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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벨록스 대표이사 무주無住 이흥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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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 템플 - 최현태 2011년 11월 357호

홍류동을 물들이던 저 붉은 단풍도 스러져 버린 11월, 참 나른하고 음산하고 감동꺼리 없는 달이다. 습관적으로 살아가는 일상에 불을 확 지펴줄 어떤 무엇이 없을까? 파격과 도전의 삶을 만나면 정신이 번쩍 날 것도 같은데...를 중얼거리다가 꿈과 자유를 삶으로 실천한 젊음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상장 15개월 만에 공모가 대비 3배의 주가상승을 일궈낸, 그리고 1000억 매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청년 CEO 이흥복이다. 유비벨록스 대표이사인 그와 취재약속을 하는데 목소리가 유난히 귀에 감긴다. ‘아니! 목소리까지’ 하면서도 그를 만나러 구로디지털단지로 가는 길, 마음은 벌써 번지점프를 한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 Life Innovation을 유비 벨록스가 이루어나가겠습니다.
구로디지털단지의 유비 벨록스, 구로디지털단지는 1965년부터 1974년에 걸쳐 수출산업공단으로 조성되어 당시에는 구로공단으로 불렸다가 2000년대에 들어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첨단산업의 입주가 늘어나자 지금의 이름으로 명칭을 변경한 국가산업단지다. 구로공단으로만 기억하던 아날로그 세대인 필자에게 최첨단 디지털산업체 대표를 만난다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고 어려울 줄 알았는데 대화는 즐거웠고 부담은커녕 오히려 기쁜 능동촉발 예감이다.
“단지 전화통화만 하던 휴대폰이 다양한 어플리케이션과 컨텐츠를 활용하고 편리한 결제수단으로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에는 우리의 앞선 기술과 노력이 숨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유비 벨록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기술과 전문지식으로 행복하고 편리한 Life Innovation세상을 만들어 나갈 겁니다.”
우리는 지금 스마트폰으로 기차표를 예약하고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고 현금카드로 돈을 찾고 하이패스카드로 고속도로를 통과한다. 이 스마트한 세상을 가능하게 한 유비 벨록스는 스마트카드에서 스마트폰, 스마트TV, 스마트지갑, 뿐만 아니라 스마트 카까지 적용되는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삶을 행복하게 하는 기술개발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이고.
존경하는 부모, 자랑스러운 아들
부모가 부모일 수 있는 것은 그 이름이 아니라 역할과 사랑 때문이라는 것은 이흥복대표의 경우도 예외가 아이었다. 삶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이며 존경하는 사람 또한 어머니라는 그의 어머니는 어떤 분일까?
“어려서부터 늘 무언가 얘기해 주려 하셨고 강인한 생존력으로 사막에 혼자 버려져도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저의 경쟁력이라면 잘 버틴다는 것, 지구력이 좋은 것입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지쳐서 나가떨어지고 그러다 보면 포기도 하게 되는데 지구력 또한 어머니의 가르침이라 생각되지요.”
모친얘기를 하면서 책을 한권 건네주는데 <아직도 꿈을 꾼다>는 제목의 어머니 에세이 집이다. 사랑 가득한 자녀들 이야기로 엮어졌는데 특히 이흥복대표가 우수벤쳐기업으로 선정되어 대통령상을 받는 시상식장에서의 감회는 모든 엄마들의 로망감이다.
“부모님께서 독실한 불자셨어요. 어린이불교학생회 때부터 매일 밤 반야심경을 외우고 잠들었는데 사실 뜻도 모르고 그냥 했죠. 궁금하던 차에 같은 대학을 다니던 누나 따라 불교학생회활동을 하면서 경전도 보고 철학서적도 같이 읽으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웠어요. 불교는 여러 얼굴을 하고 있지만 제가 접한 불교는 기복신앙의 측면보다는 내면의 통찰과 외부환경에 대한 현실직시를 중시하는 편이 강했던 듯합니다.”
물길은 하나로 모이는 법, 이것이야말로 ‘늘 깨어 있으라.’는 가르침이고 ‘조고각하(照顧脚下)’아니런가.
시험문제지에 지배당하지 말고 문제지를 장악하라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로 청춘을 경유한지 오래지 않은 그에게 물었다.
-전국의 고3엄마들을 수험생으로 만드는 수능시험이 이달 10일입니다. 만점에 가까운 성적으로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고...
