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佛法을, 불교를 대표하는 세 가지의 분명한 진리인 삼법인三法印에서도 제행무상은 첫 번째로 거론되는 중요한 가치관이라는 것은 주지周知의 사실이다. 얼마나 분명한 것인지 그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도장이라는 인印으로 형용하고 표현한 것으로도 충분히 헤아려 짐작할 수 있다.
인터넷과 통신이 극도로 발전된 시점에서도 상거래와 신용거래의 모든 시작과 출발점에서 도장은 개인의 얼굴이나 신분에 우선하는 중요한 조건인 동시에 개인의 신분에서 무엇보다 분명한 증명을 보장하는 요건인 것이다. 그러므로 삼법인이란 불교를 대변하고 증명하는 세 가지의 중요한 조건이며 중대한 요소로, 제행무상과 제법무아諸法無我와 열반적정涅槃寂靜 등을 말한다.
이 가운데 첫 번째의 제행무상은 모든 생명과 존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모든 존재와 현상은 항상 변함이 없이 언제나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제행무상이며, 그렇기 때문에 모든 생명과 존재가 소멸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 소멸된다는 것에서는 모든 생명과 존재의 공통적인 절차인 것이다.
이러한 제행무상의 가르침에는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준비와 대비對備가 필요하다는 지혜가 담겨 있다. 생명은 물론 삼라만상의 모든 존재가 끊임없이 변화하며, 동시에 모든 것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는 사실을 직시直視해야 한다는 것이 제행무상에 담겨있는 메시지이다.
유례없이 길고 지리한 장마도, 폭염에 힘겨운 더위도 결국엔 지나가 버리는 한 시절의 현상이기에 참고 이겨낼 수 있는 것이며, 세월이 약이라는 노래도 처참한 아픔이나 고통도 시간이 지나가면 그 농도가 옅어지게 된다는 의미에서 제행무상과 연계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통과 아픔과 기쁨 등의 순간의 감정이나 물리적인 현상에 그때그때 반응하면서 동요하거나 헤매지 말고 언제나 변함없이 안정되고 평정한 마음과 의지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제행무상의 취지趣旨일 것이다.
이러한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철저하게 인식한다면 실제로 상실喪失 등의 혼란스러운 일과 고통이 닥치거나 벌어지더라도 지나치게 놀라거나 실망하지 않게 될 것이다. 자신의 삶에서 무엇인가 파괴되거나 상실되었을 때에 온 몸이 굳어져 버리거나 혹은 가눌 수 없는 슬픔에 잠겨서 허우적대지는 않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 파괴되거나 잃어버리는 아픔을 겪지 않는다 하더라도 머잖은 장래에, 시절과 인연이 다하는 순간이 도래到來하게 되는 것을 사람의 힘으로 도저히 막을 수 없고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제행무상의 이치로 충분히 감지感知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제행무상이 그저 상실의 극복을 강조하기 위한 명제가 아니라, 지금 바로 자신 앞에 놓인 시간과 주위와 사물과 인연에 대해 소중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보다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다.
공자孔子가 계사전繫辭傳에서 주장한 안이불망위安而不忘危, 존이불망망存而不忘亡, 치이불망난治而不忘亂 등의 삼불망三不忘도 결국에는 제행무상을 세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서 세밀하게 논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안이불망위란 아무런 걱정이나 근심이 없어서 편안하고 안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위험이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며, 존이불망망이란 양친부모께서 생존해 계시는 것은 물론 가족과 친지와 권속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존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돌아가실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명심하자는 것이고, 치이불망난이란 집안이 잘 다스려져서 관리가 잘 되고 있더라도 행여나 어지러워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행무상이기 때문에 영원한 안락安樂을 보장할 수 없으며, 영원한 생명을 이어갈 수 없으며, 영원한 평정平正도 확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원히 안락할 수 없다는 이치를 체득體得함으로써 닥치는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게 되고,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함으로써 처참한 상실을 극복할 수 있으며, 변함없이 평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임으로써 혼란한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지혜를 바로 제행무상의 이치를 해득解得함으로써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만에 하나, 안이불망위의 위기와 존이불망망의 상실과 치이불망난의 혼란이 닥치더라도 이러한 위기와 상실과 혼란을 치러내고 겪는 것이 나 하나만이 아니라 어느 누구든지 겪을 수 있고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이며 상황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만약 어느 특정한 개인에게만 일어나는 문제이자 위기라면 제행무상과 삼불망이라는 명제와 설명이 존립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렇게 누구라도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상황이라는 인식에서 위기와 상실과 혼란을 이겨내고 뛰어넘는 용기와 의지가 비롯되고 다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인생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반전反轉의 계기가 될 것이다.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게 할 뿐 아니라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삶의 가치가 소중하게 느껴지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있는 그대로의 지금의 나의 현실과 상태에서 모든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평화와 감사를 느끼면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면 그 변화를 통해서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리라는 각오를 다지면서, 순간순간마다 항상 성실하게 모든 노력과 최선의 힘을 기울여서 미련이나 후회를 남기지 않는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제행무상의 진리에 수순隨順하는 불자의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