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 여수 엑스포에서 본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에 대해서 썼다. 공중도덕의 실종과 쓰레기 투기 등으로 우울했지만, 그나마 마지막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취재를 마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여수의 ‘김 여사님’ 덕분이었다.
여수 취재를 떠나기 전, 언론에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숙박비에 대한 기사가 넘쳐났다. 개막식때 여수를 다녀온 한 통역사에게 전화를 해보니 근처 호텔은 구하기가 힘들고 자신들은 하룻밤에 20여만 원 하는 호텔에 투숙했다고 한다. 20여만 원! 3박4일은 있어야 하는 데 어떻게 이 많은 금액을 지불할 수 있단 말인가.
너무 걱정이 돼서 여수 국제 미디어 센터에 연락했더니 엑스포 기간 모텔 구하기가 아주 힘들고, 바가지요금은 언론보도대로 사실이라고 한다. 그래서 홈페이지에 있는 숙박 안내 서비스에 전화를 걸었다. 그때만 해도 5월말이이여서 엑스포역 근처에는 모텔을 구할 수 없고, 택시로 20분 거리에 있는 모텔 정보를 준다고 했다. 그래서 문자로 10여개 되는 모텔 연락처를 받았다. 지도로 보니 엑스포장에서는 꽤 떨어져 있었다.
취재의 기본은 취재 현장에서 가능하면 가까운 곳에 나의 근거지 (베이스)를 만들어야 하는 데 차로 20~30분은 택시비도 택시비거니와 기동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네이버 지도를 이용, 엑스포역 인근 지도를 살펴보니 ‘~장’이나 ‘~여관’이라고 써져 있는 이름들이 눈에 띄었다.
나는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지낸 몸이 아니던가! 여수의 장급 여관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네이버에 뜬 여관 번호를 찾아서 이곳저곳 전화를 걸어보니 주말엔 8만원, 주중엔 7만원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그 중 ‘경동여관’만이 주중엔 3만원, 주말엔 4만원이라고 답하는 것이었다! 내가 일요일을 합해 3박4일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리니 그럼 오래 머무니까 1박에 3만원에 모두 통일해 주신다는 것이다. “시설은 좀 떨어진다”라는 말씀과 함께. 그 분이 바로 김 여사님이시다.
여사님 계좌로 미리 3만원을 자동이체 한 다음, 우여곡절을 통해 경동여관에 도착했다. 엑스포역에 도착하고 나서 정문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탔지만, 정문에서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여관에 제대로 찾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김 여사께서 나를 찾으러 밖으로 나오셨고, 30여분 만에 약국 앞에서 기적적으로 만나 함께 여관으로 갈 수 있었다.
도착하니 서울에서 온 여대생 두 명이 여수에 왔다가 인근 모텔에 방이 하나도 없고 기차 편도 놓쳐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었다. 김 여사께서는 그 여대생들에게 프론트로 사용하는 작은 방을 내주셨다.
그러고 나서 나는 그 다음날 새벽부터 하루 종일 취재를 다녔고, 그 다음날 아침 여사님이 나를 부르셨다. “아가씨, 아침 먹었어?”
여사님은 1층의 부엌으로 나를 데리고 가 당신이 담그신 각종 젓갈과 갓김치를 주시기 시작했다. 나를 특별히 잘 보셨나보다. 식사는 그 다음날 아침에도 이어졌다. 그때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여사님과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다.
“그래, 어떻게 해서 이 많은 호텔 중에서 우리 여관에 왔어?” 여사님이 물으셨다.
“네, 여러 군데 전화했는데요, 여사님 목소리가 제일 침착하셔서 이곳으로 결정했어요.”
물론 숙박비도 저렴했지만, 주인님의 목소리와 말투가 진실 되게 느껴졌다. 더구나 주말이 끼었는데도 불구, 모두 1박에 3만원으로 통일해주셨지 않는가? 그래서 여수에서 가장 양심적인 업소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나 여사님도 인간인지라 엑스포의 특수를 누리고 싶지 않으시겠는가. 그래도 양심적으로 운영하시기로 결심하셨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을 꽤 썩이는 손님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숙박업이라는 것이 그런 위험성 (리스크) 도 안고 가야하는 것 아니겠는가.
여사님은 내가 더욱 마음에 드셨는지 본인이 직접 담그신 갓김치를 플라스틱 수납 통에 넣어주셨다. 더 큰 통에 담아 주시겠다는 걸 내가 작은 곳에 담아달라고 부탁해서 겨우 작은 수납으로 낙찰을 보았다. 푸근하고 구수한 여수의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
서울로 도착하고 나서 우리 집 앞에서 여사님께 잘 도착하였노라고 전화를 걸어드렸다. 여사님도 내게 감사를 표시하시고는 덕담 한 마디 해주셨다. “늘 행복하세요!”라고. 여사님도 이번 엑스포를 맞아서 여러 손님을 맞으실 텐데,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