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빠져나와 직장 동료들과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해인사 템플스테이에 첫발을 내디디게 되었다.
몸에 익숙하지 않는 수련복을 갈아입은 동료들과 나의 모습을 보니 입가에 웃음이 절로 베어 나오면서… 걱정 반 기대 반 속에서 우리의 템플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템플 수행 관에서 일정에 대한 설명이 끝이 나고 사찰습의에 관해서 설명을 해줄 스님께서 들어오셨다. 삼배, 고두레, 앉은 반배, 차수, 시선하향, 묵언, 참선하는 올바른 자세. 그 외 여러 가지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자세하게 차근차근 설명을 해 주시니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것들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수행 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우리가 지켜야 할 규칙들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늘 흐트러진 자세와 바쁘다는 핑계로 빨리 빨리 에 익숙한 생활 속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습의에 대해서 귀담아 듣고 저녁공양을 하러 공양간으로 가니 많은 스님들께서 공양을 하고 계셨다. 우리는 공양간 밖에서 차수를 한 채 순서대로 공양간 안으로 들어가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공양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도량에는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이제 저녁예불에 맞춰야 하니 서둘러 숙소에 들러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올라가야 했다.
벌써 올라와 열을 맞춰 서계신 분들이 계신다. 먼저 오신 분들에게 송구한 마음이 들어 얼른 자리를 잡고 차수를 한 채 나머지 오실 분들을 기다린다.
이곳 스님들의 생활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철저하게 시간을 지키신다고 하신 말씀이 떠올라 늦은 마음에 법고를 향해 잰걸음을 옮겼다.
이번 템플에는 우리 직장동료들 말고도 포항에서 오신 어여쁘신 보살님들이 네 분, 대구계대에서 오신 외국인 보살님이 네 분이나 계셨기에 시간 약속을 잘 지켜주어야 했다.
두 둥..두 두 두 둥.. 가사장삼 휘날리며 법고를 치고 계신 스님들의 모습을 뵈니 마치 아름다운 군무를 보는 듯 나의 눈과 마음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법고의 울림이 마치 나의 심장을 파고드는 듯 온몸이 법고소리에 맞춰 울리는 듯 했습니다.
대적광전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벌써 스님들께서는 좌복에 자리하고 계셨다.
그랬다. 법고를 치고 법당 안에서는 소종 소리가 가늘게 들리고 범종소리가 이어지고... 정말이지 한 치의 오차도 없었고 약속한대로 그에 정해진 규율대로 행해지는 스님들의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존경의 마음이 생겨났었다.
그렇게 많은 스님들이 계셨건만 그렇게 크고 웅장한 대적관전을 울리는 목소리는 하나의 소리였다. 아... 이런 것이구나...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란 것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님과의 차담시간. 진한 보이차의 향기가 코끝을 행복하게 간지럽힌다.
번뇌 망상을 끊는 법, 약한 사람이 되지 않는 법, 미운마음을 버리는 법, 화두란 것은 밀려오는 바다의 파도와도 같아서 밀려왔다 사라지고 또 다시 밀려오고... 그렇게 끊임없이 반복 되는 것이니 참선을 하면서 밀려오는 것들을 버리고 버리다 보면 마침내 그 속에서 참 나를 찾게 되리라는 말씀. 항상 웃으라고 하셨다. 나를 화나게 하는 그 어떤 것 앞에서도 ‘허허’ 하고 웃어넘기면 미운 마음도 번뇌도 없을 거라 하신다. ‘끓어오르면 라면하나 삶아 먹으면 되지’ 라고 말씀하시며 이내 사람 좋은 웃음으로 껄껄 웃으시는 스님의 그 모습에 번뇌 망상이란 것들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 말씀 그대로 맘속 깊이 꼭꼭 다져 넣어둔다. 혹여 살다보면 지금 마음 그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커지거나 나 스스로 mind control이 힘들 때 스님께서 처방해준 그 말씀처방전을 꺼내어 치료에 써보련다.
차담시간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깜깜한 해인도량의 밤하늘엔 예쁜 별들이 총총히 빛나고 있었다. 해인도량이 밤하늘 속에 있는 건지 밤하늘 속에 해인도량이 있는 건지 모를 만큼 우리가 서 있는 그곳이 바로 천상의 세계가 아닐까 싶은 생각에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그려지며 잠들기 아까울 만큼 아름다운 이 밤에 그래도 내일 새벽예불을 생각하며 오지 않는 잠을 청한다.
그렇게 뒤척인 밤을 보낸 다음날. 쨍한 새벽공기를 가르며 새벽예불을 마치고 108배를 하는 동안 다시 한 번 지난날의 내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50분 동안 참선 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상시에 나의 자세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했다. 50분이 마치 다섯 시간이라도 되는 듯 힘이 들었다. 좌식 생활에 익숙하지 않아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래도 끝까지 따라 하려는 외국 분들이 대단해 보였다. 아빠를 따라온 예쁜 중3 꼬마아가씨 유나도 너무나 의젓하게 잘해 주어 기특한 마음에 더 예뻐 보인다.
12월이 되면 사람들은 누구나 한 해를 돌아보며 반성도 하고 후회도 하고 또 다시 찾아올 한해를 계획하며 들뜬 마음으로 보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 템플을 통해 지나온 나를 돌아보며 반성도 하고 그 속에 있는 참 나를 찾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듯하여 마음만은 흐뭇함으로 가득히 채워진다.
어느덧 병원에 입사한지도 16년을 접어든다. 어쩌면 불교재단에 입사를 하게 된 것도 불교와의 인연으로 부처님의 가피로 보살핌을 받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를 위해 애써주신 자원봉사와 템플스테이 팀장님 그 외에 기분 좋은 넉넉한 웃음을 가지신 포교 국장스님. 습의에서부터 해인사 일주문에서 장경각 까지 하나하나 자세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시고 챙겨주신 습의사스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 가득하다.
이제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2010년을 차분히 돌아보고 정리하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가오는 새해를 계획함에 있어서 참으로 남달랐던 연말을 보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친한 친구 혹은 가족들이나 직장동료와 함께 템플스테이에 참여해서 조용하고 차분하게 나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의미 있게 한해를 정리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를 발견하는 템플의 다양한 매력 속으로 자~~어디 한번 빠져 보시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