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식개중의欲識箇中意한다면
철선수상부鐵船水上浮로다.
이 뜻을 알아차리고자 한다면
쇠로 만든 배를 물에 띄워라.
초석범기楚石梵琦 선사는 반결제 때 “생강은 결코 매운 맛을 바꾸지 않는다”는 법문을 남겼습니다. 이것은 정진대중들이 한달 반 전에 처음 결제를 하기 위해 이 총림에 방부를 들일 때 그 각오와 마음가짐을 절대로 잊어버리지 말고 끝까지 지키라는 고인의 당부말씀입니다. 생강은 처음도 매워야 하고 중간도 매워야 하고 끝도 매워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생강인 것 처럼 수행대중은 결제를 시작하는 날이나 반결제 날이나 결제가 끝나는 날이나 시종여일 한결 같아야 합니다. 더불어 안목이 제대로 열린 선지식이라면 처음도 중간도 그리고 끝인 마지막까지 그 어떤 방편도 사용하지 않고 간명직절의 선문정로만을 보여줄 뿐입니다. 오직 있는 그대로 가야할 길을 신랄하게 몰아치는 가풍을 시종일관 견지할 뿐입니다. 제대로 된 생강처럼 그 방식을 절대로 바꾸지 않는 법입니다.
남송 말기에 활약했던 경산지우(徑山智愚 1185~1269) 선사가 법상에 오르자 어떤 납자가 물었습니다
“봄에는 복숭아 꽃과 배꽃이 어지럽게 떨어졌고, 여름이 되니 뽕나무 가지와 버드나무가지가 이렇게 무성한 시절이 되었습니다. 이 수많은 인연에 직접 발을 들여놓지 않고서야 어떻게 돌아보고 제대로 살필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선사는 대답했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또 하루가 저물었거늘 어떻게 늙은이를 젊게 할 수 있겠는가?”
기개 있는 그 납자도 지지 않고 또 물었습니다.
“화상에게 어찌 가르침의 방편이 없겠습니까?”
이에 선사는 한 마디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생강종불개랄生薑終不改辣이로다. 생강은 결코 매운 맛을 바꾸지 않는다.”
생강밭에서 운암雲嵒 선사는 동산 스님과 풀을 매면서 옛어른들의 수행일화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러자 대뜸 동산이 되물었습니다.
“그 때의 어른들은 지금 모두 어디에 있습니까?”
이에 운암 선사는 잠깐동안 양구良久했다가 말했습니다.
“뭐라고? 뭐라고?”
이에 동산이 다시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대답이 너무 늦었습니다.”
스승과 제자가 생강밭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문답을 주고받는 선가의 준엄한 가풍은 매운 생강 바로 그 맛 자체라고 할 것입니다.
동사자보洞山自寶 스님은 스승인 오조사계五祖師戒 선사에게 생강을 판 것으로 유명합니다.
자보 스님은 일찍이 오조산에서 부식창고를 담당하는 고사庫司소임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 스승인 사계 선사는 감기가 들어 약을 달이기 위해 시자를 창고로 보내 생강을 얻어오게 하였습니다. 이에 자보 스님은 공公과 사私를 구별하지 못하는 시자를 꾸짖고는 생강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시자가 이 사실을 아뢰자 사계 선사는 바로 그 뜻을 알아차리고서 개인 돈을 주면서 생강을 사오도록 조치하였습니다. 그제서야 자보
스님은 비로소 돈을 받고서 생강을 내주었던 것입니다. 공적인 일에는 설사 스승이라고 해도 예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과는 역연하기 때문입니다. 이 일로 인하여 “자보생강랄만년自寶生薑辣萬年 자보의 생강은 만고에 맵다”는 유명한 말이 선가에 오늘까지 전해져 오게 된 것입니다.
어디 생강값 뿐이겠습니까? 감기는 생강값만 내면 되지만 수행을 게을리 하면 결국 밥값 신발값까지 모두 내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밀암함걸 선사는 후학들에게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염라대왕은 그대의 아버지가 아니다. 죽는 그 순간 그대의 해골과 볼기짝을 두드려 수행한다는 핑계로 얻어먹은 밥값을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 순간 불법의 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면 염라대왕이 그대에게 따지면서 밥값을 달라고 요구하게 될 것이다.”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제대로 수행도 않으면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느라고 짚신만 덧없이 닳아버린 수행자들에게는 그가 죽은 다음 염라대왕이 짚신값까지 받으려 올 것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어느 날 개석지붕介石智朋 선사께서 결제대중에게 일렀습니다.
“두타석頭陀石은 이끼에 덮히고 척필봉擲筆峰은 타래붓꽃에 둘러 싸였구나. 나한사羅漢寺에서는 한 해에 세 명의 행자를 등록 시키고, 귀종사歸宗寺에서는 참문을 마치면 차를 마신다. ”
그리고 나서 대중을 가만히 둘러보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생강인심불개랄生薑因甚不改辣이로다. 생강은 무엇으로 인하여 매운 맛이 바뀌지 않는가?\"
무쇠와 바위같은 굳은 마음으로 결정지決定志를 세워서 절대로 결제기간을 어영부영 보내서는 안될 것입니다. 정문안頂門眼을 활짝 열고서 금강왕보검을 쥐고 비로자나의 정상에 앉아있는 기개로 용맹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설사 해제날에 납월삼십일이 온다고 할지라도 염라대왕과 서로 겨룰 수 있는 힘이 우리들에게 생길 것입니다. 생강처럼 맵게 초지일관 열심히 정진합시다.
도처득봉거到處得逢渠라
생강불개랄生薑不改辣이로다.
난니리유자爛泥裏有刺지만
호자몰자수鬍子沒髭須로다.
가는 곳마다 그들과 마주치지만
생강은 매운 맛이 바뀌지 않는다
물렁한 진흙에는 가시가 숨어있지만
달마 대사에게는 수염이 없구나
2556(2012)년 임진년 하안거 반산림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