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고, 바로잡을 것을 촉구하는 것은 언제나 옳은 일이다. 또 문제제기가지가 역할로 끝나는 경우도 드물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데에 있어서는 늘 혼란을 겪는다. 언제나 뜨거운 논란을 몰고온다. 바로 방법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8일 국회는 2011년도 예산안을 한나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야당은 날치라고 몰아붙였고, 여당은 법정시한 내 처리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맞섰다. 조계종은 이날의 강행 처리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템플스테이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볼 대목은 단순히 예산이 삭감되었기 때문에 반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눈에 띈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고 강행 처리한 점, 서민 지원 예산이 삭감 또는 폐지된 데 대한 유감의 뜻도 표했다.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에 대해서도 직접 탓하지 않았다. 불교와 문화유산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화유산에 대한 천박한 인식”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매우 높였다.
도법스님이 4월 19일 조계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불자회 법회에서도 지적했듯, 지금까지 조계종은 구걸하듯 예산 배정을 요구했고, 정부여당은 마치 혜택을 주듯 예산을 배정했다. 이런 관행을 끊겠다는 것이 조계종의 의지이다.
그 의지를 정부여당 인사의 사찰출입금지라는 초강수로 드러냈다. 주요 사찰에 현수막을 걸었다. “민족문화 보호정책 외면하고 종교편향 자행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대해 oo사 출입을 거부합니다.” 일찍이 없었던 강도 높은 조치다. 총무원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지역의 사찰에서는 불편함을 드러냈다. “총무원의 뜻은 알겠는데, 지역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조치이다. 지역의 기관장이나 국회의원은 이명박정부나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면서 동시에 지역의 유지인데, 어떻게 사찰출입을 막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임에도 교구본사별로 정부 규탄성 대회가 이어졌다. 민족문화 수호와 5대 결사를 추진하기 위한 결의를 다져갔다.
조계종이 강력한 의지를 보이자 정부여당도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4월 초 정부와 청와대, 한나라당 고위인사들이 4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갖고 불교계와의 소통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불교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TF를 구성키로 하고, TF에 한나라당 내 대표적인 불자인 주호영 의원과 청와대 박범훈 교육문화수석,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 관련 공무원 등의 이름이 거론됐다.[\'봉축 앞두고 조계종-정부 화해 분위기\', btnnews, 2011. 4. 5]
이어 국가브랜드위원회는 4월 8일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에서 문화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국민의 공감과 지지가 중요하다\"면서 \"고유문화 자산을 세계인이 공감하는 문화 콘텐츠로 재해석해 글로벌 브랜드화를 하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사찰과 서원과 같은 전통문화의 가치를 발굴하고 확산하는 일이 한국의 이미지를 신장하는데 굉장히 중요하다”며 “G20 이후 한국이 여러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고 세계 각국이 우리 문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 시점에 국가브랜드위원회가 많은 역할을 해 달라”면서 전통사찰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에는 한나라당 불자회 국회의원들이 나섰다. 4월 19일 조계사에서 ‘전통문화 수호 및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상생과 화해 다짐 법회’를 봉행했다. 이 법회는 한나라당 불자회가 정기적으로 여는 법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조계종과의 관계가 불편한 가운데 조계종의 총본산인 조계사에서 여는 법회이기 때문이다. 조계사는 얼마 전까지만해도 출입금지 구역이었다. 최병국 국회정각회장, 김무성 원내대표 등 중진을 포함 20명의 국회의원이 참석했으니, 당내 모임의 법회에 적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것이다. 조계종과의 관계가 불편한 가운데 조계사 법회를 제안해 성사시킨 조윤선 의원은 “쪽문 하나를 열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여당은 4.27 보권선거가 놓여있는 마당에 조계종과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을 넘어가면서 레임덕이 나타나고 있는데 조계종까지 반이명박의 진원지가 되는 것은 더욱 원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조윤선 의원의 말대로, 조계종의 문을 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계종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자승스님은 4월 22일 열린 교구본사주지회의에서 “종단은 정부와 여당의 문화재 인식에 대한 진실성과 책임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의 앞뒤에 부연이 없어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겠지만, 정부여당의 일련의 태도를 흡족하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정부여당의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가 이를 뒷받침하는데, 낙단보 마애불 인근에 옹벽공사를 강행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4대강 공사를 서둘러 마무리하려다보니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발굴된 문화유산은 먼저 원형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그 가치를 헤아려볼 수 있다. 그 다음 원형 보전을 하던지, 박물관으로 옮겨 보관하던지, 연구논문으로 남겨놓던지 해야 한다. 그런데 원형도 확인하지 않고 마애불 인근을 콘크리트로 옹벽을 치는 일은 문화유산에 대한 폭거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전통사찰 지원도 관광상품으로 활용한다는 차원이라면 큰 문제다. 사찰은 관광지로 바라보기 이전에 수행도량이다. 이같은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불교에 대한 몰이해이며, 예의가 아니다. 조계사 법회도 그렇다. 쪽문을 빠꼼히 열고 들어오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조계종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먼저 숙고해야 한다. 도법스님이 조계사 법회에서 정부여당과 조계종은 모두 국민 앞에 무릎을 꿇으라고 일갈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예산을 조계종을 위해서가 아니라 문화유산 보전과 국민을 위해 쓰라는 것이다. 구걸하고, 혜택을 주듯 하는 예산 책정에 대해 깊이 참회하라는 경책이다. 이를 헤아리지 못하면 길은 오리무중이다. 조계종 사찰의 문이 활짝 열려도 열리지 않은 것이다.
조계종도 진정성을 더 확보해야 한다. 예산안 강행 처리를 비판하면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겠다고 밝혔는데, 정부여당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끼워넣은 것이 다분하다. 4대강은 예산안 강행 처리와 무관하게 여러 이유로 반대할 수도 있고 찬성할 수도 있다.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동원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성을 의심받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왔다. 부처님은 늘 화합을 당부했다. 조계종과 정부여당도 언제까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 서로 알 듯 모를 듯 사인을 주고받는 모습은 거북하다. 문화유산과 정부예산, 조계종과 정부여당과의 바람직한 관계, 이런 주제들을 내놓고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 마침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