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보기에 민망한 인사청문회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해인리포트 - 편집실
2010년 09월 343호
이명박정부의 3기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연일 언론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청문회장에선 야당 의원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자리를 떴고, 여당은 민망할 정도로 옹호하는 데 열을 올렸다. 후보자들도 민망했나보다.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앞서 김무성 국회 운영위원장과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인사를 하며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부동산 투기, 자녀의 외국국적, 탈세, 위장전입. 이런 것들을 한 둘을 가져야 국무총리와 장관의 후보자가 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어떤 신문의 칼럼에서는 “갈 데까지 가고야 마는구나. 마침내! 턱턱 숨막히는 한여름날, 이명박정권에서 장관 해보겠다고 몸부림치는 부패 관료, 출세주의자들의 내장內臟들을 내시경 화면 속처럼 들춰 보여주는 ‘막장 인사청문회’에 국민은 분노의 밤을 이어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 대통령에게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건 안된다. 이게 MB가 8.15 경축사에서 말한 ‘종정한 사회’인가? ‘MB 시계’도 돌아가게 돼 있다. 역사의 심판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이며 권력이 얼마나 무상한 것임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MB는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가려 하는가? 어디로!”(윤창중 ;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가나’, 문화일보 2010. 8. 23, 30면)
불법·탈법을 저질렀어도 청문회를 통해 면죄부를 받으면 고위공직자에 오를 수 있으니, 탈법·불법 부도덕의 방법이 계속 유지될 것이고, 그러므로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의 ‘상식’이 되어버린다. 요즘 개그프로그램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법·탈법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어 구조화되는 ‘더러운 세상’이 되는 것이다.
8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부동산 투기 붐과 소위 좋은 학군의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이기심이 극성을 부리던 시기였다. 지금도 과히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군들 부동산의 재산을 축적하고 싶지 않겠으며,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욕심이 없겠는가. 투기할 여윳돈이 있고 개발계획을 미리 알려주는 정보가 있다면 단호히 ‘안 돼’라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서민들은 여윳돈도 없거니와 정보도 없다. 탈세할 마음이 굴뚝같아도 탈세할 건더기도 없다. 그래서 악착같이 때론 잘못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고 출세하고 싶다. 탈법·부도덕한 방법을 쓸 때 부가가치가 더 높으므로 처벌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런 기회가 있기를 은근히 고대하고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행태를 욕하면서도 인지상정의 마음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인지상정도 어느 정도껏이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고위공직 후보자들이 그 대상이며 기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대통령은 청문회가 진행 중인 8월 23일 “더 엄격한 인사검증 기준을 만들라. 인사 추천을 그때 그때 기준에 따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이번에는 넘어가자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지금의 인사검증 기준을 통과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케 한다.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는 고위공직 집단의 기준이 이러하다면, 참으로 난감한 노릇이다. 공권력의 최일선에 선 경찰총장 후보자는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임기 내내 재판을 받을 수 있다. 법집행의 권위가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람이 그렇게 없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집권 후반기에 닥칠 레임덕을 방지하고, 차기 정권 창출을 염두에 두다보니 ‘내 사람’, 즉 친정체제를 갖추고 싶었고, 그런 속내가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탈세 내각을 만드는 것이다.
‘내 사람’으로서는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와 불만,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하지 못한다. 끼리끼리의 생각과 시선으로 어떻게 다양하고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청와대와 내각 안에서도 조금은 다른 생각을 지닌 비서와 장관들이 있어야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착착 호흡을 맞춰,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며 국정을 진행하는 ‘패밀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다산의 <목민심서>는 절절하다. 유배 생활 18년. 목민관들에게 주는 경책이 목민심서다. 지금 읽어도 가슴이 저리다. 목민관으로 임명 받아 어전에 인사하고, 부임부터 업무에 임하기 까지의 마음가짐과 실제 해야 할 일 등을 조목조목 기록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백성에 대한 봉사다. 그러기 위해 청렴과 결백, 공사의 명확한 구별, 덕(德)에 기반한 업무수행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최근의 인사청문회를 보며, 몇 대목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전관(銓官 ; 인물을 전형하는 직책을 맡은 관원)에게 두루 부임 인사를 할 때는 감사하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다산은 덧붙이기를, “수령이 전관을 찾아서 부임 인사를 드릴 때 흔히 감사하다는 말을 하게 된다. 그러나 전관이 나라를 위하여 인재를 추천하는 것은 자기의 맡은 바 직책일 뿐이며, 이것으로써 사사로이 은혜라도 베푼 것처럼 생색을 내려 든다면 크게 잘못된 것이다. 수령 또한 정당한 방법을 거쳐서 임관된 것인데 이것을 사사로이 은혜라도 받은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인사를 드리는 수령도 그와 같은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공과 사를 엄정하게 구별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다산은 목민관을 오직 백성을 위한 소임으로 생각했다. 관청에 친척이나 친구들이 드나드는 것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척이나 친구들이 관내에 많이 살면 마땅히 거듭 엄중하게 약속하여 의심과 비방을 끊고 좋은 정의情誼를 보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풀이하기를 “친척이나 친구로서 같은 고을이나 인근 고을에 사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불러서 만나보고 또 한번쯤 몸소 찾아가서 만나보며 때때로 선물을 보내주는 것은 좋으나 자주 만나거나 평지가 오가게 되면 사람들의 의혹이나 비방을 불러오기 쉬우니 특별한 사유로 청하기 전에는 관아로 들어와서 만나는 일이 없도록 한다.”
고위공직자 후보에 오른 분들이 <목민심서>를 읽지 않았을까. 혹 읽지 않았을지라도 공직자로서의 품위와 책임에 대해서 모르지 않을 것이다.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런데 탈법 부도덕의 흠결이 많은데 굳이 자리를 차지하려는 까닭은 무엇인가. 후보자들의 입을 통해 변명을 듣는 것은 본인들에게나 국민들에게 별 의미가 없다. 한숨만 깊어질 뿐이다. 지금은 신랄한 비판이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오히려 좋다. “천민賤民 부패관료, 그 파렴치의 극치다. 청와대가 사전 검증 과정에서 부동산 등기부등본 한통조차 떼어보지 않았을 리가 없다. 쫙 다 나온다. 이 정도 갖고는 장관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단다. 썩어버린 눈(眼)! 여론에서 문제가 됐는데도 지명 철회하지 않고 인사청문회에 세우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최고의 오기다.”(윤창중, 앞의 글)
국민들은 이번 개각과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며 큰 상처를 입었다. 허탈감과 무력감. 불법 탈법 부도덕. 한 사회의 금도가 무너질 때 힘없는 서민들은 더욱 처량해진다. 불법 탈법 부도덕할 여력도 없는, 고작 교통 위반이나 하고서는 싼 스티커를 발부해달라고 경찰관에게 조를 정도뿐인 서민들이다. 국민 앞에서 떳떳치 못한 고위공직자를 둔 나라의 백성은 슬프고 허탈하고 처량하다. 늦은 무더위는 언제나 꺾일는지, 괜한 날씨 탓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