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과 자비의 대사상인 불교가 이 땅에 전래된 지 일천육백여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한반도 안에서 이념적인 갈등의 극복과 국가정책 제시, 삼국통일의 정신적 지주, 고통받는 중생들에게 평등과 해방의 세계관 제시, 임진왜란 당시 국난극복을 위한 항쟁, 제국주의에 수탈 당하는 민족으로서의 자주적 노력 등을 이루어 온 저력있는 종교로서 제 몫을 담당한 불교였지만, 조선 시대 숭유 억불 정책으로 산중으로 쫓겨간 이후로는, 또 일제 시대에 와서는 불교도 스스로의 주체적 노력에 의하지 않고 일제에 의한 도성 출입의 허가를 얻음으로써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불교 종단으로서 발전해 나아가질 못하였다.
이러한 여파로 약해질 대로 약해진 불교는, 8.15 이후, 이 승만 정권의 불교 탄압 정책과 어용화의 시발이 된 비구•대처 간의 분쟁을 일으키게 되어 불교 내적인 발전에 또 다른 질곡을 가져왔다. 이로써 근대사 속의 불교는 한반도가 고도 경제 성장이라는 목표 하에 산업화, 도시화를 꾀함에 따라 뒤따르게 된 부(富)의 편재
현상, 사회 병리 현상에 대해 민중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대자비의 종교로 전화하지 못한 채 내부가 더욱 곪아드는 실정에 이르렀던 것이다.
‘80년 이후로 불교계도 마침내 이 사회에 서서히 본디의 실체를 각언(刻認)시키고 있다. ‘86년 해인사 승려 대회를 기점으로 이 땅의 모순인 민족의 자주화, 사회의 민주화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조선시대 이후 고요와 정적으로 지탱하며 탈세속화되어 온 불교였기에, 그런 일련의 움직임에서도 아직은 인식적인 노력만이 일부 보여질 뿐 진정으로 불교 대중 속에서 또한 일주문 밖에서 서성이는 만대중과 더불어 그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성숙하는 불교로서의 자기 극복의 노력은 결여되어 있음이 사실이다.
이제 우리 불교도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과제는 기존의 자기 껍질에서 일탈하여 대중과 함께 불교를 홍포하며, 사찰 입장료 수입 따위가 아닌 자체적으로 짬지게 유지되는 불교운동을 펼치는 일이다. 이러한 연유로 불교포교당 운동의 활성화는 오늘의 우리에게 참으로 절실한 시대적 요구라고 판단된다.
통계자료로는 불교신도가 이 땅의 종교 인구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그 가운데는 허수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리라고 생각된다. 예컨대, 한가정에서 어머니가 불교신자면 그 가족 전체가 불교신자로 사찰에 등록이 되고, 많은 신도들이 한 사찰만 정기적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찰에 적(籍)을 두고 있기도 하기 때문인데, 바로 그것 때문에 일부 스님과 재가불자들의 왕성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포교당 운영이 대부분 부진하다고 보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바삐 나날을 보내는 산업사회 속의 현대인들은 멀리 있는 산사보다는 법음을 손쉽게 들을 수 있는 포교당을 원한다. 아울러 지역 포교당의 운영은 신도들의 삶과 가치관이며 두드러진 고민들을 파악하여, 그들의 공통된 의식을 기반으로,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면서 이를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그리하여 포교당은 대중교육의 현장으로서 불교인의 자기 발전을 기약할 수 있는 소중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총무원 이하 각 불교단체가 대중과 더불어 산다는, 새로운 인식 전환을 이룰 수 있는 실천적 모델이 됨으로써 전체 불교의 진흥에 일익을 기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포교당 운동의 활성화는 불교대중들의 불교의 생활화에 뿌리를 내려주며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많은 대중에게 불법을 전파하여 이 땅 위의 불국정토화를 기할 수 있는 토대를 이루어주는 기본조직의 활성화가 될 것이다.
만중생의 이익됨을 위하여 부처님의 제자들이 각기 흩어져 불법을 전도하였듯이, 오늘의 불교도는 대중 속에서 그들의 목마름을 축여주며, 그들의 가려움을 긁어주며, 그들의 아픔을 다독이며 부처님의 따스한 품안으로 그들을 이끄는 시대적 사명을 지니고 있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힘겨워하는 고향을 떠나온 노동자들 곁에서, 언제 헐릴지 모를 무허가 판자집에서 생활하는 달동네 빈민 곁에서, 그들의 지치고 곤한 육체를 동체대비심으로 감싸 안으며 부처님의 근본 사상을 전달하는 노력으로써 오늘의 불교는 새로이 혁신되어야 한다.
더 많이 고통받아 삶에 힘겨워하는 우리의 이웃과 함께하며 거듭나는 불교, 보살행을 실천하여 진정한 정토사회구현을 위해 가일층 분발하는 포교당 운동이 방방골골에서 메아리쳐야 한다.
그리하여 가난한 이들 곁에서 함께 생활할 스님이 없어 문을 닫는 포교당의 서글픈 전철이 다시금 되풀이되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