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에 차 봉사를 마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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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향기 - 김향숙┃해인사 문수암
2011년 06월 352호
온갖 꽃들과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는 계절의 여왕 5월 부처님 오신날에 나는 문수암에 왔다. 오색의 연등과 축제 분위기가 좋아 해마다 이맘때는 사찰에서 하루를 보내곤 한다. 마당 가득 달린 연등에는 소리 없는 기도와 기쁨이 넘치는 듯하다. 부처님께서는 참 좋은 계절에 오셨다. 올 해는 좀 색다른 하루를 보냈다. 언제나 구경꾼 이었던 내가 축제에 동참하는 영광을 누렸다. 불심이 지극한 항하사 아우님이 “스님께 언니자랑 많이 했다우” 라는 한마디에 앞뒤 없이 시작하게 된 차 대중공양, 생각 해 보면 감사한 일이다. 물안개와 물소리, 싱그런 풀 향기의 무한한 환영을 받으며 문수암에 도착했다. 일기가 고르지 못할 것이라는 예보를 들은 터라 처마 밑에 찻 자리를 폈다. 백자 연지와 옹기종기한 찻 잔들이 후덕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니 보기가 좋다. 연잎 차와 다식떡, 어린이들을 위한 사탕과 과자를 준비하고 테이블 끝자락에는 백자 연지에 연꽃도 한 송이 피웠다. 오늘을 함께 하는 차 동지들과 한복을 곱게 차려 입으니 어여쁜 나비가 된듯하다.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아 차를 우렸다. 공양간을 비롯해서 절의 곳곳에서는 소리 없는 봉사의 손길이 움직이고 있다. 도량이 깊고 유명한 절이며 수양 높으신 원철 스님도 계시는데 참으로 소박한 찻 자리를 준비해와 펼치고 있으려니 덜컥 겁이 났다. 처마 끝에서 울리는 풍경 소리 들으면서 호흡을 가다듬으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은은히 퍼지는 향과 우아한 모습의 연꽃차가 인기다. 한 잔의 차로 인해 몸과 마음이 여유로워 지고 사람과 사람의 어우러짐이 신기할 따름이다. 사탕을 물고 뛰어 다니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도 마당 가득 향기로 퍼진다. 근래에 감명 깊게 읽은 무소유란 책에서 법정 스님은 이렇게 말씀 하셨다. “내가 즐겨 읽는 <요한의 첫째 편지 >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입니다. 보이는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을 부처님으로 바꿔놓으면 불교도들에게 해당될 적절한 말씀이시다.” 진리를 설파하기 위해서는 하느님 부처님을 스스럼없이 넘나드는, 도량이 크신 스님의 이글을 읽고 나서 한동안 훈훈하게 가슴으로 다가오는 감동에 젖었다.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살라 당부하신 법정 스님, 내 이름자가 향기롭고 맑다는 뜻이라 더욱 존경하는 분이시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자비와 사랑을 통하여 극락과 천국을 향해 찾아가는 세상의 순례자들이라 여겨진다. 나눔이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나와 너 우리 모두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오늘도 차향을 나누어 본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카톨릭 신도로서 오늘은 부처님의 자비가 넘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