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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차를 운전하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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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 정은진/프리랜서 포토저널리스트 2011년 06월 352호

지난 3월 일본 지진해일 취재당시 국제면허가 없어 발을 동동 굴렀던 나는 일본에서 돌아오자마자 면허증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일본인 사진기자인 시호도 사건이 터지자마자 현장에 투입돼 운전을 했고, 미국인인 폴라도 직접 운전을 하면서 현장을 누비지 않았던가. 한국에서 전쟁이라도 터진다면 나도 운전대를 잡고 취재현장을 달려야 한다. 유비무환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의 미국 면허를 한국 면허로 바꾸고, 내친김에 1년짜리 국제면허도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역시 좋은 나라라, 국내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국제면허를 발급받는 데에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구상에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운전을 할 수 없는 나라가 있다. 바로 사우디 아라비아인 것이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이자 프로펫 (선지자) 모하멧의 나라이자 오사마 빈라덴의 고향, 그리고 이슬람 성지인 ‘메카’가 있는 곳이다. 그곳의 ‘샤리아 법,’ 즉 이슬람 율법은 여성의 차량운전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이를 어길 시 형사건으로 입건되고 감옥에 갇힌다.
영국의 진보일간지 ‘가디언’지는 23일자 기사에서 사우디 여성인 ‘마날 알 셰리프’가 운전을 했고, 그로인해 정부당국에 의해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그녀가 운전대를 잡은 이유는 운전기사가 사표를 내는 바람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수퍼마켓에 가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그의 체포로 인해 사우디에서는 여성운전금지 폐지에 대한 온라인 운동이 한창이라고 한다.
그럼 왜 샤리아 법에서는 여성운전을 금지시키는가? 물론 선지자 모하멧 시대에는 자동차가 없었고, 그의 두번째 부인은 모하멧과 낙타로 경주를 하기도 했다고 하니, 여자의 운전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해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자동차라고 하는 폐쇄적인 공간으로 인해 여자가 이슬람 율법을 어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금지가 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여자가 운전을 하면 이슬람 교도가 해서는 안되는 부정적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 좁은 공간에서나마 자유를 만끽하게되는 여성 운전자는 자칫 외갓 남자가 볼 수 있는 순간에 머리카락을 드러내는 등 히잡 (머리를 덮는 스카프) 을 벗을 수도 있다. 가족이 아닌 외갓 남자와 차 안에 동승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여자가 운전하는 차가 도로에서 고장이 나거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여자가 위험해 처할 수 있다. 자동차나 타이어를 고쳐준답시고 여자를 강간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또한 자동차로 이곳 저곳을 여행하다보면 다른 남자들과 접촉이 불가피하고, 이는 이슬람의 율법을 어기는 결과로 연결될 것이다.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사악한 일 (사드 알-드하라’이)을 방지하는 것, 이것이 바로 샤리아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재판관들의 의무일 것이다.
나도 몇 달전 구미에 취재 차 내려갔다가 버스 터미널에서 TV를 본 적이 있었는 데, 여성 운전자의 경우 자동차 사고발생 시 차에서 나오지 말고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으라는 내용이었다. ‘요즘 세상이 이렇게 흉악하게 변했나’하고 의아해하기도 했다.
여성운전금지에 대해서는 찬반논란이 있을 수 있고, 사악한 남자 운전자들로부터 여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의 경우, 여자지만 운전을 꼭 할 줄 알아야겠고, 사건이 터져서 운전 기사를 고용할 수 없다면 나라도 운전대를 잡아서 가야겠다. 운전에 있어서 양성평등이 이루어진 나라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새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