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방학을 무사히 마치고 강원에서 복귀하여 생활하지도 보름이 지나고 있습니다. 인사를 못하고 들어온 게 못내 아쉬워 이렇게 글로써 마음을 전합니다.
1주일이 지난 지금 여기는 짙은 푸르름이 가야산을 덮고 시원한 바람은 풍경소리를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또한 천년의 세월 앞에 흩어져간 빛바랜 단청은 무언의 가르침으로 저를 다시 강원생활에 깨어있게 합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스님이 여기 와서야 가까이 느껴지는 것은 자식들 앞에서는 삶의 스승이 되어야하는 아버지란 이름을 가진 거룩한 사람은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인 것처럼 나 또한 그러한 수행자가 되어야함을 느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새삼 이 길 위에서 스님과 함께 할 수 있음이 크게 다가옵니다.
아직 어린 사미라 벗어던지지 못한 옛 그리움들로 몸서리치며 흔들리지만, 흔들리고 아프고 외로운 것은 수행자의 특권이라 지금을 감사하게 생각하려 합니다. 가끔은 강원생활과 내 생각의 이질감으로 괴로워하지만, 시린 겨울을 견뎌낸 매화의 향기가 더욱 짙듯 나 또한 그러한 수행자의 향기를 머금기 위한 과정임을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정진하고 있습니다. 스님의 보살핌 덕분입니다.
점점 더워지는 6월의 햇살이 혹 스님의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마음이 쓰입니다. 바쁜 일정 소화하시느라 기력이 쇠할까 염려도 됩니다. 부디 이번도 여름 건강히 보내시길 멀리서나마 기도로써 대신합니다.
매번 뵐 적마다 아무 말도 못하고 스님 뒷모습만 봬서인지 다음에 인사 올릴 때는 마음열고 먼저 다가가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부족한 저를 어여쁘게 생각하여 보살펴줌을 잊지 않고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는 수행자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청아한 달빛이 기와등을 밝히는 관음전에서 상좌 종고 구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