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은 자지러지고 여인들의 웃음소리 난만한 가운데 한사람이 우뚝하다. 봄바람에 천변 수양버들 흔들리고 일렁거리는 가지 따라 마음도 출렁이는데 허리를 곧추 세우고 앉은 모습에 말 붙이기가 영 쉽지 않다. 따뜻하면서도 얼마든지 강한 사람이 될 수 있고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경우가 바로 이런 거구나 싶은 마음으로 한 발 무릎걸음으로 다가갔다. 당당하고 품위 있는 그 사람 탤런트 김용림(대원경)불자이다.새벽 천수경소리에 아침이 시작되던 어린 시절
엄격하고 단호한 이미지의 첫 느낌에 주춤했지만 불교는 모태신앙이라 말문을 여는 그이 덕분에 인터뷰는 일사천리다. 어린 시절 김용림의 어머니는 매일 새벽 찻물을 올리고 천수경 독송으로 하루를 열었는데 사춘기의 김용림은 신 새벽 들려오는 경전 읽는 소리에 선잠을 깨면서 그 소리가 그리도 싫더란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어느새 천수경을 외우게 되었고…인연이었을까? 결혼을 약속하고 만나던 탤런트 남일우씨와의 데이트코스가 관악산 연주암이고 또 승가사였으니 오늘날 불자로 살아가게 될 인연들이 그렇게 저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김용림불자 가족은 동판 팔만대장경 홍보대사로 위촉된 바 있어 해인사와도 인연이 있다. 알다시피 탤런트 남성진과 김지영이 그이의 아들 며느리다.
-동판을 들고 온가족이 함께한 홍보사진을 많은 불자들이 기억합니다. 가족들이 산사를 찾는 경우도 가끔 있나요?
“쉽지는 않아요. 외식한 번 하려 해도 네 사람이 스케줄 조절해야 되는데 그래도 절에 가는 것은 특별행사니까요. 며칠 전에도 시아버님 기일이어서 지영이와 손자까지 모두 수안사에서 재를 올렸습니다. 수유리 삼성암이 원찰인데 산중에 있어 자주 가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요즘에는 가까운 수안사를 찾습니다.”
이제 세 살 된 손주까지 6식구라고 가족을 소개하는 그이한테서 탤런트 이전에 영락없는 할머니모습을 만날 수 있다. 과연 그이도 간절하게 부처님 전에 엎드려 본 적이 있었을까?
“ 딸아이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였어요. 갑자기 기숙사에서 나와 길거리로 내몰릴 지경이 되었어요. 국제전화를 받자마자 부처님께 기도했지요. 밤새 관세음보살을 염하며 간절하게 기도했는데…기도는 그런 거에요. 해 본 사람만이 기도를 하는 겁니다. 그 뿐이 아니에요. 멀리 이국땅에서 공부하는 딸에게 언제나 마음이 쓰였는데 어느 날은 또 아파서 학교를 갈 수가 없다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도였습니다. 저의 삶에 부처님이 아니 계셨다면 참 힘들고 애로가 많았을 겁니다.”
엄마인 그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한다. 오월, 너무 가까이 있어 잊어버리기 쉬운 존재인 엄마! 어머니를 한번쯤 돌아볼 오월이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법당에 들어서도 아들 딸 잘돼라 발원하고 부처님 오신 날 연등에도 당신이름은 올리지 않거나 온 가족 이름 모두 밝히고도 끝자락에 이름 한 자 올리는 것을 내켜하지 않으셨으니.
불교를 알면 욕망에서 자유로워
사람들이 그이에게 궁금해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방송출연에 광고까지 버는 출연료가 도대체 얼마나 되며 빌딩도 한 서너 채 있지 않느냐 하는 거란다. 사실 버는 것도 많지만 연예인이기에 어쩔 수 없는 씀씀이 또한 만만치 않다고 하는 그이의 답변에서 모범생의 이미지가 역력하다.
“빌딩은 한 채도 없지만 열심히 살았고 그래서 남편과 함께 반듯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음에 보람을 느낍니다. 스님께서도 욕심 내지 말고 가정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살라고 가르침을 주시구요. 요즘에 58세 정년인데 저희 같은 연기자는 건강이 허락하는 만큼 일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축복받은 직업인지 몰라요. 욕심은 화를 부르지만 부처님 가르침이 있기에 욕망에서 자유롭지요.”
