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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풀 팜에서 마음을 챙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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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스님의 세계 만행 - 원제스님 2013년 03월 373호

태국 북부의 중심도시인 치앙마이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곳은 바로 마인드풀 Mindful 농장입니다. 태국에서 20년간 스님을 해오다가 환속을 한 피난이 일본 부인인 노리코, 딸인 노바라와 치앙마이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75킬로미터 떨어진 빵떰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꾸려나가고 있는 수행 농장입니다. 기실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팔정도 중의 하나인 정념正念, 우리말로 흔히 마음 챙김으로 번역되는 말입니다. 참선 수행시에 화두를 챙긴다는 말을 하듯이 남방 불교에서는 마음을 챙긴다는 것으로, 이 마음 챙김이란 번역에는 사실 수행적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농장을 찾은 외국인들은 유기농 야채와 과일을 기르고 재배하면서 동시에 마음 챙김 역시 기른다는 취지하에 일을 하는 수행농장인 것입니다. 농장의 하루 일과는 똑같습니다. 새벽 6시 반에 일어나 차를 마시며 요가나 체조 같은 걸 하며 간단히 몸을 풀고 야채에 물을 줍니다. 8시가 되어서는 아침 식사를 하고 9시부터 농장에서의 오전 울력을 시작합니다. 12시 반에는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3시까지는 개인적인 수행을 하든 산행을 하던 자율적인 시간을 갖습니다. 3시부터 5시까지 오후 울력을 하고 5시 반에는 저녁 식사를 합니다. 저녁 7시 반에는 30분간 좌선 명상을 한 뒤에 피난의 마음챙김 법문을 듣고 하루 일정을 끝마치게 됩니다. 이렇게 하루에 대략 4~5시간 정도의 울력을 하게 되고 하루 세끼의 식사는 농장을 찾은 사람들이 직접 요리해서 먹게 됩니다. 이 곳 마인드풀 농장과 비슷하게 외국인 지원자들의 울력으로 살림을 꾸려나가는 해피 힐링 홈이나 카렌의 농장 같은 경우, 육식을 하기도 하지만 마인드풀 농장은 철저하게 채식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치앙마이에서 네 시간동안 차를 타고 도착한 빵떰 마을 입구에서 피난과 그의 부인이 저를 마중 나왔습니다. 제가 마인드풀 농장을 찾은 첫 한국인이기도 했지만 첫 스님인 이유 때문에 미리 마중을 나와 있었던 겁니다. 농장 안에 이제 막 지어가고 있는 간소한 법당에 자리를 잡은 뒤 피난은 저에게 스님에 대한 예를 표하고자 했습니다. 만행을 다니며 현지인에게 예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만류했지만 이미 오랜 기간 스님을 해 왔던 피난의 뜻을 따라 다소 겸연쩍은 자세로 그들의 예를 받았습니다. 동남아에서 스님들은 으레 예경의 대상이기 때문에 피난은 저에게 따로 숙소와 식사를 마련해줄지를 물어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농장을 스님 자격으로 온 것이 아니라 단지 일을 하러 온 한 사람으로 대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피난과 노리코는 농장에 머무는 동안 저에게 상당히 친절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저는 미국인 친구 에릭과 함께 움막을 나눠서 썼습니다. 비록 한낮에는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여도 태국의 1월은 한겨울이었습니다. 태국에서도 북부이고 또 산에 위치한 터라 농장의 새벽은 쌀쌀해서 긴팔 옷을 몇 개씩 껴입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저는 겨울용 침낭을 가져가서 에릭과 달리 싸늘한 추위와 새벽의 차가운 안개에 고생하지는 않았지만 자연과 그대로 걸림 없이 소통이 되는 움막 덕분에 빈대에 몇차례 물려서 농장을 떠나와서도 한동안 고생을 하긴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피난과 열한명의 외국인 친구들이 모여서 따뜻한 차를 마셨습니다. 제가 머무는 엿새 동안 농장에서는 벽돌로 건물의 벽을 만들고 진흙으로 그 벽을 바르는 일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대나무를 조립하여 간단한 형태의 옷장을 만들고 매 끼니를 위해서 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농장에서는 철저히 자급자족을 하는 터라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식사를 같이 마련하고 또 식사를 마친 뒤에는 설거지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일을 하는 와중에서도 우리가 명시해야 할 것은 바로 일하는 순간의 마음 챙김이었습니다. 피난은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매순간 알아차리면서 일에 임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만일 사람들이 너무 많은 말을 하며 일을 하는 경우 피난은 간혹가다 묵언 울력을 수행하게끔 했습니다. 우리의 수행 가풍에서도 수행삼아 일을 하라는 어른들의 말씀이며, 동정動靜이나 어묵語默 간에도 공부가 순일해야 한다는 선지식들의 말씀이 있기에 수행하는 자세는 시공에 여일한 듯 했습니다.
제가 마인드풀 농장에 간 이유는 구참 스님이었다가 환속한 피난이 어떤 방식으로 농장을 꾸려나가고 사람들에게 수행을 가르치며, 또한 어떤 철학으로 삶에 임하는가를 보고자 함이었습니다. 묵언이 요구되는 아침과 점심 식사에서 우리는 식사 전에 우리는 수행에 관한 짤막한 글귀를 하나씩 읽었습니다. 그 중에는 지금 프랑스의 플럼 빌리지에 주석하시는 틱낫한 스님의 수행기도 있었고 마음 챙김에 관한 지침서, 자연의 조화와 인연에 관한 좋은 글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녁 시간의 명상을 마친 다음에 피난은 자신의 수행담을 중심으로 해서 우리가 마음을 챙겨야 하는 필요성과 이를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방법을 설했습니다. 이처럼 그는 비록 환속을 한 뒤에도 일상에서 수행을 그 삶의 중심으로 놓고서 외국인들에게 수행을 가르치는 수행자였습니다. 이국에 와서 남다른 삶을 사는 노리코는 농장 운영이라는 조금은 힘겨울 수 있는 수행의 삶에 언제나 피난에게 있어서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 왔습니다.
한국 불교의 수행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는 피난과 외국 친구들을 위해 저는 피난의 저녁 법문 뒤에 하루는 기본선원 학인들을 중심으로 촬영한 <백담사 무금선원>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었습니다. 용맹정신 기간에는 잠을 자지 않고 수행하는 것 또한 힘겨운 것이었지만 좌선시 졸다가 죽비로 경책을 받는 장면을 보고서 사람들은 고개를 놀라움에 고개를 저었습니다. 저에게는 별다를 바 없는 수행의 삶이었지만 이와 다른 수행 풍토에서의 피난이나 수행 경험이 거의 없는 다른 친구들에게는 굉장히 새로운 감회와 자극을 주는 한국의 선 수행의 삶이었던 겁니다. 엿새동안 동남아의 한 산골의 농장에서 울력 수행을 경험하고 또 저는 한국의 선수행을 가르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던 시간을 가져서 의미 깊었던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