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정진하던 중 마음에 변화가 왔습니다. 그래서 그냥 있을 수가 없어 파계사 성전암으로 노장님을 찾아 갔습니다. 오후에 저물게 나선지라 밤중이 되어 대구 동명 뒷쪽을 거쳐 성전암으로 들어가는 산길의 입구에 도착하였습니다. 마침 눈이 내렸고 석달이상을 하루에 찬밥 한덩이로 지내고 난 뒤라 허기가 들었는지 산을 올라가는데 아무리 걸어가도 걸음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어린애 걸음마 같아 한 시간이면 갈길을 세시간 이상 걸려 겨우 겨우 올라 갔습니다. 솔잎 따먹고 눈雪 씹고 솔잎 따먹고 눈 씹으면서 힘들면 주저앉아서 쉬다가 가니 밤 12시나 되어서 성전암에 도착했습니다. 철망이 쳐져 있길래 그것을 뛰어 넘었습니다. 그래도 철망 뛰어넘을 힘은 어디선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성전암 마당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내 목소리가 본래 좀 컵니다. 한밤중에 온 팔공산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몇번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다음에 문을 열고 노장님 방으로 들어가서 드러누워 버렸습니다. 꿀물을 타다 주길래 마시고 조금 쉰 다음에 점검을 받게 되었습니다.그리고는 바로 일어나 뚜벅뚜벅 방안을 걸으면서 또 한마디 일렀습니다.
일월日月이 동서별東西別하니
좌인坐人이 기이행起而行이라.
일월이 동서를 분별하니
앉았던 사람이 일어나 가더라.
예전에는 공부하다가 깨친다던가 득력得力을 하면 파참재罷參齋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즉 수행을 완성하여 스승의 지도를 면제받는 의식으로 떡을 해먹었습니다. 노장님이 ‘파참재 떡을 오늘 해주겠다’라고 하시길래 ‘싫다’고 했습니다. 나는 떡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파계사 큰절 금당에 있으면서 성전암까지 왔다갔다 하면서 더욱 정진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