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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과 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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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선과 그림이야기 - 김현정 2012년 08월 366호

傳 조길趙佶, <팔선도八仙圖 중 종리권>, 明 15세기 후반,
134.5×57.2, The Cleveland Museum of Art

당대唐代이후 중국 나한의 개념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신선神仙이다. 신선은, 모두 알다시피, 중국 도교道敎에서 인간이면서도 영원한 생명을 누린다는 인물이다. 도교에서는 우주자연과 합일하는 수련을 통해 누구나 불노불사의 경지에 이룰 수 있다고 믿었고 이러한 경지가 신선이다. 원래 중국의 도교가 추구하는 바는 늙지 않고 죽지 않는(不老不死) 경지이며, 민간에서 도교 신앙은 현세구복적이었다. 이러한 도교의 두 가지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었던 현실적인 인물이 바로 신선이었다.
신선은 도교에서 인간이 도달하는 최고의 경지라는 점에서 불교의 나한과 비슷하다. 다만 도교에서 이야기하는 인간 최고의 경지는 인간의 한계인 죽음을 뛰어 넘는 일이지만, 불교에서는 인간의 본능과 능력을 뛰어넘는 경지라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전문적인 구분이지 단순히 복을 비는 목적으로 신앙을 갖는 민간인에게 이러한 구분은 좀 무의미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말 이후 나한의 성격은 불법을 수호하고 중생을 제도하는 마치 보살과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졌고, 시간의 흐를수록 도교의 신선 역시 세상을 구제하고, 사람들의 수명을 연장시켜줄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신선과 나한은 모두 세속을 떠나 깊은 산속에서 수련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며 이들의 수행이 매우 개인적이라고 하는 점에서도 비슷한 이미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당대 말부터 “송대 중국에서 나한신앙이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나한은 도교의 신선을 연상케 하는 평범하고 소박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신통력 때문에 중국에서 크게 유행하였고 당나라 말기부터 기반을 다져오는 선종의 조사와 유사한 개념으로 보았다”고 최성은 교수는 밝힌 바 있다. 어떻게 보면 민간인들에게 나한은 신선과의 구분이 모호한 존재였다는 것이다.
지난 호의 내용을 되짚어 보면 《법주기》에서 등장하는 네 명의 나한이 팔, 십육으로 분화되었다고 하듯이 도교에서는 《열선전列仙傳》에서는 팔선인八仙人이 등장한다. 이들 여덟 명의 신선 중 둘은 여성이므로 남녀노유男女老幼, 빈부부귀貧賤富貴를 대표하며 일반 범인이 득도得道함으로써 비교적 일반에 가깝게 느껴지는 도교의 신선 중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팔선은 팔보八寶라고 하는 법기를 각각 지니고 있는데, 이들 지물이 그들의 능력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마치 불교의 보살이나 천인의 지물을 연상시킨다.
여덟의 신선 중에서 수장격인 인물은 종리권(鐘離权, Zhōnglí Quán)이다. 종리권은 파초선芭蕉扇을 항상 손에 들고 있는데, 이는 죽은 자의 영혼을 소생시키는 능력을 지닌 것이다. 동한東漢의 장군이었던 종리권은 군사를 잃고 산 속을 헤매던 중 호승(胡僧, 서역의 승려)를 만나 득도하였다고 한다. 그때 종리권이 스님께 배움을 청했던 것은 세상을 구하는 도(求世之道)였다고 하니 신선이 추구한 불노불사의 개인적 수련과는 거리가 있는 점이라고 하겠다. 팔선도八仙圖 중 종리권을 그린 그림은 보통 도복을 풀어헤쳐 배를 드러내놓고 손에는 파초선이나 복숭아를 들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15세기 말 조길趙佶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알려진 〈팔선도 중 종리권〉 종리권의 도상을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만 그는 왼손에 표주박을 들고 있고 파초선으로 보이는 물건은 허리에 차고 있다. 드러낸 뚱뚱한 배와 이목구비가 마치 서역인을 연상케하는 몽타주는 수염이 하얀 할아버지 신선이 아닌 괴팍스런 용모에서 마치 나한도 속의 나한을 연상케하고 있다.
사족, 내가 아는 신선은 길고 흰 수염을 자랑하는 할아버지인데, 이런 할아버지들을 두고 불노불사한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