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경판의 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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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이야기 - 성안┃팔만대장경 보존국장
2013년 02월 372호
해인사의 팔만대장경판에는 유가판(유교에 관계된 경판)에서는 볼 수 없는 마구리에 장석裝錫이 있다. 모든 목재는 일정한 정도 이상의 강한 무게나 압력을 받으면 변형되거나 파손된다. 온도나 습도의 영향을 받아도 비슷한 결과를 낳는다. 처음에는 이음새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 짜여진 목가구도 시간, 온습도의 변화, 목재의 특성, 사용자의 부주의 등에 의해 변형이 일어난다. 이러한 목가구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강할 목적으로 모서리나 부재의 접합부분에 붙이는 금속조각을 장석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장석이라고 하면 목가구에 부착하는 금속 조각을 일컫지만 보다 넓은 의미로는 문고리, 돌쩌귀, 자물통과 자물쇠 등까지도 포함한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이태녕 박사의 “해인사 고려대장경판 보존을 위한 기초 학술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대장경 경판의 양쪽에 마구리를 하고 이것의 네귀퉁이에 금속판을 부착하였다. 금속판의 성분은 퇴경당 전서에는 동판銅板, 유편鍮片, 철편鐵片 등으로 기술되어 있으나, 현대 과학기술로 마구리 금속판 4점에 대한 ICP의 성분 분석 결과 구리(Cu)가 97.1~99.0%인 순동에 가까운 동판으로 확인되었다. 경판이 만들어진 후 마구리의 장석에 대한 여러 번의 보수가 이루어져서, 금속의 형태가 여러 종류가 있고, 또 수리된 것도 몇 가지 형태가 있음을 관찰하였다. 그러므로 마구리 금속은 마구리 목재의 상태, 못의 상태와 더불어 경판이 보존되어 온 시간 경과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과거에 있었던 보수의 시기와 빈도 등 경판에 대한 사람의 간섭의 증거를 내재하고 있는 동시에 금속편상의 부식물인 각종의 녹은 귀중한 과거와 현재의 환경기록을 간직하고 있다. 마구리의 장석에 순동을 사용한 이유는 연·전성이 우수하여 가공성이 쉬우므로 마구리 금속판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13세기에 그렇게 순도가 높은 구리를 정련한 기술이 개발되었다는 것은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기술을 보여준다. 마구리의 장석을 고정하는 데 쓴 못은 94.5∼96.8 %의 순도를 가진 단조된 제품이다. 저탄소강이라도 부를 수 있는 이 못들은 철의 가공성을 좋게 하기 위해 0.33∼0.38%의 많은 망간을 함유하였다. 이렇게 탁월하게 만들어진 수백만 개의 질 좋은 쇠못의 제조는 고려의 높은 철 주조 기술을 나타내는 증거이다. 현재까지 팔만대장경판의 마구리의 못들은 거의 녹이 슬지 않은 상태를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