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지진해일 취재전쟁 - 차량을 확보하라!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렌즈로 본 세상 - 정은진/프리랜서 포토저널리스트 2011년 05월 351호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차, 각종 지방 기차와 버스, 수십개 국내선 항공편 등 대중교통수단이 가장 잘 발달돼 있는 나라 중 하나인 일본이 지진과 쓰나미에 속수무책이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더구나 이 지진 해일은 일본 본섬인 ‘혼슈’에서 72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지만, 동북 지역의 모든 교통상태를 마비시켰다. 이번 취재의 관건 중 하나는 누가 운전면허를 갖고 있느냐 였다. 그것도 일본 면허 아니면 국제면허증이어야 했다. 그래야 자동차를 렌트할 수 있다.
나는 예전에 미국에서 따놓은 뉴욕주 운전면허증이 있었지만 국내에서 국제면허증으로 바꿀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아마 해외 면허증을 국내 면허로 전환하지 않는 한 국제면허증을 받기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돼 있고, 나의 경우 개인 승용차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한국 면허증이 아예 없었다! 그래서 내가 가르쳤던 일본인 학생들을 상대로 무작정 수소문한 결과, 그 중 노부학생이 운전면허가 있었고, 또 다른 학생인 노리코가 나와 제임스(미국인 프리랜서 사진기자) 와 함께 토호쿠 (동북) 지방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
나는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차를 렌트했지만 다른 기자들은 사정이 달랐다. 보통 제3세계에서 자연재해 사건이 나면 택시를 타거나 운전수를 고용했다. 비용은 많아야 하루에 100~200 달러 선. 그런데 선진국인 일본에서는 택시비만 하루에 5만엔! 우리돈으로 66만원 꼴이다. 그것도 24시간이 아닌 12시간이다.
그래서 이번 취재때는 기자들이 여러 가지 방법을 써서 차량을 끌고 동북부 지진현장으로 향해야 했다. 다른 취재 때와 달리 이번 일본에서는 가솔린 (휘발유) 대란이 일어났었다. 주민들이 사재기를 하는 통에 주유소를 찾아다니느라 반나절을 소비하기도 했다. 어떤 특파원은 LPG를 사용하는 택시기사를 도쿄에서 센다이까지 고용, 2,000 달러를 지불하기도 했다.
통신사에서는 현지인 직원이 있으므로 현지인이 운전을 했다. 일본지국이 없는 타 언론사에서는 운전면허가 있는 현지인 통역이 차를 렌트하거나 아니면 통역 이름만 빌리고 국제면허가 없는 기자가 직접 운전, 졸지에 무면허 운전이 되기도 했다!
게티 이미지 스태프 사진기자인 폴라 브론스틴의 경우는 운이 좋았다. 갑자기 일본으로 급파된 폴라는 도쿄 사무실에서 홋카이도(!) 에 있는 렌터카 회사를 섭외해 훗카이도에서 차를 빌린 뒤 페리를 타고 아오모리로 와서 다시 남쪽으로 운전해 온 것이다! 혼슈나 도쿄에 있는 렌터카 회사와는 달리 홋카이도에서는 폴라의 메사츄세츠 면허증을 그대로 인정해주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 회사가 다 좋은 건 아니었다. 나중에 차를 돌려주려면 다시 홋카이도로 가야했다. 같은 사무실로 돌려주지 않으면 1,300 달러의 벌금을 낸다고 했다. 차를 빌릴 때는 좋았지만 결국 게티 이미지의 다른 스트링거 사진기자인 태국인 ‘아팃’이 대신 차를 돌려주었다.
정말 별의별 케이스가 다 있었다. 쓰촨성 대지진에 이어 이번에도 뉴욕 타임즈와 일하게 된 후카다 시호는 사진기자임에도 불구, 운전도 하고 통역도 하고 사진도 찍는 등 1인3역을 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운전기사와 통역 일당이 각각 5만엔이니 업주 입장에서는 최소의 노동비로 최고의 노동력을 뽑아내는 게 이득 아니겠는가.
살인적인 일본의 물가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솔린 대란이 일어나 이번 동일본 지진해일 취재는 누가 언제 어떻게 교통편과 긴급차량 표시를 확보하느냐에 따른 보이지 않는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렌터카나 택시, 가솔린 문제는 기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나 다름없다. 기자들은 더욱 정확한 뉴스를 전세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게 임무다.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기자들은 항상 각종 어려움을 헤치고 보도활동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