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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장 큰 스승인 자연自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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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방 - 김춘진 2011년 01월 347호
나의 어린 시절은 부안의 대자연과 함께한 말 그대로 시골소년 이었다. 요즘 아이들이야 학교수업 외에도 각종 학원을 다니며 바쁜 하루를 보내지만, 그 당시 나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대자연을 놀이터 삼아 뛰어놀기에 바빴다. 학교성적 보다는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며 물고기를 잡거나 산에서 산딸기를 따먹는 일에 더욱 관심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는 요즘 아이들처럼 학원에 다니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입시공부에 열중하지도 않았지만, 자연과 접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 시절이 현재 나의 모습을 만드는데 가장 큰 스승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6.25전쟁이 끝나는 해에 태어난 나는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유년시절을 보내야 했다.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굶는 일이 많았지만, 세상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기 보다는 그래도 희망을 생각하게 된 것이 어찌 보면 대자연이 내게 보내준 선물이 아닌가 싶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오묘함이 인간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를 하나 하나 체득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대자연의 일원인 인간에게 주어진 사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생활이 윤택해지고 경제적으로 발전된 요즘, 과연 얼마나 자연에 순응하며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지 의문이 든다. 1960년대와 70년대는 산업화를 통한 배고픔 해결이 최우선 과제였던 시대였다. 어찌 보면 자연에 대한 보존을 이야기하는 것이 사치스럽게 들렸던 시대였을 지도 모른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경제적 성장을 이룬 지금, 전국은 고속도로가 뚫려 일일 생활권이 되었고, 경제적으로도 배고픔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으며, 고층건물과 아파트가 즐비할 정도로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대외적으로는 88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국제적 위상 또한 높아졌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얻은 것만 있었는지, 잃은 것은 없는지 의문이 든다. 특히 내 어린시절 스승 노릇을 해 줬던 자연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요즘 유년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과연 무엇을 주었는지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풀과 나무가 있었던 숲은 콘크리트로 가득한 빌딩으로 가득하고, 시냇물이 흘러 물고기도 잡고, 멱도 감았던 자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아야 할 학교운동장 또한 각종 건물들에게 자리를 내어 준지 오래다. 요즘 산에 있어야 할 멧돼지들이 주택가에 나타나 소란을 피웠다는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아마도 우리 인간이 멧돼지들이 서식할 공간을 빼앗아 버렸기에 생긴 결과라고 본다.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부여 받은 영역을 넘어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즉, 월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요즘 4대강에 대한 개발 문제로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 많은 갈등을 겪고 있다. 이제는 인간이 아닌 자연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불교 철학의 핵심 사상 중 하나인 “인과응보”는 윤회의 작동원리이자 그것의 원동력이 되는 덕과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즉 악한 행위는 업보가 되어 윤회의 고리에서 인간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인간은 전생에서 지은 죄에 따라 내생의 외모나 고난 등이 결정되는데 이것이 곧 인과응보의 논리라고 한다.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 또한 인과응보因果應報의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인간이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면 자연은 인간에게 선물을 줄 것이고, 이기적으로 자연을 이용하면 언젠가는 그에 대한 댓가 를 치를 것이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도 인간이 행한 행동에 대하여 자연이 인과응보로 화답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불교에서는 “아무리 작더라도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보호해야 한다”고 가르치며, 적극적으로 생명을 부여하고 제공하기 위하여 방생放生을 실시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호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실천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다. 자연은 우리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위대한 유산遺産이자 현세대가 잘 관리하여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자산이기도 하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자연이라는 스승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으나, 현재 우리의 아이들에게 자연이라는 스승을 빼앗아 버린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나의 어린 시절 가장 큰 스승 역할을 했던 “자연”을 되돌려 주는 것이 어떠한 경제적 유산 보다 더욱 중요하고 값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