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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와 변호사의 직업의식- 전관예우방지법의 시행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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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방 - 유재복 2011년 06월 352호

전관예우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변호사법이 공포되어 시행에 들어갔다. 판사와 검사 이외에 군법무관,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경찰관서에서 재직한 변호사는 퇴직 전 1년 동안 근무했던 국가기관의 사건을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게 되었다. 위헌결정이 난 바 있는 1998년도 전관예우금지법(변호사법)과 동일하지는 아니하더라도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소지는 여전히 있어 보인다.

“전관예우”의 본디 의미는 “장관급 이상의 고위 관직에 있었던 사람에게 퇴임 후에도 재임 때와 같은 예우를 베푸는 일”이다. 배려와 대우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호칭부터가 그렇다. 한 번 장관은 영원히 장관으로 불리고, 한 번 장군은 영원히 장군으로 불린다. 고위공직자는 대개가 다 그렇다. 전관변호사는 그래도 이 점에서는 덜하다. 전관의 호칭이 영원히 불리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변호사”로 통칭되기 때문이다.

전관예우는 전관변호사에게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변리사, 세무사, 법무사 등 전직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전문직에도 똑같이 문제될 소지가 있다. 변호사도 아닌 전직관료의 로펌 재취업이나 퇴직공무원이 전직 관련 업체에 높은 보수로 재취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유독 변호사의 전관예우관행만이 법으로 금지하여야 할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매스컴을 통해서 본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수입인성 싶다. 전관예우를 받는 전관변호사는 다들 단기간에 수십억 원의 수입을 올린다는 기막힌 뉴스다.

변호사가 과연 그렇게 돈을 잘 버는 직업인가. 변호사를 하다가 늦깎이 판사를 하고 판사를 하다가 다시 변호사로 복귀한 나로서는 상상이 잘 안 된다. 사건수임을 못하여 사무실의 관리비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주위의 변호사들과 비교해보면 조금 낫기는 하다. 그렇다고 사적으로는 변호사와 접촉조차 금지된 판사나 검사가 그렇게 지각없이 전관이라고 함부로 봐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으로 제재까지 할 지경에 이른 것을 보면 법조계의 전관예우관행은 아직도 여전한가보다.

지탄받을 각오로 조금 시선을 돌려보면, 전관예우는 전관변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관변호사를 찾는 사건당사자의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매스컴은 전관예우관행을 기사화하여 전관변호사를 사실상 홍보해주고 이 기사를 본 사건당사자들은 “알았다”며 전관변호사를 수소문한다. 욕하고 비판하던 사람들조차 막상 사건당사자가 되면 역시 전관변호사를 찾는다. 그렇다고 이를 빌미로 전관변호사를 비호할 생각은 없다. 궁지에 몰린 사건당사자의 궁박․경솔․무경험을 악용하여 같은 변호사가 보기에도 너무 과다한 보수료를 챙기는 부도덕한 전관변호사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못이 튀어나오면 때리려는 원리”는 갤럭시에 위협을 느낀 아이폰의 애풀에 의해 특허권과 상표권의 침해소송을 제소당한 삼성의 이건희 회장만이 느끼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하다못해 친목모임에서 심심풀이로 벌어진 화투판에서조차 패자는 동정을 받지만 승자는 일행의 집중공격을 받게 마련이다. “튀어나오는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일 수는 있지만 은연중에 적대감의 대상이 된다. 아직은 변호사도 그런 사람 무리에 속해 보인다.

변호사도 직업인이다. 소득이 조금 높을지는 몰라도 갈수록 매우 불안한 직업이다. 지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 사무실 운영조차 어려운 변호사가 나날이 늘고 있다. 변호사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수임건수는 눈에 띄게 줄고 있는데도 외국의 대형로펌이 들어오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몰려나올 전망이다. 필리핀처럼 변호사 자격을 가진 택시기사가 나올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전관예우관행은 같은 변호사들에게조차 눈에 거슬릴 수 있는 이유이다.

의뢰인은 돈벌이의 대상이 아니다. 태반의 의뢰인은 도움이 필요한 약자이다. 미국에서 흑인폭동이 일어났을 때 한인교포들이 공격의 대상이 된 까닭을 되새겨 봐야 한다. 흑인을 돈벌이의 대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되었듯이 곤경에 처한 사건당사자를 상대로 돈벌이에만 급급해서는 안 될 것이다. 터무니없이 많은 수임료나 기만적인 사건유치로 사건당사자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변호사가 수입을 얻기 위해 일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변호사에게는 보다 높은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라 공익성을 띄는 직업인이기 때문이다.

변호사도 서비스업이다. 친절하고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 의뢰인의 말을 들어주고 억울해 하는 의뢰인의 가슴의 맺힌 한을 풀어주어야 한다. 최선을 다하여야 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보수가 적정해야 한다. 수임과정이 정당해야 한다. 전관예우를 내세운 사건수임이나 과다보수는 자칫 화가 된다. 자신뿐만 아니라 법조를 먹칠한다. 패소하더라도 보수가 적정하고 최선을 다한 변호사에게는 의뢰인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변호사는 돈으로 살 수 있는 부도덕한 집단이 아니다. 보람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괜찮은 직업인이다.

유재복님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판사와 변호사를 지냈다. 현재 공증인가대전합동법률사무소 구성원변호사로 있다. 저서로는 수필집《 늦깎이 시골판사의 세상보기》, 《더불어 행복을 찾는 지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