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전공은 조선시대 묘제墓制이다. 조선시대 무덤을 고고학적으로 발굴하는 것뿐만 아니라 무덤에 나타난 다양한 현상들을 역사․민속․미술․풍수․음양론적 방법들을 통해 해석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가장 해결이 어려웠던 것 중의 하나는 무덤에 있는 망주석望柱石의 주신柱身부에 한쪽은 올라가고, 다른 쪽은 내려가고 있는 동물모양이 과연 어떤 동물인가 하는 것이었다. 조선시대 예서禮書의 기록에 의하면 이 동물을 세호細虎라고 기록하고 있다. 세호는 가는 호랑이 혹은 작은 호랑이로 번역할 수 있겠으나 실제 모습은 호랑이와는 전혀 상관없고 마치 다람쥐나 청설모(靑鼠)처럼 생겼다.
강원대 김의숙 교수는 《열두 띠 이야기》라는 책 속에서 합천 해인사의 법당 앞에 있는 돌기둥에는 오르는 흰 쥐와 내려가는 검은 쥐가 새겨져 있는데, 그것은 중생의 교화를 위해 《불설비유경佛說比喩經》에 있는 업고의 원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때의 불설비유경의 내용은 지면상 창원 불모산 성주사의 설법전에 있는 벽화의 사진으로 대체한다. 이 그림에서 보이는 흰 쥐와 검은 쥐는 낮과 밤을 비유한 것이며, 쥐들이 나무뿌리를 갉아먹는다는 것은 시간이 흘러 찰나로 목숨이 줄어드는 것을 비유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창원 불모산 성주사 설법전(1993년 신축) 벽화
해인사 석주(좌)
해인사 석주(우)
위 책을 보자마자 필자는 해인사를 찾았고, 해인사 법당 앞 석주石柱에 양각으로 새겨진 동물 문양과 조선시대 무덤의 망주석에 양각으로 새겨진 동물 모양이 너무나 흡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만 해인사 석주의 동물을 바로 흰 쥐와 검은 쥐로 대입하기에는 논리의 비약이 있어보였다. 이후부터 필자는 사찰을 방문하면 쥐를 찾아보겠다고 눈을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게 되었다. 그 결과로 김천 직지사 석등의 주신柱身부분에 올라가고 있는 쥐, 전술한 성주사의 벽화에 있는 흰 쥐와 검은 쥐 등을 만나게 되었다.
직지사 석등
직지사 석등의 쥐
그런데 이들 쥐들을 사찰에서 찾게 되었을 때, 특히 영천 은해사에서 흰 쥐와 검은 쥐를 만나게 되었을 때의 감동과 희열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미 해가 지고 도착한 은해사에서는 저녁 예불이 한창이었다. 예불이 끝나고 만난 대웅전 내부 기둥 상단의 흰 쥐와 검은 쥐는 그렇게 거기에 존재하고 있었다.
은해사 대웅전 내부의 흰 쥐
은해사 대웅전 내부의 검은 쥐
놀랍게도 해인사, 직지사, 은해사의 쥐들이 망주석의 모양과 너무 흡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조선시대 무덤에 나타난 불교적 요소와 사람의 혼을 쥐로 형상화하여 해석하고 있는 혼서설魂鼠說, 음양론 등을 가미해 망주석에 보이는 동물 모양이 흰 쥐와 검은 쥐를 상징하는 것으로 필자의 이론이 완성되었다. 조선시대 무덤의 망주석에 불교에서 말하는 낮과 밤의 상징으로서 쥐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는 것은 무덤을 찾는 후손들에게 세월이 흘러감, 즉 죽음이 다가옴을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써 무덤을 찾는 후손들에게 삶에 충실하라는 교훈적 요소가 담겨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밖에도 조선시대 무덤에 나타난 불교적 요소는 의외로 많다.
이후 계속해서 사찰을 방문할 때마다 쥐 등 묘제와의 연관성을 찾고 있다. 그래서 마치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 하나만을 찾아다니고 있는 느낌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사찰에 나타난 다양한 문양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보고 다니는 또 따른 여정이 시작되었다. 전공을 벗어나 또 다른 상징성의 세계를 찾아다니는 여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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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림 님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재협동과정 민속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박물관 학예사 및 학예과장과 서울역사박물관장을 지냈으며
현재 울산박물관 추진단장 및 관장과 서울시 문화재위원으로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