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아침 서울 한복판 용산에서 무자비한 재개발에 항의하던 주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진 용산참사는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죽은 이의 장례도 치르지 못했다. 남편과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폭도로 매도된 상황을 유가족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어린 자식에게 할아버지를 폭도라는 얘기를 들려줄 수 없다. 폭도가 아니었음은 물론이거니와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에 힘들어했던 선량한 시민이었다. 유족들의 요구는 아주 간단한다. 진상규명이다. 폭력적인 재개발에 대한 정부당국의 반성과 대책은 미미하기 그지없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이 지났다. 정부와 서울시는 여전히 용산참사를 남의 일 같이 여긴다. 지난 20일에는 관을 메고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자는 움직임 있었다. 경찰에 가로막혀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지만, 얼마나 원통했으면 관을 옮기려 했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7월 23일 각계인사들이 \"용산 참사의 올바른 해결없이 이 정권에서는 어떠한 민주주의의 진전도 기대할 수 없다\"며 23일 시국 선언을 발표했다. 청화 스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이소선 여사, 함세웅 신부 등 종교계, 정당인, 사회단체 인사 등 672명이 선언에 동참했다.
이들은 \"더 이상 유가족들이 거리를 헤매지 않도록, 참사 희생 철거민들의 참혹한 시신이 순천향병원 영안실 냉동고에 갇혀 있지 않도록, 청와대와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이 요구하는 소통의 정치, 국정쇄신은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이 넘도록 해결하지 않고, 장례도 지내지 못하도록 하는 비극적 일은 이제 끝내야 한다\"며 \"만약 지금이라도 용산 참사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사고가 일어난 남일당 건물의 골목길에서는 매일 추모미사가 열리고 있다. 한 시민기자는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추모미사 현장을 전해주었다.
\'불의가 세상을 덮쳐도\'란 성가가 울려 퍼지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이 집전하는 추모미사가 시작되었다. 이날의 미사는 유가족들을 비롯하여 100명이 넘는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경건한 성가만큼이나 사람들의 얼굴 하나하나도 차분하고 진지했다. 이강서 신부님은 \"어제 너무 긴 하루를 보내서 오늘도 마치 어제의 연장인 듯합니다\"고 운을 뗐다. 이어서 이 신부님은 정부에 쓴 소리를 했다.
\"우리 정부는 정부가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는 영혼이 없는 정부입니다. 피도 눈물도 없이, 단지 경제 이익만을 쫓는 이익집단일 뿐이란 사실이 어제 다시금 판명되었습니다.\"
……
\"이런 참사가 어디 있습니까? 이런 파괴가 어디 있나요? 희생자의 가정을 생각해보세요. 그것을 알고서 그냥 비켜간다는 것은, 피해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좌절하는 것은 비굴함과 같습니다. 걱정만 하지 말고 행동해야지요. 유가족들의 곁에 와서 아픔을 공유합시다. 그렇지 못하면 세상이 깜깜해집니다. 그렇지 않고선 세상에 희망이 없지요. 우리의 후세에 무엇을 물려주시겠습니까. 주저앉지 말고, 포기하지 맙시다. 가야할 길을 갑시다.\"
가슴을 찔렀다. 이 이야기는 나를 향한 이야기였다. 용산참사에 어렴풋한 관심은 있으되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나의 일상 챙기기에 바쁘다며 눈물이 맺힌 이웃의 눈가를 알아채지 못했던, 더 좋은 세상을 바라면서도 가야할 길을 가지 않았던, 그런 나를 향한 이야기. 〈이대암, “경찰의 원천봉쇄가 우릴 절망케 하지 않습니다\", 오마이뉴스, 2009.07.22〉
평택 쌍용차 공장은 제2의 용산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를 슬프게 한다. 6, 700명의 쌍용차노동자들이 도장공장을 점거하고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경찰은 이들을 강제연행하려 하고 있다. 경찰헬기가 최루액을 쏟아 붓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새총과 타이어에 불을 붙여 경찰의 진입을 막는 등 매일 크고 작은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회사 측은 적자누적에 따라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자들은 경영위기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씌우는 처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며,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해도 노동자들과 협의를 통해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 노사협상이 재개되는 듯했으나 회사 측이 대화의 자리에 나오지 않아 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자칫 강제진압을 강행할 경우 인화물질이 가득한 도장공장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 참사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언론법 개정 강행은 정국을 더욱 가파른 길로 몰아세웠다. 신문기업의 방송 진출을 보장한 방송법은 오래 전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신문과 방송의 융합을 통해 미디어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것이 한나라당과 방송법 개정론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지금도 거대신문을 통해 여론을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에까지 진출하면 거대자본에 의한 여론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법 개정에 반대하는 논리이다.
국민들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미디어법 개정에 대체로 반대하고 있다. <한국일보>가 창간 55주년에 즈음해 6월 미디어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평균 6명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방송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신문의 지상파 방송 지분을 최대 20%까지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응답자의 62.9%(전적으로 반대 35.3%ㆍ대체로 반대 27.5%)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찬성한다는 의견은 24.3%(전적으로 찬성 4.0%ㆍ대체로 찬성 20.4%)에 그쳐 큰 차이를 보였다. \'모름ㆍ무응답\'은 12.8%였다. 〈정부 여당 추진 방송법 개정안 반대 63%, 한국일보 6. 9〉
지난 3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의에 따라 미디어 관련법 논의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여야에서 위원을 추천함에 따라 애초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급기야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개정을 강행했다. 그러나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법 시행조차 불투명해졌고, 여야 대치는 더욱 치열해진 상황이다.
삶을 힘들게 만드는 현장이 용산, 평택, 여의도뿐일까. 조계사 앞에도 정부 4대강 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천막농성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7월 23일부터는 불교단체들이 본격 합류했다. 단체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3천배 정진하며 정부의 4대강 사업 강행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제는 귀를 닫고 있는 정부의 안하무인 하는 태도다. 대운하, 4대강, 미디어법 등 주요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이 여론조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밀어붙이고 있으니 국민들이 힘겨웁다. 지난해에 이어 또 정권퇴진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국정기조의 근본적인 전환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