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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위기의 불교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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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 정은진/프리랜서 포토저널리스트 2013년 02월 372호

때는 지난 2007년 여름. 분당 샘물교회 봉사단이 탈레반 세력에 의해 납치당했을 당시 아프가니스탄에 살고 있던 교민들 대부분이 한국정부로부터 강제철수명령을 받았었고,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지금 철수하면 언제 또 아프간 땅을 밟을 것인지 막막했고, 삶의 터전을 떠나야한다는 생각과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나는 1년간 아프간에 있으면서 온갖 고생 다 했지만 나름대로 정이 많이 들었고, 일도 생활도 안정을 찾기 시작했었기 때문이다.
조국으로 돌아가기 전, 나는 마지막으로 바미얀 (Bamiyan)에 갈 결심을 했다. 1년이나 살면서 한 번도 못가본 곳은 물론 여러 곳이 있었지만, 인류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불교 유적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바미얀 석불은 6세기경 쿠샨왕조에 의해 힌두쿠시 산맥의 바미얀 협곡에 있는 ‘하자라잣’ (아프간의 소수민족이자 몽골족의 후손인 ‘하자라’족이 사는 고장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에 위치한 한 절벽 면에 지어졌으며, 큰 불상은 55 미터, 작은 불상은 38 미터에 달하는, 세계 최대 입상 석불로 유명했다. 석불 주변에는 자그마한 동굴이 있어 수천 명의 불자들이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 문화권에 들어오면서 이 불상은 경시당하기 시작했으며, 17세기에는 무갈 황제가 석불의 얼굴부분을 파괴했고, 100년 후에는 누군가가 다리 부분을 파괴했다.
20세기 들어 아프간 내전 당시 동굴들은 화약고로 사용됐으며, 무자히딘 (이슬람 전사)들의 사격연습 및 총격전으로 인해 수백 군데에 총구멍이 나게 됐다. 그러다가 결국 2001년, 강경 이슬람 정권인 탈레반이 다이너마이트로 두 불상의 남은 부분마저 완전히 파괴하게 된다.
카불에서 지프차로 8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바미얀 석불 계곡에는 과거 석불이 있던 자리만 남아 있어서 스산한 느낌마저 들었다. 작은 석불에는 독일의 한 단체에서 복구 작업을 하는 지 쇠로 된 구조물로 덮여있었다.
바미얀 석불 옆에는 놀랍게도 그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만들어져 있었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근대에 만든 계단은 아닌 듯싶었다. 그 계단을 한참 올라가다 보면 불상의 머리모양근처에서 바미얀 마을을 바라 볼 수 있었다. 석불 앞에는 바미얀 강이 흐르고 있었으며, 논밭이 많이 형성돼 있었다. 새들이 가끔 지저귀고 있었고, 따사로운 태양이 나무와 풀잎사귀를 내리쬐고 있었으며, 진흙으로 만들어진 집들이 하나의 평화로운 마을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불상이 있던 자리 앞에는 한두 명의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으며, 한두 명의 하자라족 남자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사실 이 하자라족은 상당히 기구한 운명을 가진 민족이다. 칭기즈 칸의 후예라고 믿는 하자라족은 이슬람 교파 중에서도 시아파를 믿고 있어서 수니파인 탈레반으로부터 학살 등 온갖 핍박을 다 받았었다. 하자라잣에는 하자라족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으며, 탈레반 폭정 당시 같은 시아파인 이란으로 피난을 갔었다. 지금은 먹고 살기 위해 카불로 많이 이주를 해 카불에서도 하자라족 촌을 이루고 살고 있다.
어쨌든 바미얀 석불에 올라갔다 와보니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여러 종교가 서로를 존중하면서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면 좋으련만, 한 종교를 급진적으로 해석하는 세력으로 인해 인류문화유산이 송두리째 사라져버렸으니 말이다.
이런 아픈 역사를 가진 아프가니스탄이지만 최근에는 또 다른 불교유적이 훼손될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바로 카불의 서남쪽에 위치한 ‘메스 아이나크’라고 하는 곳에 5세기경 만들어진 불상이 200여개가 있는 데, 이곳에 중국의 국영기업 중 하나인 중국광물개발공사 (MCC)가 아프간 정부로부터 구리광산 채굴권을 획득, 2012년부터 본격으로 채굴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주변에 발전소와 철도도 건설하며, 자칫하면 이 유적이 완전히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자원개발로 인해 아프간 정부는 연간 4억 달러의 이득을 얻게 되겠지만 세계적으로 부패했기로 유명한 현 아프간 정부가 과연 이 돈으로 경제개발을 제대로 할지도 의문이고, 아프간 같은 분쟁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정부수익의 직접적 편의를 제공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 돈은 과연 누구의 주머니에 들어갈 것인가.
바미얀의 텅 빈 석불 자리를 보면서, 사라져가는 인류 유산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고 카불로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자본의 논리와 종교적 이유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유적들이 하나둘씩 소멸돼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