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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보물에서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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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의 향기 - 경성 2010년 04월 338호
해인사는 법보法寶의 사찰이다.
불교라고 하면 부처님의 가르침, 혹은 가르치신 부처님, 가르침을 통해서 부처가 되고자 수행하는 사람 등을 의미하는데, 가르침인 법은 공통적으로 절대적인 조건으로 법의 보배(법보 法寶)로 상징된다. 이처럼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을 소장하고 있다고 해서, 법보종찰法寶宗刹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팔만대장경은 해인사의 상징이다. 팔만대장경을 제외한 해인사는 그 사격寺格을 유지할 수 없으며, 해인사를 벗어난 팔만대장경은 그 안립安立을 보장할 수 없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임으로 팔만대장경을 주제로 시행되는 “2011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에서 해인사가 주축이 되고 구심점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물론勿論이다. 팔만대장경의 가치와 의미를 전 세계와 인류에 널리 선전宣傳하는 것은 해인사를 알리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은 고려시대에 조조雕造되었으므로 고려대장경이라고도 하는데, 이처럼 법의 보배를 특정한 한 곳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성지聖地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가 없는 것으로, 바로 여기에 해인사와 대장경의 문화적인 의미와 가치가 담겨 있는 것이다.
해인사를 한국의 법보종찰에서 진일보進一步하여 세계의 법보사찰이며 지구촌의 법보종찰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 대장경 문화축전의 요지要旨이면서 출발점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011년 고려高麗의 현종顯宗이 대장경판을 새겨 팔공산 부인사符仁寺에 보관한 것이 우리나라에서 대장경판을 새긴 최초의 일이다. \'2011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에서 2011년을 대장경이 간행된지 1000년이라고 기념하는 것도 바로 고려 현종에 의해 간행된 초조初雕대장경에서 기인起因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해인사 장경판전에 소장되어 있는 것은 이 초조대장경이 아니라, 1236년에 시작되어 16년에 걸쳐 민관民官이 대동大同으로 지극한 정성을 기울여 완성된 고려대장경이다.
그러므로 “2011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의 2011이 가리키는 것은 현재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려대장경이 아니라, 그 대장경의 모태母胎라고 할 수 있는 초조대장경이 간행된 시점을 기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에서 간행된 최초의 대장경에 의미를 두어서, 천년의 기점으로 삼은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현존하는 대장경과는 관련이 없으므로 무리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와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러나 초조대장경이 없었다면, 초조대장경을 간행하지 않았다면 현존하는 팔만대장경도 존립할 수 없을 것이므로 이러한 관점에서 2011년을 천년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대장경의 조조雕造에는 나라를 지키고 외적外賊을 물리치려는 민족의 염원念願, 간절한 마음과 정성이 서려 있다. 간절한 마음과 정성은 민족의 보물이며, 전 세계와 인류의 문화유산을 탄생하고 보존하고 지키며 수호하는 도량이며 근간인 것이다. 호국안민護國安民을 이룩하려는 굳건한 의지가 서려 있는 대장경판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사명감과 함께 인류의 기록문화유산인 대장경을 수호하는 것은 동시대인으로서 의무이며 소임일 것이다.

다시 새로운 천년을 시작하며
문화의 강국 혹은, 문화를 주도하는 민족이 시대를 주도한다는 슬로건을 세우지 않더라도 문화, 그 가운데서도 민족의 문화유산에 대한 가치와 의미는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지나치지 않다.
지나온 천년이 세계의 기록문화유산인 고려대장경을 조조하고 존중하며 기리는 세월이었다면, 이제 시작하는 새로운 천년은 문화유산의 보호와 영구보존으로 후손에게 빛나는 문화의 전승을 기약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2011년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을 기획하고 봉행하는 것도, 대장경의 보호와 보존에 누구라도 일조一助해야 한다는 것을 민족과 인류에게 환기시킨다는 의미도 깊은 것이다.
우리에게 맡겨진 의무와 소임은 민족과 인류의 기록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선조들이 지켜온 그대로 보존하고 보호하는 것이며, “2011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도 이러한 취지에 입각해서 기획되고 시행되어야 마땅하다.
나라의 존망存亡이 위태로운 처참한 상황에서 군신君臣과 민중民衆이 한 마음 한 뜻을 기울여서 대장경 간행이라는 불사를 봉행한 것은 온 국민의 슬기와 정성과 노력을 대장경이라는 구심점求心點으로 연합하여, 국난國難을 헤치고 태평성세를 이루려는 원력願力에서 비롯되었으며, 또한 불력佛力의 가호加護와 가피加被를 경험함으로써 속장경續藏經과 현존하는 팔만대장경의 불사佛事가 이어진 것이다.
이제 2011 대장경 천년 문화축전을 계기로 지역의 민관民官은 물론 국민과 민족과 인류의 저력과 슬기를 통합한다면 대립과 경제난과 전쟁과 자연재해의 곤란과 폐해를 떨쳐내고, 화합과 경제안정과 전쟁과 자연재해의 종식을 이루어서 다가오는 천년의 평온과 발전과 안정을 기약하는 자리가 되리라는 것을 지난 천년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