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따르릉!
아침마다 울려 퍼지는 자명종 소리에 피곤한 듯 눈을 비볐다.
이 소녀가 바로 나.
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마한빈이다.
요즘 너무 피곤했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곧 있는 기말고사에 대비해 밤 열한시까지 공부하는건 그냥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내가 왜 이렇게 공부를 하나 싶었고, 요즘 우리학교 국어선생님께서 공부하고 계시는 마음공부에 관심이 갔다. 나도 ‘마음공부라는 것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말고사라는 장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그래서 또 하염없이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하지만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욕망은 끝이 없었고, 나는 그냥 말 그대로 ‘공부벌레’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5월 말, 박정기 국어선생님께서 해인만다라 참가자를 모집하고 계셨다.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달려가서 명단에 내 이름을 적었다.
내가 해인만다라, 즉 해인사에 관한 특별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해인만다라에 세 번 정도 간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4년 전 가족들과 함께 절에 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 절이란 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그냥 졸졸 따라갔었다.
그 때도 그냥 공부에 빠져 살면서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지금 내 혼란이 4년 전에도 똑같이 겪었던 일인 것이다.
그 때 해인사에 도착했더니 왠지 모르게 조용했다. 그리고 그 때, 넓은 절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 바로 풍경소리였다.
그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존재하다니…’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때가 나의 귀에 공부하라는 소리가 아닌, 빨리 문제 풀라는 소라기 아닌, 성적을 고민하라는 소리가 아닌! 최초의 잔소리였다.
풍경은 바로 나에게 ‘너 자신을 알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너 스스로 만족하는 길이다.’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 후로 나는 풍경소리만 들으면 그 생각을 곱씹었고 오늘도 사실 풍경소리를 들으러 해인만다라, 즉 해인사에 온 것이다. 그리고 지금 또 나는 해인사 안의 법당 처마 끝, 나를 향해 미소 지으며 노래하고 있는 풍경소리를 들으며 내 마음을 울렸던 풍경 이야기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