해 아이들이 노동시장에 떠밀려 나오고 있으며, 길거리에는 구걸하는 자들로 넘쳐흐르고 있었다.
치킨 스트릿은 카불의 중심지인 ‘샤리-나우’에 있는 한 길로써, 외국인들이 택시나 지프차를 타고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 중에 하나다. 길 이름이 왜 치킨 스트릿인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으나, 현재는 닭은 없고 기념품점과 외국 식품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카불의 중심지에 있는 만큼 교통의 요충지이며, 좁은 길임에도 불구 항상 차량이 몰려 교통체증으로 인해 정체되어 있는 곳이다. 이 길목의 상점에서 파는 외국 식품들은 탈레반 위정자들도 애용, 폭정 기간 중에도 없애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다.
어쨌든 시도 때도 없이 막히는 이 길목에는 어린아이, 노인, 심지어 부르카를 뒤집어쓴 부녀자들이 총동원돼 차 안에 있는 승객들을 상대로 구걸행위와 껌을 판다. 아이들이 불쌍해서 어쩔 때는 껌을 사주기도 하지만 한번 창문을 열고 돈이 드나드는 모습이 발견되면 수십 명이 몰려든다.
하루는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데 길거리에서 껌파는 소년들이 영락없이 차 창문 옆으로 몰려든 적이 있었다. 껌을 사지 않겠다고 계속 얘기를 해도 그 소년들은 계속 차 옆에 있었고, 막히던 교통이 뚫리자 택시가 이동을 하는 데도 불구, 한 소년이 택시를 쫓아 달려왔었던 적이 있었다. 별로 먹지도 못할 텐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지, 그 소년은 택시가 출발과 정차를 반복하는 동안 포기하지 않고 내게로 달려왔었다. 창문너머 보이던 그 소년의 간절했던 얼굴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그런데 대테러 전쟁이 시작된 지 12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아직도 카불의 길거리에는 껌파는 소년들이 있다니 마음이 아프다. 하긴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와 부녀자들이 아닐까. 그 어린아이들은 아프가니스탄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죄로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고, 영원히 끝나지 않는 전쟁으로 인해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의 소년들을 주제로 여러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모하마디 소년의 경우처럼 ‘억세게’ 운이 좋은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오늘도 카불의 소년 소녀들은 새벽부터 껌을 챙겨 치킨 스트릿으로 향할 것이고, 몇 푼 안 되는 돈을 벌기위해 삶의 현장에서 사투를 벌여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