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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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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대 - 종고┃해인사 승가대학 1학년 2013년 02월 372호

섣달 가까워지는 밤하늘에 눈이 내린다. 산하는 온통 백설일색白雪一色이고, 고요한 떨림이 두 뺨을 스쳐지나간다. 오늘도 어김없이 2:50분에 기침起寢을 하고 온기 가득한 이불을 아쉬움과 함께 장欌 속에 집어넣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모자란 잠은 흰 구름 속으로 내달려가고, 산 속 깊은 소리는 다겁多劫 속에 자고 있던 나(眞我) 깨우며, 군더더기 없는 법法의 세계로 향하게 한다. 차디차게 얼어버린 털신을 억지로 구겨가며 발을 넣어본다. 따뜻함과 편안함보다 불편함과 낯설음이 발바닥의 온기를 빼앗아 버리지만 이내 체온과 가까워진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눈 밟는 소리는 적막한 가야산에 울려 퍼지고, 나지 않은 길을 걸으며 얕은 숨을 쉬어낸다. 탁해진 공간의 공기는 새 하얀 하늘 냄새에 이내 자리를 내어주고, 찢겨져나 간 어제는 오늘의 지금으로 대신 되어 쓸모를 다했다. 불보살님께 아침인사를 드린 후 밤새 마른 목을 축이시라고 차 한 잔을 올리며 머리를 조아리고 생각한다.
“누구나 삶에 있어 선택이란 연속 앞에서 자유로워 질 수 없다는 걸 잘 압니다. 거부 할 수 없는 인연의 시작과 끝이 내생과 금생을 오가듯,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던 지나간 순간들은 먼 길을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은 지금 여기입니다. 부덕不德한 나로 인해 상처받고, 치유할 수 없는 깊은 마음의 빗장들로 힘든 시간을 보낸 모든 이들에게 참회懺悔합니다. 다 함이 없는 당신의 자비慈悲 하나 덜어내어 고통 받고,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희망 빛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슬픔이 녹고 사랑이 녹고, 끝내 마음도 녹아, 모든 이에게 따스하고 행복한 삶에 밑받침이 되도록 정진하겠습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댕……. 댕……. 댕……. 새벽의 어둠 속으로 울리는 금고金鼓소리는 만물을 일으켰고, 텅 빈 충만함을 차오르게 했다. 청아한 달빛은 법당으로 향하는 스님들을 비추어 오며, 천 년의 시간을 간직해 온 팔만사천 염원은 해인성지를 장엄한다. 차디차게 식어진 법당 안은 머리를 낮추고, 따스한 온기를 두 손 안에 모아 온 법계法界에 흘러 보내려 하는 수행자들의 간절함으로 가득해져갔다.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은 차분히 부처님께 자신을 낮추고 낮추며 타인의 행복을 기도했다. 이렇게 우리는 다른 모습, 다른 생각을 하며 살지만 지금의 이 순간만큼은 같은 한 마음으로 세상을 향했다. 그것이 곧 나를 위함임을 서로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변해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몇 가지들이 있다. 변해야 할 것들은 반복되는 실수와 자신만이 알 고 있는 단점들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장 힘든 시간에 도움을 주는 사람과 모든 것에 늘 감사하는 마음. 낮게 사는 마음이다. 가장 춥고 어두운 때에 다짐했던 나 자신을 잊고 살진 않는지 우리는 매일 기도 속에서 자신을 점검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거듭 만들어진 틀에서 벗어나고, 사람과 사람 관계 속에서 한 몫하며 세상을 뻐근하게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매번 넘어지고 흔들리며 아파하는 것이 세상살이라, 흔들리며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겠는가….더욱 수행, 정진하여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삶의 주인공이 되도록 가볍게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1월의 마지막, 짙은 눈발이 겨울의 끝을 알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