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작년 이맘때였다. 아프리카에 공연을 갔다가 말라리아에 감염돼 한국인 공연 단원 2명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 우선 늦었지만 지면을 통해 그분들의 명복을 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우리국민이 말라리아로 사망에까지 이른 케이스는 적어도 매년 한 번 꼴이었고, 거의 모두가 아프리카 여행 중 감염돼 불운을 겪었다. 그래도 단체 여행을 갔다가 일행 중 2명이나 사망한 경우는 작년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아프리카는 그만큼 각종 열대병이 발생하는 곳이고, 웬만한 문명세계에서 온 사람은 살기 힘든 척박한 곳이다. 오죽하면 자국민들도 신생아의 반 정도가 5세 이상을 넘기지 못할까. 그만큼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곳, 그곳이 아프리카인 것이다.
나는 처음 아프리카로 향하기 전 프랑스 파리에 들렀었다. 프랑스는 식민지 종주국답게 아프리카로 가는 항공편이 많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백인 기자 두 명에게 조언을 구했다. 잠비아 출신인 사진기자 한명은 나에게 에이즈에 대한 위험을 이야기해 주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펜 기자는 나에게 무엇보다도 현지의 물과 말라리아를 조심할 것을 말해주었다.
파리의 생 제르멩에 있는 한 카페에 선뜻 나와 준 그녀는 나에게 “예방접종은 받았느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정말 아무 준비도 안하고 있었다. “예방접종이요? 어렸을 때 맞은 것하고 미국 유학 가고 나서 맞은 것 밖에 없는 데요?”
그랬더니 이내 그녀는 아주 걱정스런 얼굴을 하며 나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그녀도 아프리카 출신이기는 하지만 취재 갈 때에는 항상 긴 팔 옷을 입고, 잘 때는 손과 발, 얼굴 등지에 모기 예방약을 바르고, 시골마을에 갈 때 에는 모기장을 휴대한다는 것이다. 물론 말라리아 약을 먹어야하는 것은 당연지사.
말라리아는 다른 전염병과 달리 예방접종이 따로 없다. 그래서 더 예방이 어려운 것이다. 나는 그녀의 준비성에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겁이 덜컥 났다. ‘아, 이렇게 해서라도 힘들게 다녀야하는 곳인가.’라는 생각에 걱정이 밀려왔다. 그녀와 만난 뒤 나는 에어 프랑스 사무실에 가서 각종 예방주사를 맞고, 스포츠 용품점에 가서 바르는 모기 예방약과 모기장을 샀지만, 웬지 석연치 않았다. 매일 먹는 말라리아약도 파리의 약국에서 구입했다.
그리고는 생전처음 간 아프리카 국가가 바로 ‘콩고민주공화국!’ 그곳에서 만난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말라리아 약 종류가 상당히 많이 있는 데, 현지인들은 매일 복용하는 게 아니라, 말라리아에 걸리면 먹는다고 한다.
콩고의 동북부 고마(Goma)에서 나와 함께 일했던 ‘케네디’라는 통역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우리 아프리카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말라리아와 함께 살고 있어. 나도 말라리아에 걸렸을 때는 죽다 살아나는 걸. 열이 펄펄 나고 전혀 움직일 수가 없어.”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살아가는 과정에서 말라리아에 여러 번 걸렸다가도 다시 살 수 있는 지?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 작년 공연단원의 사망소식이 있기 직전, 나도 아프리카의 서부에 위치한 시에라리온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 때 취재했던 산부인과 병동의 간호사가 병원에 며칠 나오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녀가 다시 병원에 나온 날, 나는 “왜 그동안 병원에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그동안 말라리아에 걸려 못 나온 것이었다. 나는 그녀가 말라리아에 걸렸음에도 며칠밖에 휴무를 하지 않은 사실이 더 놀라왔다.
나는 물었다. “어떻게 말라리아에 걸렸어요?”
“우리 집 화장실에서 모기에 물린 것 같아요. 아프리카의 집에는 모기가 한두 마리 있는 게 아니고 수십, 수백 마리가 있어요. 그 중 한 마리한테 잘못 물리면 말라리아에 걸리는 거예요.”
우리나라의 모기는 그다지 위험하지 않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모기에 물린다는 일 자체가 치명적일 수 있다. 그만큼 척박한 땅인 아프리카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은 사자도 호랑이도 아닌, 작은 곤충인 모기라는 점이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사진설명: 시에라리온의 프린세스 모자병원 산부인과 병동 침대 위에 모기장이 하나씩 걸려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첫째도, 둘째도 모기 조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