“첫 입시에 떨어지고 재수를 했는데 그 시절이 너무나도 힘든 시련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삶에 깊이를 만들어 준 시간들 이었다고 생각해요. 만약 한 번에 붙어서 대학 갔다면 혼자서 저 잘난 줄 알고 반성 없는 삶을 살았을 것 같습니다.”
인생의 어떤 순간도 쓸데없는 순간은 없다고 했다. 재수시기 그에게 다가온 괴로움, 쓸쓸함, 당혹감, 열등감등 이 모두가 삶의 에너지로 작용해 도전의 불빛, 감성의 불꽃으로 만들어졌으리라.
-이제 막바지인 입시생들에게 선배가 해줄 수 있는 한마디라면?
“고등학교 때 무식하게 공부를 양적으로 정말 많이 했는데 모의고사 성적은 잘 오르지 않았어요. 나중에 자신감을 갖고서는 거의 만점을 받았는데요. 시험문제지에 지배당하지 말고 문제지를 장악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죠.”
주변의 고3학생들과 재수하는 아이들이 머릿속으로 휘리리릭 지나간다. 이 말, 꼭 전해 주어야겠다. 그리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문과에서는 법대, 이과에서는 의대로 진학하는 이 시대에 의대가 아닌 공대로 진학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어릴 때부터 전기공학과로 진학할거란 생각을 늘 했어요. 아버지도 공학전공으로 엔지니어셨구요.”
이쯤에서 나는 ‘공공성 기여‘라는 말이 생각났다. 개인의 안녕과 행복에서 한 발 나아가 사람이 행복하고 편리할 수 있는 기술개발, 그리고 글로벌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이흥복대표에게 무한신뢰를 보내고 싶다.
도전으로 들끓는 그의 세포 속에 피아노연주의 유연함도
창업에서 합병, 코스닥상장까지를 10여년 만에 이루었다. 지금 38세의 유비 벨록스 이흥복대표, 그의 각오는 어떤 것일까?
“이제 곧 매출 100억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30대 안에 1000억은 해야지 생각했고 앞으로 10년 안에 1조를, 그 뒤 10년 안에 10조를 하려고 합니다. 목표는 100조인데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그래서 가능한 조금씩 당기려고 노력중입니다.”
대학시절 과외아르바이트가 싫어 소프트웨어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 사업으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그에게 지금 하는 일이 가슴 뛰게 좋으냐고 물어봤다.
“매일매일 사건사고도 많고 좋은 일과 힘든 일이 롤러 코스트 타듯 수시로 반복되는데요. 스트레스로 보면 이만저만 아니지만 역동적인 삶이 한편 즐겁기도 합니다.”
-시간이 날 때는 무엇을 하는지?
“아들이 둘 있는데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 아이들과 놀아주고 또 피아노 연주를 합니다. 어릴 적에 피아노를 치고 싶은데 어머니께서 태권도학원만 보내고 피아노를 안 가르치셨어요. 대학 가자마자 피아노를 배웠는데 두 달 만에 바이엘에서 체르니30번까지 뗐어요. 어깨가 아플 정도로 하루 8시간씩 연습했는데 그래도 좋았죠. 가끔은 작곡도 하구요.”
어이쿠! 연습하기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피아노 학원으로 보낸 이 땅의 엄마들 생각하는 바가 있을 것 같다. 음악도 수학적이라더니 정말 그런가요? 하고 되물었더니
“아뇨, 작곡은 느낌으로 해요.”
반전이다. 매출 10조원이 목표인 첨단디지털사업체 대표인 이흥복, 그는 약간 건조하리란 나의 예상을 벗어나 외려 말랑거리는 감성을 갖고 있다. 유쾌하다.
-설레게 하는 것이 있다면?
“내일을..1년 뒤를..10년 뒤를 늘 머릿속에 그리는데 그게 삶의 지향점이 되고 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10년 뒤에 벌어질 일을 상상하며 밤잠을 설칠 때가 있어요. 그런 것이 설렘 아닐까요?
부드러운 목소리를 뒤로하고 사무실 문을 나서는데 박하사탕 한 알 깨문 것 같은 느낌에 아! 지금 이 순간이 열렬해진다. 인생이 한없이 허망하고 지루하다 생각하는 당신! 이제 정신이 좀 드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