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함께하거나 혹은 스치듯 지나치는 모든 인연들에게 감격하고 기뻐하는 순간마다 나 역시 그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고 있는지, 기쁨이나 감동은커녕 실망이나 회의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성찰하면서 끊임없이 점검하고 노력하는 것이 감경봉우에 담겨 있는 깊은 의미일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만남에 기쁨과 감동을 하고, 나와 함께하는 모든 만남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는 것이 바로 감경봉우, 감격하고 기뻐하는 만남이다.
이제 노란 빛으로 혹은 붉은 빛으로 더러는 하얀 빛으로, 수려하거나 혹은 수줍거나 화사함으로 제각각의 모양과 빛깔이라더니 과연 각양각색各樣各色으로 산천山川을 물들이고 장엄하며 펼쳐지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꽃들의 향연을 감상感想하자니, 감경봉우, 시절 인연이 다시 도래到來하여 만나는 것이지만 생전에 처음이듯 새삼스레 감격스럽고 경사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더더욱 사월 하고도 초파일,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오신 날을 봉축奉祝드리는 준비와 채비로 도량은 물론 도시와 한적한 골짜기까지 처처處處에 연등燃燈으로 장엄된 절경絶景과 어우러지니, 산하에 존재하는 유정有情 무정無情의 중생까지도 저마다의 열정熱情과 정성을 기울여 부처님의 탄신誕辰으로 성사成事된 부처님과의 만남을 감탄하고 경축해 마지않는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과연 감경봉우의 시절이구나 하는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시야를 조금 돌리고 넓히자면, 연등과 봄꽃들이 저마다 화려하게 장엄하는 경치에 마냥 잠겨있기가 불편한 심사心思도 없지 않지만, 숱한 역경과 고난을 치러낸 강도强度와 비례하여 넘실대는 연등과 봄꽃들의 자태姿態를 따라 해마다 맞이하는 부처님과의 조우遭遇에 대한 기대가 새롭고도 각별하게 솟구쳐 오르는 것을 숨길 수 없다.
해마다 펼쳐지는 장관壯觀이고 일 년에 한번은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지만 혹독한 시련의 기간을 이겨내고 저마다의 자태를 파노라마처럼 연출하는 꽃들과의 만남이 마냥 감격스러운 것은 오래지 않아 그 찬란한 아름다움이 스러져버리게 된다는 것을, 그리하여 오랜 시간 함께하거나 지속持續될 수 없는 잠깐 동안의 조우에 그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認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잠깐 스치듯 만날 수 있는 것이 어디 봄철의 꽃뿐이겠는가. 함께 살아가는 가족과 친구와 이웃은 물론,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과의 만남 역시 영겁永劫의 시간에 견주자면 찰나刹那의 순간에도 미칠 수 없이 짧기만 한 것이다. 게다가 봄날의 화사함이야 내년이면 다시 볼 수 있을 것이지만, 사랑하는 존재와 생명들에게는 지금 함께하는 순간 이후의 만남에는 일 년은커녕 당장 내일의 보장이나 기약을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만남과 모든 인연에 반드시 감경봉우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며, 감사하고 기뻐하는 마음과 자세로 모든 생명과 모든 존재를 응대應對하고 섭수攝受하는 것이야말로 미련이나 회한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최선最善의 방책方策이자 대안代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인신난득人身難得이며 불법난봉佛法難逢이라, 사람의 몸을 받아 태어나기 어려운데다가 부처님의 법을 만나기도 힘들다는 설명이 의도하는 바도 사람의 몸으로 태어난 것과 아울러서 부처님의 법을 만나서 믿고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깨달음으로 향하는 수행을 실천하게 된 것이 한없이 기쁘고 감사한 일이어서 숙세宿世의 선근공덕善根功德으로 빚어졌다는 것을 항상 유념留念하여 더없이 귀중한 존재라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북돋우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마땅하다.
더없이 소중한 자신이라는 것을 인지한다면 모든 만남의 순간순간마다 감격하고 기뻐하게 될 것이며, 이렇게 감격하고 기뻐하는 사람이라면 스치는 한 줄기 바람이나 지나치는 한 포기 풀잎까지도 모두 소중하고 귀하게 여길 것이며, 나아가 무심히 마주보는 눈길을 배려하고, 도움을 청하며 내미는 수줍은 손길을 주저하지 않고 맞잡아 편안하고 안락한 경계로 이끌어 인도할 것이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지중至重한 인연일 것인데, 게다가 자비와 지혜의 가르침을 수순하며 나보다 이웃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모든 존재와 생명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최상最上의 이념理念과 가치관으로 동일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인생을 함께 한다는 것은 사고思考나 필설筆說로 측량하거나 전할 수 없는 심오深奧한 경지境地가 아닐 수 없다.
날이면 날마다, 함께하고 마주하는 순간마다 감사하고 기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반전反轉을 향한 전개展開로 나를 보고 나와 만나는 모든 생명 모든 존재들이 화사한 봄꽃을 볼 때와 마찬가지로 기쁘고 흐뭇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서 나와 함께하는 잠깐의 순간만이라도 세상살이의 모든 시름과 근심과 고통을 훌훌 벗어버리고 털어낼 수 있는 견아형자득해탈見我形者得解脫의 경지를 지향하는 첫 단계라는 것에 바로 감경봉우의 참된 의미가 깃들어 있으리라.
그리하여 봄꽃들이 저마다의 정토淨土를 건설하여 화사한 봄소식을 전해주듯이, 부처님의 탄신을 봉축하는 연등의 물결이 무수無數한 재난과 사고事故로 얼룩진 사바의 어둠을 밝히고 온갖 시름과 근심으로 찌들고 흐려진 우리네 마음을 맑혀 주는 것을 본받아서 나와 함께 하는 모든 생명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전파해야 한다는 것이, 봄꽃과 연등의 기별奇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