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혜가 스님 1
이전 게시물
續 선과 그림이야기 - 김현정
2010년 04월 338호
선종에서 조사의 계보는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특히 선의 초조初祖인 달마 선사에서 시작하여 그 다음을 잇는 2대 조사(보 통은 이조二祖라고 한다) 혜가慧可와의 만남과 전법은 매우 극적 으로 묘사되었다. 초조에서 이조를 거쳐 육조까지의 선의 전승은 훗날 남종선南宗禪의 계보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 다. 이 문제에 대해서 후대 학자들은 그 진위에 대하여 논란이 있 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는 여기서 전설에 근거한 내용들을 잠 시 살펴보기로 하자. 달마 조사가 중국으로 건너온 지 9년째 되던 해, 조사는 다시 인도로 돌아가려고 마음을 먹고 제자들을 불러모아 물었다. 기록에 전하는 달마 조사의 제자는 3인에서 4인, 7인까지로 부록되어 있으니 확실하지 않지만, 여기서는《조계보림 전曹溪寶林傳》(801년 당나라 때 승 지거智炬가 쓴 불교서적으로 선종에 전하는 조사의 법맥이 달마까지 28조라고 주장한 문헌 중에 서는 가장 오래된 것)의 내용에 따라 4인의 제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이제 때가 되었으니 너희들이 얻은 바를 말해 보아라.”두부頭副가 대답하기를“문자에 집착하지 않으나, 문자를 떠나서도 안 됩니다”하였다. 여기에 대하여 조사께선 이렇게 대답하였다.“너는 나의 피(혈血)를 얻었다.”총지總持가 답하기를“아난이 아촉불의 국토를 한 번 보고는 다시 보지 못한 것과 같습 니다”라고 하니“너는 나의 살(육肉)을 얻었구나”라고 하였다. 다음으로 도육道育이 말하기를“사대四大가 공空하고 오온五蘊이 있 지 아니하므로 한 가지도 얻은 것이 없습니다”하니“너는 나의 뼈(골骨)를 얻었다”라고 답하였다. 마지막으로 혜가慧可는 대사에게 공손히 절을 하고는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조사께선 감탄하며“너는 진정 나의 골수(수髓)를 얻었구나”하시 며,“석가께서 진리를 가섭에게 전한 후 나에게 이르렀다. 이제 그 진리를 너에게 전한다”고 하여 법맥은 이조 혜가로 이어졌다.
이것이 달마 조사의 유명한 혈血-육肉-골骨-수髓의 전법기이다. 혜가 스님의 침묵의 이유가 아마도 앞의 세 분이 너무나 어렵고 유식한 이야기를 다 했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치졸한 생각도 해봤었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골수를 얻었다고 칭찬받고, 거기에 더 하여 법맥까지 이어받았으니 선禪이 별거 아니다, 참 쉽다 생각할 수 있겠으나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높은 경지에 있었던 것은 나 와 같은 하수에게는 가끔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옛말에 가만히 있으면 중간 간다,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는 등의 금언이 과연 맞을까. 물론 침묵과 웅변 가운데 어느 쪽에 진심과 진리가 담겨 있나가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그때의 상황이 어 느 쪽이었든 혜가 스님은 침묵으로 달마 대사로부터 가장 뛰어난 제자로 발탁되었다. 물론 진리의 경지는 말로 이러쿵저러쿵 전할 수 없다는 웅변이겠으나, 이러한 침묵을 통한 전법에도 실은 후대 돈오頓悟, 즉 처음부터 대승의 묘한 교리는 오랜 수행을 통해 단 박에 도달해야 한다는 득도의 한 방법을 강조하기 위한 배경이 있었을 것이다. 혜가의 침묵에 달마 조사께서는 바로 부처님으로부 터의 법맥을 계승하였다는 징표로 가사와 발우를 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혜가 스님께서 스스로 실천했던 행적을 속담으로 비유 하자면“백마디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는 구절이 더 적절하지 싶다.
송나라 말기 유명한 화승인 목계(牧谿, 1225~1265)가 그렸다고 알려진 <이조조심도二祖調心圖>는 그림 속 편안한 이조 스님의 얼 굴에 숨겨진 치열한 구도求道와 실천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