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축표어를 보니 느낌이 새롭다.
20여 년 전 불교활동에 몸담았던 나로서는 늘 표어 속에 묻혀 살았던 것 같다. 1986년부터 1993년 까지 불교학생회와 청년회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에 불교에 몸담고 활동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해가 바뀌거나, 수련회를 가고, MT를 가고, 회보를 만들고, 단체 T셔츠 하나를 맞추더라도 단체를 나타낼 수 있는 표어나 구호선정에 열중이었다. 그중 멎진 표어 두 개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가자! 석청. 예토穢土 속으로”
단체T셔츠를 만들 때 썼던 표어이다.
예토는 정토와 대치되는 개념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아미타 부처님이 보호하는 서방정토를 이상향으로 보고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터전인 바로 이곳! 예토를 향하자는 의미의 표어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당시 민중불교와 대승, 실천불교의 흐름 속에서 청년불자들의 의식과 시대상을 잘 나타낸 문구가 아닌가 생각된다.
“수행으로 다진 불심 실천으로 꽃피우자!”
다들 직장이 있다 보니 그때는 수련회를 해도 2박3일 정도의 시간밖에 못 내었다. 1990년도 여름수련회 자료집의 슬로건이었다.
여름 수련회를 통해서 닦은 마음을 개인의 수행으로 그치지 말고 가정에서, 사회에서, 청년회에서 적극 실천하는 청년불자가 되고자 하는 의미로 주제를 잡았던 것 같다.
출가를 하여 해인사 강원에 들어갔다. 해마다 5월이면 단오체육대회가 열렸는데 각 학년마다 승리를 다짐하는 표어를 만들어 플래카드를 만들고 그곳을 중심으로 열심히 응원을 한다. 불교의 핵심 가르침을 배우는 강원이기에 모든 표어는 학년마다 배우고 있는 경전에서 문구를 만들고 그러다 보니 모두 한자이다. 그 내용과 뜻이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심오하지만 어떨 때는 아주 간단할 때도 있다. 우리가 사교(3학년)반때의 구호이다.
‘사교대승四敎大乘 위자연력爲自然力’
우리만의 해석을 하자면 ‘사교반이 대승(완벽한 승리?)을 거두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다.’
초파일 봉축표어를 보니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추구하는 불교의 지향은 같은 것 같다.
지금 글을 쓰고 보니 조금은 쑥스럽다. 표어 셋 중 하나는 내가 제안한 것도 있고….
뭐든 다 생각해내고 실천했던 그 시대의 열정이 조금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