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유마경》의 불이不二등불을 켜며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솔바람 물결소리 - 보광화┃ 해인사 수련동문회 2010년 09월 343호
-수련동문회 보장회장님이하 여러 법우님들께-

삼복이 지나도 여전히 폭염과 열대야로 잠을 이룰 수 없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이 뜨겁고 강렬한 계절에 해인사에서는 여름수련회를 이끄시는 스님들과 참여하신 분들께서 이열치열하며 인내의 땀방울을 흘리시겠지요.
수련회를 거친 법우님들이 해인사의 자연과 법고소리와 법향에 이끌려 다시 해인사를 찾아 신행생활을 이어가는 단체가 해인사수련동문회입니다. 보장 회장님이하 여러 법우님들께 제가 그동안 결혼과 육아로 동문회에서 자주 뵙지 못해 죄송한 마음으로 안부를 전합니다.
이 여름 저는 집에서 경전과 함께 더위를 이겨내고 있습니다. 올해 동문회에서 법회 일정 중 경전공부에 《유마경》으로 정했지요. 그래서 저도 미흡하지만 가정에서 《유마경》을 읽으며 신행생활을 하기로 했습니다. 보장 회장님께서 2006년 7월 즈음 동문회에서 소임을 맡고 있던 저에게 격려의 편지와 <유마선불이禪不二>라는 책을 보내주셔서 그 책을 다시 읽고 경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책에 끼워져 고이 보관된 회장님의 편지를 읽고 회장님께서 동문회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혼신을 기울이신 그 마음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인사 수련동문회는 도반님들의 막연한 자리모임만이 아닌 법우간의 신행을 함께 하면서 신심을 증장하고 수행을 통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다가가는 신행단체입니다. 이러한 수련동문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저의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며 이러한 때에 법우여러분의 적극적인 법회동참과 관심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들 주위에는 신행단체가 많지요 그러나 해인사 수련동문회는 그 가운데도 가장 오롯하고 우뚝한 모습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동문회를 신행단체로 잘 이끌어가기 위해 회장님께서 수행에 솔선수범하셨고 지극한 정성과 원력으로 수련동문회 안팎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많은 법우님들도 수련동문법회에 참석하셔서 수행과 법우간의 정도 나누고 보시행과 해인사 행사일정에 자원봉사로 참여하면서 자신의 수행의 길을 찾고 닦으며 동문회를 지금까지 발전시켜 왔습니다.
《유마경》은 출세간 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도 도를 성취할 수 있으며, 출가사문 뿐만 아니라 번뇌와 갈등 그리고 고통이 가득한 사회환경 속의 재가자의 몸으로도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불이법문不二法門의 수행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수행을 열심히 하시는 보장 회장님께서 많은 경전들 중에 《유마경》을 선택하고 그 내용이 쉽게 설명된 책을 보내주신 마음을 알 수 있었고 제 자신을 돌아보고 수행을 점검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삶은 고정불변이지 않고 항상 변합니다. 저는 학업, 직장생활, 여러 모임과 신행 활동을 하다가 늦은 나이에 결혼하게 되어 현재 아기를 키우며 전업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새로운 생활에 더 충실히 하기 위해 결혼 전에 내것이라 생각하며 이루어 놓은 것들을 포기보다는 마음에서 비워냈다고 표현해야겠지요.
우리의 현실은 대부분 고통스럽기에 행복이라는 파랑새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목표가 달성이 되면 잠시 기쁨을 느꼈다 싶어도 또다시 번뇌가 찾아오고 그렇게 행복을 찾고 만들려 노력하며 시간의 흐름 속에 삶이 변합니다. 제가 처한 한 시점도 생각이 미혹하여 만족스럽다가도 금방 불만스럽기도 하고 마음이 시소타기를 합니다. 저의 주변생활과 여건은 바뀌지만 내면의 모습은 자신 그대로겠지요.
《유마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행복한 세계는 몸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마음으로 평화롭고 행복한 세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그러한 세상을 보살정토라고 합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본래 갖추고 있는, 항상 빛나고 있는, 모두 하나로 되어 있는, 평등한 마음인 본성입니다. 그 본성은 항상 나의 생활과 함께 하고 있어서 자성自性이라고 부릅니다. 그 본성은 우리의 수없이 많은 분별하는 마음 중에서 영원히 청정한 마음이기에 그것을 진여眞如라고도 합니다. 우리가 모두 자신을 본성을 찾았을 때, 저 하늘처럼 우리의 마음은 하나가 되어 보살정토가 실현됩니다.’
제 자신의 마음이 순일하게 충실할 수 있었던 순간은 캄캄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반짝이는 별빛의 맑음을 느껴본 해인사에서 수행할 때였던 것 같아 자신의 환경의 번잡함이 싫어서 조용한 산사를 찾아 수행하고픈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유마거사는 수선도량에 대한 차별을 일으킨 사리불을 깨닫게 했지요.
‘사리불이 숲속 조용한 장소를 찾아 선정에 몰입하려고 할 때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는 곳, 성취할 수 없는 곳으로 분별하는 의식은 이미 밖으로 깨달음을 추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깨달음에 있어 지혜와 선정은 평소 일상생활 속에서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함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큰 고통이 나에게 다가왔을 때 그 동안 수행한 참선의 힘이 능히 그것을 없앨 수 없다면 그것은 곧 제한된 수행의 힘이어서 그 힘보다 더 큰 번뇌가 자신에게 닥쳤을 때 다시 그 번뇌에 짓눌리게 되어 지옥과 같은 나날을 보내야 합니다. 참선할 때 평등불이의 중도정신으로 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생사의 근본문제를 사유하기에 앞서 당면한 복잡한 현실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또는 얽혀있는 현실 문제를 풀기 위해서 산사 등의 출세간을 찾습니다. 저도 법회에 참석하며 산사에서 자신의 문제를 돌아보고 새로운 활력소를 얻어 귀가를 했습니다. 수선도량에 대한 차별심을 없애야겠지만 법당에서 법우님들과 참선 독경 기도 등 여러 수행방법을 함께 해봄으로써 자신의 수행능력을 신장시켰고 그 힘이 평소 혼자 신행생활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유마경에는 많은 보살들이 자신이 깨닫게 된 경험에 대해 말합니다. 각자 깨닫게 된 기연은 달랐지만 그 본질에 대한 이치는 모두 같았습니다. 만사만물은 절대적인 것은 없고 모두 상대적인 관계 속에서 형성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본질적인 도리를 확연히 알게 되면 바로 불이법문에 들어가게 된다고 합니다.
유마의 不二법문을 읽으며 저는 출가자와 재가자, 미혼인과 기혼인, 직장인과 전업주부 등 자신이 처한 생활에서 오는 괴로움은 어느 장소와 어떤 모습에든지 있기 때문에 분별하려는 마음을 줄이고 수행하려는 초발심의 마음으로 자신의 자성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보장 회장님, 그동안 행업으로 바삐 사시면서도 신행생활을 열심히 하시고 수련동문회를 위해 많은 일을 하시며 정성으로 잘 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는데 빨리 쾌차하셔서 수련동문회를 잘 이끌어주시는 등불이 되어주세요.
이제 더운 여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법우님들께서도 모두 건강에 유의하시고 바깥 경계의 어려움을 유마의 선불이禪不二의 가르침으로 어디서나 행주좌와 어묵동정 수행정진하시며 다가오는 가을을 알차게 맞이합시다.

2010년 8월 21일 대구에서 보광화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