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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가르치는 정치, 그 지향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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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편집실 2012년 08월 366호

우리 사회가 큰 변화의 입구에 들어서고 있다. 그 조짐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서 본다.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출간과 힐링캠프 출연을 계기로 다시 안철수 현상이 일고 있다.
많은 언론들이 안철수 현상을 분석하기에 바쁘다. YTN은 “지난 10.26 선거 당시 자신보다 지지율이 낮은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면서 서울시장 당선에 기여했다는 점. 성공한 기업가이면서도 무료 백신 제공과 기부재단 설립 등으로 나눔의 이미지를 갖췄다는 점. 또 이렇게 높은 지지율을 오랫동안 지속해온 제3후보가 없었다는 점도 현실적인 차이”라며, 한때 바람을 일으키며 제3후보로 불렸던 고 정주영이인제문국현과는 차별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새누리당의 견제와 검증공세를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지가 변수라고 지적했다.
정치학자들은 안철수 현상은 기존의 정치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시아경제>는 네 명의 정치학자의 분석을 통해 ‘정치문법 바뀌는 대한민국‥안철수發 정치실험’(이라는 시각에서 안철수 현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진단했는데, 안철수를 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이 같은[기존의] 정치문법이 비非정치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의해 허물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전혀 새로운 정치방식에 대한 실험의 성격을 지닌다고 본다. 안 원장이 전통적 권력투쟁을 최소화하면서 여기까지 왔기 때문이다. \'기존 정치에 대한 대중의 반감과 실망\'만으로 안 원장을 설명하는 건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 기사에서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권력의지를 명확히 드러내고 지지세를 모으는 것이 전통적인 정치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출마에 대해서 고민하고 대중의 의견을 구하는, 기존의 문법과 상이한 방식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실장은 또 \"새로운 정치방식과 리더십에 대해 대중은 강하게 호응하고 반응하는데 기존 정치권은 \'전통의 덫\'에 빠진 듯하다\"고 말했다.[아시아경제, 2012. 7. 26]
기존의 정치가 대중을 향한 하향식 동의의 과정이라면, 안철수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밝히고 대중의 수평적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안철수는 <안철수의 생각>과 TV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뜻을 밝혔다. 직접 대중들을 만나 의견을 나누겠다는 계획도 밝혔는데, 이는 새로운 정치실험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걱정스러운 것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당정치를 흔드는 것으로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아마추어 정치신인에 국가의 운명을 맡길 수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무튼 실험은 이미 시작됐고, 몇 달 후 우리 국민들은 1차 결과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안철수 현상에서 또 하나 볼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이념투쟁을 넘어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를 구획 짓고 둘 중 한 곳에 서기를 강요했다. 좌파가 하는 주장이면 무조건 반대, 왜 우리 편이 아니니까.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작동했다. 진영논리가 건전한 상식과 합리적인 판단을 가로막았는데, ‘힐링캠프’에서 안철수는 보수냐 진보냐는 이경규의 질문에, 굳이 대답한다면 ‘상식파’라고 대답했다. ‘상식’은 때로 모호한 지점이다. 그러나 최소한 진영논리만 걷어내면 훤히 보이는 무엇이다. 불교 가르침의 핵심도 ‘나’라는 허깨비[無我]를 알아차리라는 것이다.
세상은 옳으므로 그리 되지 않는다. 자유 평등 평화,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인 가치인 이런 것들이 자동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집단의 형성에 따라 정치행위와 권력이 작동하기 시작한 이래 자유 평화, 이런 가치는 투쟁으로써만 얻어졌으며, 또 항구적으로 유지되지 않았다. 국민이 권력자에 영향을 미칠 때 가능하다. 확보하고 지키는 노력 없이는 신기루처럼 아른거릴 뿐이다.
철학자 로티(Richard Rorty)는 고통과 굴욕에 대한 감수성이 자유주의 연대를 만든다면서, 감수성과 연대를 주창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센(Amartya Sen, 1933~)은 자유의 확장이 발전을 가져온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는데, 민주주의가 강력하게 뿌리내린 나라일수록 기아가 줄어드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국가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견제 능력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국민이 권력 관계의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때 국가는 국민의 호감을 얻기 위해 국민을 위해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견제가 선거를 통해 일상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의회에서 국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국민이 겪고 있는 부자유의 현실을 다루는 데 적극적이라는 것이 센의 논리다.”[김만권, 그림으로 이해하는 정치사상, 개마고원, 249p.]
정치학자들은, 붓다는 공화정을 선호했다고 본다. 그 근거로 ‘나라를 지키는 일곱 가지 법[七不衰退法]’을 든다. 즉, 자주 모임을 갖고 올바른 정사政事를 논의하는가? 군신이 서로 화순하고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존경하는가? 법을 받들고 금기를 지키며 예의에 어그러짐이 없는가?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과 어른을 공경하는가? 종묘를 받들고 조상을 경배하는가? 여성들이 결하고 웃고 놀 때도 사특한 것이 없는가? 사문과 계를 지키는 자를 존중하고 받들어 부양하는데 게으름이 없는가?
칠불쇠퇴법의 배경은 전쟁의 상황에 다다른 때였다. 옆 나라를 쳐들어가도 괜찮겠느냐고 묻는 마가다왕의 사신이 묻자 붓다는 옆에 있는 아난에게 물었다. 쳐들어갈 나라가 일곱 가지를 잘 지키니 전쟁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특히 첫 번째 질문은 공화주의 정치 체제를 말하는 것이다. 정천구 교수는 이와 관련해 공화제는 승가에 적용되었으며, 붓다는 승가를 이상적인 사회로 보았다는 점을 주목했다.
“붓다는 출신 사회계층에 관계없이 평등이 보장되고 강압에 의하지 않는 불교사원공동체를 통해서 모든 사람들을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고자 하였다. 불교사원은 공동체의 이상적 모델이었으며, 수행자들이 힘과 강압에 의해 지배되는 정치권력에 가까이 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정천구, 붓다와 현대정치, 작가서재, 75p.]
세상이 한번 몸을 뒤척여 큰 변화를 나타낼 때 불교는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가,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우리 사회는 새로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변화가 바람직한가, 어느 지점을 향하고 있는가, 동시에 우리 불교는 이 시점에서 무슨 힌트를 주고 있는지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불교가 이 시기 우리 사회의 지남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