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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푼힐~마차푸차레~안나푸루나 순례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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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서지미┃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2013년 03월 373호

3. 마차푸차레(MBC)~안나푸루나 베이스캠프(ABC) 올라가는 길

푼힐 전망대를 내려와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와 안나푸루나 베이스캠프를 향해 출발하는 길은 2박3일이 걸린다. 약간의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높은 산등성을 계단처럼 만들어 놓은 농로가 보는 이로 하여금 평화로움을 느끼게 한다. 행복하다. 일상의 잡다한 생각이 없는 걸음걸이가 참 좋다. 눈으로 보이는 세계는 큰 삼각의 히말라야 산맥과 역삼각의 협곡들이다. 부드러움이나 유연함은 거의 없다. 극단적인 직선의 세계. 산의 형상도 직선이고. 협곡의 형상도 직선이다. 햇빛도 직선으로 뻗친다. 8000m 고봉을 넘어 내리쪼이는 빛은 여유로움이나 느긋함으로 펼쳐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더 강렬하다. 공기자체도 자각상태 깨어있는 상태라 할까. 그래서 그런지 히말라야 주변 사람들 특히 아이들 눈망울이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강렬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깨어있는 공기에 물들어 있는 모습. 산맥들도 희거나 검다.
꾸준히 걷기 2박3일. 중간 중간 롯지가 있다. 우리나라의 산장과 비슷한 곳. 숙식이 가능하다. 간단한 음료와 산행에 필요한 물품들이 갖추어져 있다. 산행 고도가 높아질수록 물품 가격은 비싸진다. 롯지 운영은 지역주민에게 일임하여 나라에서 관리한다고 한다. 시설은 비교적 깨끗하다. 숙소에 냉온방시설이 없기 때문에 추위에 견딜 수 있는 침낭은 필수다. 높은 고도에 따른 기온차를 대비하여 수시로 뜨거운 물을 마셔주고, 일회용 핫팩도 준비해서 침낭 속에 넣고 자면 아주 유용하다. 롯지에서 판매하는 찌아(네팔차)와 허브계열 차는 많은 도움이 된다. 안나푸루나 오르는 길에서 만나는 지역이름도 재미있다. 촘롱지역은 네팔 고유언어로 ‘언덕넘어’란 뜻을 담고 있어서 그런지 3400계단을 내려갔다 올라와야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는 언덕넘어. 그리고 밤부지역은 ‘대나무숲’이란 뜻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주변이 온통 대나무 숲길이다. 안나푸루나 가는 길 중에 가장 운치 있는 길. 계속 걷다보면 기억에 남는 또다른 지역을 지나게 되는데 도반지역이다. 우리불자들끼리 “도반”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지역 이름도 도반이다. 왠지 정겹다. 차(茶)맛도 아주 좋다. 도반이란 뜻은 ‘큰 물줄기가 하나로 만나는 곳’ 우리나라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와 비슷한 곳이다. 큰 물줄기가 하나로 만나는 곳이라 그런지 물소리가 한여름 장마철 계곡 같다. 큰물줄기 한쪽은 히운출리~안나푸루나 쪽에서 내려오는 것이고, 다른 한 줄기는 강가푸루나~마차푸차레 쪽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다. 하룻밤 머무는 동안 세찬 물소리에 때 묻은 생각들을 훌~훌 떠내려 보냈다.
1박후, 도반을 출발하여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를 향해 걷는 길에는 불자들을 놀라게 하는 산맥 하나를 만나게 된다. 마차푸차레 산맥 끝자락쯤에 자연이 조각해 놓은 ‘부처님좌상’이 있다. 신기하다. 먼발치에서 보이지만 해인사 마애불 부처님보다 윤곽이 더 또렷하다. 항마촉지형으로 앉아 계신 부처님 모습을 보며 합장삼배. 그리고 감사삼배를 올린다.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 보호하기 위해 나투신 모습 같다.

4. 안나푸루나 베이스캠프(ABC) 도착 이야기
나야풀 출발 후 3박4일간 걸어 올라간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와 안나푸루나 베이스캠프. 높이는 해발 4,130m. 안나푸루나에 도착하면 사찰입구의 불이문不二門처럼 안나푸루나 통과문이 설치되어 있다. “어메이징한 안나푸루나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것을 환영하는 문구와 함께 “나마스테”가 새겨져 있다. 드디어 도착했구나! ABC지역에 가까워 올수록 7,8천미터 산등성이 앞.뒤.옆으로 가득 차 있다. 조망할 수 있는 한계안으로 들어온 까닭인지 한눈으로 볼 수가 없다. 엄청난 크기의 설산을 가까이서 부분부분 바라보며 “야~~ 정말 대단하다” 절로 소리내어 인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안나푸루나 베이스캠프 롯지 위쪽으로 50m가량 올라가면 안나푸루나 품에 영원히 안긴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대원, 강기석 대원 추모탑이 세워져 있다. “평안하시라.” 기원하는 눈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추모하며 올려놓은 물건과 사진이 가슴을 울린다. 그 아래 작은 추모탑에 참배를 올리고 내려 온 시간이 오후 6시경. 고산증은 없었으나 강추위에 떨며 안나푸루나 베이스캠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풍광을 맞이하기 위하여 5시50분에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에서 좌측으로부터 히운출리~안나푸루나 남봉~안나푸루나 반~안나푸루나 1봉(8,091m) ~싱어출리~덴드비크~강가푸루나~안나푸루나 3봉~간다라바출리~마차푸차레(6,997m) 이렇게 산정상들이 연이어 붙어 있다. 안나푸루나는 “풍요의 여신”이란 뜻을 가지고 있고, 마차푸차레는 “물고기 꼬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네팔에서 가장 신령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영산이 바로 마차푸차레라고 한다. 그러한 설산에 새벽광명이 비추면 안나푸루나 주변 전체가 “금빛 자연성지”가 되는 것이다. 그 순간 그대로 멈춘다면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금빛이 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이렇게 근사하고 찬란한 자연성지가 몇 곳이나 될까? 숨이 멈추어 진다. 이러한 풍광도 눈으로 봐야 아는 세계다. 설명은 그저 덧칠 일뿐. 우리가 보통 부처님 형상을 금으로 장식하는데, 이곳은 자연그대로 금빛이다. 광명이다. 누구나 한번쯤 다녀오시라. 설산과 아침광명이 만나 연출되는 “금빛 히말라야”를 가슴에 새기고 오시라 권하고 싶다. 이러한 성스러운 장면은 딱 한번만 목격해도 그 찬란함이 온 몸에 각인된다. 그야말로 광명진언의 세계다.

5. 그리고 내려오는 길 이야기
6일간 올라가고 3일간 내려오는 길. 마음이 가볍다. 고산증 없이 다녀오는 길. 온전히 자연과 함께한 시간. 감사하다. 히말라야의 금빛정기가 온몸에 가득 차 있다. 어제의 내가 아닌 듯 가슴에 새겨진 신성함은 밝은 에너지로 나를 새롭게 한다.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히말라야. 그리고 부처님의 탄생지 네팔 룸비니. 이제 히말라야에 대한 그리움은 해소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계획이 생긴다. 히말라야 트레킹코스 전 구간을 완주 해 보는 거.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그 주변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깨어있는 나 자신을 만나고 싶다. 별빛이 되고 바람이 되고 햇빛이 되는 길. 나무 대방광불화엄경 세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