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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입법, 본래면목 회복의 길에 다리를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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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편집실 2012년 07월 365호

때때로 종교가 큰 근심거리가 되곤 한다. 종교는 원래 광기와 비이성을 본질로 삼고 있는 것인가. 이런 극단적인 질문이 나올만한 것이 종교사의 일부분인 것은 분명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십자군전쟁은 종교라는 이름으로 저지를 수 있는 광기가 어느 정도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극명한 사례다. 서양사에서 근대는 십자군의 광기를 지나 중세를 지배했던 봉건주의와 유일신을 넘어섬으로써 비로소 열 수 있었다.

종교집단과 종교행위를 종교의 가르침에서 떼어놓고 보면 종교는 선의지를 실현하려는 인간의 고귀한 정신의 산물이다. 그래서 종교는 꺼지지 않는 빛이다. 이 빛이 없다면 인간은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며, 인류는 이미 멸절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사회에서 개신교는 존재 의미를 의심받고 있다. 개신교인들이야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개신교 일부에서 보여주는 행태는 피곤함과 짜증을 유발하는 발원지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개신교 기구 중 가장 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선거가 돈선거로 얼룩지고, 양심선언이 잇달았음에도 부정선거로 당선된 회장은 임기를 채우고, 전임회장으로서 예우를 받는다. 개신교로서도 불행한 일이며, 한국사회의 한 부분을 부패한 종교계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 불행이다. 그만큼 도덕적인 사회와는 멀어지기 때문이다.

한 달 전쯤,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불교 ‧ 가톨릭 ‧ 개신교의 부패상이 동시에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조계종 고위소임자 스님들이 포함된 백양사 도박사건이 하나이며, 교회 돈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가 고발된 사건이 뒤이어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그 즈음 교황청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이 외신을 타고 전해졌다. 세 사건 모두 종교의 가르침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것임에도 종교인에 의해 발생된 사건이며, 종교단체 내부의 추문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조계종 스님들의 도박사건은 종단 쇄신이라는 방향을 잡아 전화위복의 계기로 작용하면서 수습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조 목사 횡령 혐의는 검찰수사를 남겨두고 있다. 교회의 대형화, 권력화, 세습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건이 될는지 현재로서는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교황청 기밀문서 유출 사건은, 5월 말 교황의 아파트에서 일해온 집사가 교황의 편지와 교황청 기밀문서를 소지했다가 체포된 데서 촉발됐다. 외신들은, 교황청 은행장이 돈세탁과 부정거래 혐의로 해임되자 이를 둘러싼 권력투쟁과 관련이 있다고 전하고 있다.

종교단체라고 해서 각종 추문으로부터 자유로운 순결한 완전공간이 아니다. 종교단체도 때론 욕망을 제어하지 못해 흔들리는 인간들의 집단이다. 그러나 종교집단은 으뜸의 가르침(宗敎)을 실천하려는 의지가 그 어느 집단보다 강렬하고, 오랜 전통의 수행체계와 조직의 운영원리가 작동하는 곳이다. 그런 까닭에 누천년의 기간 동안 종교는 인류의 귀의처가 되었던 것이다. 지금도 종교만큼 인간의 영혼을 정화하고, 상처를 쓰다듬어 새살을 돋게 하고, 맑은 정신을 불어넣는 기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종교는 여전히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존귀한 장치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종교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조계종은 그 원인을 전근대적인 사찰 운영 방식에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수십 년 간 사찰과 종단운영과정에서 빚어진 각종 부작용과 분규, 그리고 갈등의 본질은 사찰과 종단 운영 시스템이 시대의 필요성에 부응하지 못하고 체계적이고 전문적이지 못한데서 빚어진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불거진 종단 일각의 불미스러운 일들도 이러한 전근대적인 사찰운영제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불자대중과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 불기2556(2012)년 6월 7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이런 인식은 쇄신입법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중앙종회는 6월 21, 22일 190회 임시종회를 열어 소위 4대 쇄신법안, 즉 사찰운영위원회법‧종무원법‧사찰예산회계법‧선거법을 통과시켰다.

btn뉴스는 “이번 회기 중 처리된 쇄신법안은 ‘사찰예산회계법 제정안’, ‘사찰운영위원회법 전부 개정안’, ‘선거법 제정안’, ‘종무원법 개정안’ 등”이라고 전하면서 “지난 7일 자승스님이 제1차 쇄신계획에서 직접 언급한 ▶사찰재정 투명성 강화 ▶사부대중 공의를 통한 운영 ▶선거제도 개선 ▶재가 전문종무원 양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4대 쇄신법 통과‥공은 집행부로 넘어왔다, btn뉴스, 2012. 6. 22)

btn뉴스는 같은 기사에서 쇄신법의 골자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사찰운영위, 심의ㆍ의결기구 격상 사찰운영위원회법은 전부 개정으로 제정에 버금갈 만큼 완전히 새롭게 변했다. 사문화됐던 법이 되살아난 것은 물론, 협의체에서 ▶예ㆍ결산 ▶재산 처분 승인 신청 및 기채 승인 신청 ▶사찰 자체감사 등 사찰 운영의 핵심 심의ㆍ의결기구로 거듭났다. 모든 사찰이 운영위원회를 설치할 것으로 의무화했고, 신도회 회장ㆍ부회장 등이 참여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사부대중 공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신용카드 결제 도입 사찰들의 예결산을 일괄되게 운영하도록 하는 사찰예산회계법도 신설됐다. 모든 사찰들이 회계전산프로그램을 통일하고,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도입, 모든 수입에 대한 영수증 발급 등을 통해 재정투명성 제고를 도모한다.

선거공영제 도입 통합선거법은 수 년 간 불교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끊임없이 촉구했던 부분으로, 총무원장 및 중앙종회의원 선거공영제가 도입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또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한 총무원장 입후보 자격이 강화됐으며, 부정행위에 대한 벌칙이 10년간 선거권ㆍ피선거권 제한으로 엄정해진 것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도박사건은 조계종단 쇄신이라는 물꼬를 트며 새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불교가 근심거리가 된 데 대한 원인을 전근대적인 운영 말고 다른 시각에서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종단은 쇄신법의 골자에서 보여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에 이론이 있을 수 없으며, 큰 진전을 이룬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어느 집단이 되었건 법은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다. 특히 종교집단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때론 불문율이 성문화된 법보다 더 권위를 지니기도 하며, 거룩한 가르침은 언어로 표현되기에는 너무 오묘하다. 가르침의 현현이 제도화된 법을 훌쩍 넘어서기 일쑤다. 선불교는 그런 예를 수도 없이 보여주고 있다. 결국, 안팎으로 갖춰야 할 것은 권력의지가 아니라 부처를 이루려는 수행이며, 중생을 향한 자비의 체화일 뿐, 다른 무엇도 아니다. 이번 쇄신입법은 본래면목을 되찾으러 가는 길에 놓인 든든한 다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