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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의 야단법석野壇法席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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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방 - 최영호 2011년 04월 350호
삼국시대 불교의 수용 이래 사원은 불교신앙과 국가의례를 수행하고 보급하는 핵심 공간이면서, 동시에 세속인들의 여행 편의 제공 및 제사의례와 더불어 질병치료,요양, 빈민구제 등의 사회복지적 순기능을 지속적으로 담당해 왔다. 이로써 사원은 세속의 일반 대중들과 빈번한 소통공간으로 기능하면서 그 공적인 위상을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사원은 우수한 전통문명을 창조적으로 계승․발전시키는 공간으로도 역할하면서 세속인들과의 접촉을 활발히 전개하였다. 현존 불교전통 문화유산의 조성사업에는 당시 불교계의 스님들과 세속인들이 교敎․속俗 이원적인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참여하였으며, 그들의 공통된 기원 의식을 담아 놓고 있다. 이처럼 사원은 불교문화유산의 조성과정에서도 대중들과의 소통 공간으로 기능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문화유산은 현재 대중들의 전통문화답사를 통해 상호 소통의 매개체로 역할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지속성을 이어갈 수 있다.
삼국시대 이래 조성된 불교문화유산은 전쟁이나 배타적 불교정책 등으로 인해 다소 소실․유출되기도 하였으나, 전통적 사원에는 상당수가 잘 보존되어 있다. 현재 개창 1,200년이 넘은 합천 해인사는 대중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불교문화유산을 상당수 보존하고 있다. 특히 세계 인류의 보편적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봉안하고 있다.
강화경판고려대장경江華京板高麗大藏經이라고도 하는 팔만대장경은 남․북한과 함께 아시아지역 사람들의 결속을 가져올 수 있는 명실상부의 세계적 문화유산이다. 여기에는 13세기 중엽 민족위기와 현실모순을 창조적으로 계승․발전시키고자 하는 모든 고려 사람들의 열망과 노력이 반영되어 있으며, 당대 국왕․관료 등 모든 세속 계층과 여러 종파의 스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통일적인 성격을 담고 있다. 또한 13세기 중엽 당시 중국과 거란契丹의 대장경까지 포괄하여 발전시킨 문화유산이며, 완성 이후에는 일본․유구국(琉球國 ; 지금의 일본 오키나와)․대마도(對馬島 ; 지금의 일본 쓰시마) 등이 지속적으로 청구하였으며, 일본의 새로운 대장경(소위 신수대장경) 조성 때에는 본 대장경을 핵심적인 텍스트로 활용하는 등 동아시아의 보편적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포괄하고 있다. 1999년 3월 오부치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참배하는 등 현재까지도 상당수의 중국․대만․일본 사람들이 불교문화 답사지로 주목하고 있다. 향후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의 형성 과정에서는 유교문화와 더불어 불교문화가 내부적 결속을 강화할 수 있는 사상적․일상적 매개체가 되기 때문에 팔만대장경에 대한 관심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팔만대장경은 해인사의 역사․문화적 위상이나 브랜드(Brand)를 우리나라와 동아시아 등 불교문화권역의 대중들까지 외연을 확산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불교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팔만대장경의 역사․문화적 성격에 포함된 내용들을 교육프로그램․다큐멘터리.소설.만화.영화.방송드라마.공연.게임.캐릭터 등과 같이 다양한 영역에 활용((Multple-Use)할 수 있는 문화원형콘텐츠나 원형스토리텔링을 체계적으로 제작하여 보급한다면, 국내와 세계 대중들의 관심을 더욱 집중시킬 수 있다. 팔만대장경의 개별 경전과 조성사업에는 원천적인 문화콘텐츠나 스토리텔링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인물․사건과 함께 시간적․공간적 배경을 갖추고 있으며, 대중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흥미를 유도할 수 있는 신화적․설화적 모험담과 선․악 및 갈등․화해 구조 등과 같은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13세기 중엽 잔혹한 몽고침략과 파행적인 최씨무인집권기라는 민족 최대의 위기 속에서, 국왕 고종과 최이崔怡․최항崔沆 부자 및 이규보李奎報․정안鄭晏․전광재全光宰․수기守其․천기天其․거상인擧上人․천단天旦, 그리고 팔만대장경의 개별 경판에 새겨져 있는 진사進士 김대절金大節과 천태산인天台山人 료원了源 및 최동崔同 등 최소 1,800여명의 각수들이 16년이라는 장기간동안 당대 민족위기와 현실모순의 극복 등을 염원․실천하기 위해 신분과 종파의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이 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다. 이들은 대장도감․분사대장도감과 그 산하의 판각 공간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통해 참여하였다. 이들 이외, 상당수의 지식인․군현민들도 경전의 필사筆寫, 목재의 채취와 운반, 판하본의 제작 등 여타의 여러 작업에 관여하였다. 이처럼 팔만대장경은 최소 1,800여명 이상의 역사적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는 거대 규모의 원천적 스토리텔링을 제작할 수 있는 서사적 소재를 담고 있다. 이들의 대다수는 각기 독특한 개성과 이미지를 가진 캐릭터로 형상화할 수 있으며, 다양한 캐릭터와 당대의 역사 현실은 흥미로운 줄거리(plot)를 전개하는 필요충분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더욱이 개별 경전의 풍부한 신화․설화적 내용을 원천적인 문화콘텐츠나 스토리텔링의 창작에 활용한다면, 우리나라와 동아시아사회의 대중들에게 더욱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켜, 이들의 해인사 문화답사나 홈페이지 열람을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이며, 이로써 해인사의 역사․문화적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언젠가는 해인사가 너무 혼잡하지 않을까 하는 망상도 가져본다. 인적이 드물었던 경주의 선덕여왕의 능陵과 사천왕사四天王寺 터가 2009년 5월 모 방송사의 역사드라마인 선덕여왕 방영 이후 남녀노소들이 혼잡스러울 정도로 줄을 지어 문화답사를 한 사례를 고려한다면, 향후 해인사도 팔만대장경의 문화답사로 인해 남녀노소들의 야단법석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만 아니라 동아시아 사회의 대중들까지 두루 섞여 더 큰 야단법석이 일어날 것을 기대해 본다.
올해는 대장경조성과 관련하여 1천년 세계기념축전이 해인사와 창원시․합천군 등지에서 진행된다. 이 기회를 활용한다면, 팔만대장경의 대중화․실용화 사업도 보다 확산시켜 나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 편향적인 종교적 시각을 가진 정책 입안자나 시행자들의 배타적 자세가 우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팔만대장경은 남․북한과 세계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공동문화유산이므로, 해인사가 단독으로 이 사업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다. 때문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