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앉지 말고 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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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변대용
1988년 03월 73호
분주하게 움직인다. 하나 둘 커텐이 쳐지면서 점점 어둠이 깔린다. 한 사람 두 사람 퇴근 소리가 온 벽을 울리며 차가운 쇠붙이가 철거덕 하고 소리를 낸다. 어둡고 무서운 사주위에 추위와 외로움에 떨면서 사유에 사로잡혀 앉아 계신 당신은 부처님이 아니신지요.
가끔 가다 있는 대학 입시를 위한 기도를 들어 주시기 위해서 100일 동안 정좌하시는 건가요. 아들, 딸 취직되어 돈 많이 벌어 시집 장가 잘가라는 기도에, 아니면 남편 사업 번창하고 가정에 근심 걱정 없이 무사태평하게 살게 해 달라는 간청을 못이겨, 그것도 아니면 가끔씩 하는 조석예불이나 영가 축원문에 귀를 기울이고 계신지요. 당신 앞에 타다가 꺼진 향불에 미련이 남아서, 시들어 말라빠진 꽃공양에 향기가 남아서, 이것 저것도 아니면 산해진미의 공양에 혹시 마음을 두고 있지는 않겠지요. 부처님, 앉아 있기가 불편하시면 창문 너머 세상 구경을 한 번 해 보시지 않겠읍니까? 날씨가 춥다고요, 눈이와서 길이 미끄럽다고요. 할 수 없죠, 대신 활자 냄새가 연꽃의 향기보다 못하지만 제가 읽어 드리겠습니다.
“죽이고, 죽음을 당하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고 순간의 광란과 찰라의 향락을 만족시키기 위해 거리에서는 칼과 총이 춤을 추고, 바다와 하늘에서는 폭음과 폭탄이 진흥빛으로 수를 놓으며, 한 인간으로부터 한 국가에 이르기까지 갈등과 대립 그리고 집착과 번뇌, 무지가 난무하여 폭력과 전쟁을 즐기며 즐거워하는 사회가 되었다.
“무겁고 무서운이 현실을 타파하고 극복하겠다는 명목 하에 이념과 사장이 홍수처럼 몰아닥쳐 아름답고 달콤한 사상가들의 혓바닥으로 무지와 무명에 길들여진 사생아들을 출생하게 되었으며, 빈곤과 질병 속에 싹이 트고 있읍니다. 시대의 마지막 양심가로 불리는 위선자들은 갈증에 떠돌아다니는 군중들을 속이고 기만하여 유한한 권력과 명예를 위해 발버둥치며, 사장님의 자식들은 회장님으로 둔갑하고, 장교의 부인들은 장군으로 변하여 행동하고, 교수댁의 식모는 학장으로 승진하고, 장관들은 대통령이 되어 움직이는 어리석은 망상과 욕망에 집착되어 이 사회에 단청을 입히고 있다.
“남녀노소 구별없이 인간들은 번뇌에 물들기 시작하였으며, 프로야구 선수의 연봉과 인기를 그리워하고, 영화배우의 미모와 육체를 애걸하고, 금뺏지의 권력과 명예에 집착하여 아들, 딸은 하나의 도구로 변신하여 욕망의 하루는 기계가 되어 윤회의 수레바퀴 속에서 고통과 아픔을 이겨낼 수가 없어 분노하거나 성냄이 빈번하여 어리석게도 번뇌의 포로가 되었다.
“인간의 눈은 아름답고 화려하게 번쩍거리는 곳으로 고정되어, 열심히 일하여 땀흘리는 땀방울과 그늘에 가려 있는 자기 자신은 볼 수가 없으며 귀는 간지럽고 음탕한 이부와 아첨의 소리에 밀려 인간의 숨소리와 용맹 정진하는 고통소리를 들을 수 없고, 코는 향기롭고 달콤한 마취제에 중독되어 땀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되었으며, 혓바닥은 명령과 교만한 소리밖에 칠 수 없으며 진실한 자기 자신의 음성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으며, 육체는 부드럽고 풍성한 침대에 파묻혀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진정 자기가 갈 수 있는 곳으로 갈 수가 없게 되었고, 의식은 오근의 노예가 되어 헐떡거리며 윤리와 도덕의 타락에 보조를 맞추어 가느라 질병에 우는 아이, 배고파 우는 소녀, 죽음을 당하는 자, 산고라 소리치는 병자, 누군가 찾아다니는 소년초차도 한쪽 눈으로 볼수가 없는 인간이 되었다. 인간은 수명이 다하여 굶주림에 죽는 것을 보게 되고, 질병에 시달려 죽음을 느끼기 시작하였고, 전쟁에 죽음을 당하게 되었다.”
부처님 더 읽어 드릴까요. 왜 눈을 내리감고 아무 말씀없이 앉아 계신지요.
시방삼세 제망찰해 언제 어디에서나 중생과 함께 계시며 중생의 근기에 따라 중생을 자비롭게 안도하시는 부처님! 당신은 그런 부처님이 아니신가요. 이 세상이 오탁악세에 물들어 버려도 내버려두고 재앙의 시대, 말법의 시대로 돌려버릴 건가요, 아니면 무엇입니까?
부처님!
당신을 잘 지어진, 온냉방이 잘 되는 화려한 좌대에서 쫓아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앉아 계실 때가 아닙니다. 일어서서 달릴 때가 되었습니다. 그늘진 곳, 외진 곳에서 당신을 찾고 당신을 부르짖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눈을 돌려줄 수가 없나요. 부처님 당신께 질병과 굶주림을 해결해 달라고 떼를 쓰지는 않겠읍니다. 그러나 당신 곁에 밤새워 울고파 하는 자, 당신을 세상 곳곳에서 찾는자들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너무도 쓰린 아픔으로 인하여 눈물마저 말랐답니다. 이 세계 전부가 당신 것이며 당신의 아픔이 아니겠읍니까? 부처님 시끄럽다고 창문을 잠그지 마세요. 덥다고 커텐을 내리지 마세요. 창문 밖에서 당신을 찾는 자, 당신을 그리는 자에게 눈길이라도 보내 주세요. 이 세상 전부가 당신의 것이며 당신의 아픔입니다.
엎드려 온 몸과 마음을 바쳐 불•법•승삼보께 귀의하나니, 시방삼세 제망찰해 아니 계시는 곳, 아니 계시는 때 없으신 법신불•보신불•화신불이시여 바다 같이 깊고 넓으신 삼보의 가피를 내려 주소서.
나무 본사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