그이가 의지하고 있는 스님은 염불제일 세민 큰스님이시다. 스님의 염불소리만 듣고 있어도 마음이 평화로워진다는 탤런트 김용림은 탤런트 남일우씨의 신심이 가끔 자신을 부끄럽게 또는 눈물 나게도 한다며 남편을 얘기한다.
“남일우씨는 매일 기도를 하고 100일에 한 번씩 기도입재와 회향을 합니다. 새벽에 일어나면 향 사르고 천수경을 시작으로 기도를 하는데 그 간절함에 김치를 썰다가도 파를 다듬다가도 울컥할 때가 있어요. 자식을 위해, 가족을 위해, 더 좋은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답니다.”
불자 김용림의 신행365일은…
모태신앙인 불자 탤런트 김용림은 드라마를 통해서도 절을 찾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만 라디오불교방송을 통해서 목소리마저 익숙하다. 1990년 개국한 불교방송을 통해 포교프로그램<신행365일>을 진행하는 그이는 방송이 일이라기보다 수행이고 기도며 공부하는 시간이다. 중간에 잠시 쉬었지만 20여 년간 부처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통해 생활 속 진리를 터득해왔다.
-조계종 불자대상을 받았고 108여성 불자로 선정되었었고 장기기증도 서약하셨어요. 거기다. 포교프로그램까지 진행하는 불자탤런트가 신행생활은 어떻게 할까…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의 기도방에 관세음보살님을 모셨어요. 향 피우고 3배하고 아침에 나가면서 ‘저 일하러 나갑니다’하고 들어와서는 ‘저 다녀왔어요.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고…’등등을 보고하면서 부처님과 대화를 합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불교방송 녹음 가면 3층 법당부터 들러 부처님께 예경하고 16층으로 올라가죠. 처처에 부처님 계신다는 스님의 가르침 따라 아침 준비하면서 그리고 대사를 외면서 나도 모르게 의지하게 되더라구요. 늘 부처님가르침 잊지 않고 따라 하는 정도입니다. 연예인이 화려해 보이지만 우울하기도 하고 공허할 때도 있어요. 특히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음이 산란해질 때마다 우리 부처님 가르침이 큰 위로가 되지요”
배우생활을 오래 한 그이와 함께 하는 동안 인생을 산다는 것이 리허설이 아니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내 앞에 주어진 지금뿐이라는 것이 새삼스럽다.
-부처님 오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초파일날은 주로 어떻게 보내시는지요?
“드라마녹화만 아니면 종일 수안사에서 자원봉사 합니다. 연등접수 받고 보살님들과 공양함께 하고…절에 가는 날은 탤런트이기보다 그냥 불자지요. 하지만 녹화 일정이 잡히면 부모상을 당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친정어머니 돌아가셨을 때도 연극공연중이라 끝나고 달려갔지요. 저희들 일이 그렇답니다.”
불자들은 부처님을 스승으로 받들지만 부처님께 모든 것을 의지하가나 의탁하거나 무조건 뭘 달라 갈구 하지 않는다. 부처님이 깨우친 연기법에 따라 자신을 바라보며 인간의 근원적 괴로움을 해결하려고 수행하는 것이다. 불자 탤런트 김용림의 신행이야기는 특별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여실지견如實知見이라고 해도 될까? 있는 그 자리에서 느끼고 받아들이는 그이의 신행이야기는 잔잔하게 가슴을 적신다.
연기파 배우 김용림
그림을 잘 그려 중학교 다닐 적에 문교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는 그녀의 연기생활은 학창시절 연극반 활동으로 우연히 시작되었지만 한량이었던 아버님의 예인끼를 물려받았는지도 모른다. 강한 인상 덕분에 숱한 사극에서 행랑어멈역할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고 늘 보료위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지시하는 모습이었고 어머니 역할도 냉정하고 강인한 어머니상이었다. 특히 김수현드라마 <사랑과 야망>이나 <후회합니다>에서 보여준 현실적인 어머니역할은 그이를 부동의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했고 제1회 MBC연기대상을 안겨준 <억새풀>은 어머니 연기의 결정판이었다. 시종일관 꼿꼿하게 앉은 자세와 카랑카랑한 그이의 목소리는 실제나이 70이 넘었다는 말을 의심나게 만들었지만 그이의 나이 듦에는 보석 같은 지혜와 영원이 같이 가는 듯하다. 낡음과 늙음은 이렇게 다른 것이리. 오월~ 그이를 앞세워 바람의 세기와 습도 햇볕까지 조절하며 천년을 지켜온 위대한 유산이 자리한 우리의 도서관 장경판전에 가고 싶게 하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