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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편지 - 해인사 주지·선각(善覺) 2012년 07월 365호

산새가 날아가니 산 노을 붉게 물들고
물소리 스며드는 밤 하늘가
떠도는 생각을 이기지 못해서
입술에 내린 달빛 바람에 휘날리는 꽃잎으로 시냇가에 떨어져 흘러다오.

순간이 지나면 과거가 되고
과거가 되면 돌아갈 수 없는 순간에서
그림자 좇아 헤매는 꿈을 꾸였다오.

격동치는 울림보다
고요의 울림이
부족함없는 울림이라는 사실을….

빠름 보다
더 깊은 느림이 있다는 사실을….

버리거나 비우는 일보다
멈춤이 더 강한 빛을 뿜는다는 사실을 그 누가 일러주리오.

그대와 나는 이승에 와서
풀밭속에 살아 있는 바람으로
황토 보리밭 사이로 사라지는 회색 안개가 될지라도
물에서 물을 씻듯
이전의 꽃을 잡고 사노니
행여나 꽃향기는 어디로 갔는지는 묻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