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명未明이다.
밤의 장막은 아직 대지에 잔영을 깊게 드리우고 있다.
도요타 한 대와 카니발 네 대는 스물네 명 사막의 노마드를 싣고 1,300km 벙글벙글 대장정의 길을 나서려고 출정을 기다리며 도열하고 있다
차는 새벽의 어둠을 가르며 달린다.
사위는 정밀하다.
감동을 가득 안겨주었던 안드로메다, 대마젤란, 소마젤란성운도, 너무도 친숙했던 남십자성도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아득히 지평선에 희붐하게 빛이 어린다.
하늘이 서서히 열린다.
회색빛이 연미색으로 물든다.
여명이다.
길은 일직선이다.
정동正東이다. 일망무제一望無際 무차지경無車之境이다.
적요하다.
질주본능이 굼틀댄다. 고혹적인 최면이다.
계기판은 180을 넘어 200을 가리킨다.
주행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강렬한 충동이 이성을 마비시킨다.
긴장의 끈이 느슨해진다.
힘껏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 속도계는 200km를 넘어 자꾸만 올라간다.
나는 지금 금지된 장난을 저지른 소년이 되었다.
지평선은 타원형이고 하늘과 땅은 끝없이 맞닿아 있다.
색은 코발트 마린 블루다. 투명유리 그릇 안에 파란 물감이 번질 듯이 흩어진다.
하늘 끝자락에 노랑 빛이 물든다. 옅은 주황빛으로 점점 붉어진다.
페퍼민트 옐로가 된다. 버밀리언으로, 로즈레드로 카멜레온처럼 변신한다.
회오리바람이 인다. 꽃구름이 스펙트럼을 이루며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
스멀스멀 너울거리며 파도가 밀려온다.
금세 바다에 풍덩 빠질 것 같다.
신기루다.
환영이다.
새벽 여명의 산란 현상이다.
서편 하늘에는 하현달이 한 점 조각배처럼 외롭게 떠있다.
차는 경사진 언덕을 달린다.
지평선이 포물선을 그리며 내 눈 아래에 있다.
관목 사이로 태양이 살포시 얼굴을 내민다.
내 눈과 직선으로 마주친다. 강렬하다. 그러나 작열하지는 않는다.
아직은 마주 볼 수 있다. 나를 나직이 올려다보며 수줍게 떠오른다. 빨려 들어갈 것 같다.
비현실적이다.
방사형 털구름이 황색, 분홍색, 회색 띠를 두르고 동녘 하늘을 수놓고 있다.
주황빛 유리구슬에 아우라와 섬광이 푸른 하늘에 물든다.
드디어 Kimberley의 동쪽 하늘에 태양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백일홍 빛이다. 이글이글 타오른다.
다홍빛 마블링 물감이다. 홍시가 떨어져 질펀한 색이다.
태양이 나에게 정면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온다.
눈이 부시다. 레이저 광선을 쏜다. 빛의 향연이다.
오늘은 내 생애 가장 찬란한 아침이다.
정결하다.
아름답다.
활홀감이 온 몸을 휩싼다.
감동이 극에 달하면 머릿속은 오히려 단순해진다.
대자연의 장엄한 합창이 빛의 쇼와 더불어 끝없이 이어진다.
평생 다시 보기 힘든 경이로운 광경이다.
오, Kimberley의 태양이여!
차는 계속 질주한다.
무한경계의 검붉은 대지를 향하여.
지난 여름 자연과학을 사랑하는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동호인들과 서호주 학습탐사를 다녀왔다.
11박 12일 일정으로 퍼스에서 kbs “남자의 자격”에도 소개된 적 있는 벙글벙글까지 왕복 7,000 km 여정이다.
빅뱅에서 지구의 탄생, 인간의 출현, 의식의 진화에 이르는 137억년 우주 진화의 역사를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균형 학습으로 통합적 사고를 함양하자는 취지로 조성된 학습 모임이다.
사막에서 직접 운전, 취사, 야영 생활을 하며 가능하면 최대한 자연을 몸으로 체득하는 탐사 기행이다.
다음은 7월 26일 새벽 4시 기상하여 1,300 km 떨어진 벙글벙글로 출발하면서 Kimberley 지역에서 맞이한 일출 광경을 내 나름으로 묘사한 단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