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38도를 웃도는 베이징 날씨이다.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은 불 한증막을 연상케 한다. 얼굴은 따끈따끈 옷 위로 파고드는 열기는 온 몸에 수분을 다 뽑아가는 느낌이다. 호흡을 하면 뜨겁고 후끈한 공기가 콧구멍과 목을 타고 들어가 온 몸으로 퍼져 숨 귀기조차 버겁게 느껴진다. 한국에서 챙겨 온 밀짚모자를 푹 눌러 쓰고 길을 걷다 이 보다 더 뜨거운 나라, 인도며 스리랑카, 태국, 그리고 아프리카와 사막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기운을 낸다.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테니까.
중국 하고도 외국인들에게 모든 법 적용이 까다로운 북경에서 종교활동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식으로 땅을 마련하고 법당을 여법하게 불사할 생각은 아직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겨우 사람들이 주거하는 아파트 공간에 있는 법당에서 숨소리 죽이며 기도하고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 몇 년 전에 비하면 세월의 힘인지 많이 숨통이 트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긴장감은 늘 법당 주변을 맴돈다. 이런 해외 법당을 생각하면 한국 명산대찰에 깃든 사찰은 그야말로 환경으로 말하면 최고의 극락이다.
이런 더위 속에서 한 쪽 창이 막혀 맞바람도 없는 답답한 법당에 에어컨도 고장났다. 기계도 더위에 지친냥 찬바람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기도하던 불자들 몇 몇이 둘러 앉아 의논이 분분하다. 잠시 이 더위를 잊어보기 위해 무언가 색다른 시간을 가져 보자는 의견인데 그것이 바로 음악회를 가자는 결론이다. 열 명이상 표를 구입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신나한다. 그저 한국에 흔한 대중가수 한 사람인데 더 귀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대부분 외국생활 하는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대지를 뜨겁게 달구던 태양의 기세가 꺽일즈음 음악홀이 있는 장소로 이동 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줄이 늘어졌다. 저마다 모처럼의 음악회 외출인지라 부부 동반한 불자들도 눈에 띄고 도반들과 삼삼오오 함께 한 불자들도 보였다. 음악회 시작 시간이 훨씬 지나 관중들이 입장을 마치다 보니 예상 시간 삼십분을 넘기고 겨우 음악회는 시작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자와 제작진들 싸인이 맞지 않아 사회자의 오프닝 맨트가 끝나고 가수를 소개하는 박수를 거듭거듭 보내도 가수가 무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준비한 영상물도 나오지 않고 늦게 가수가 무대에 나타났다. 어설픈 조명과 째지는 듯한 음향에 찬란하게 빛나는 가수의 의상이 마치 삼류소설에서나 묘사될 것 같은 오래된 밤무대의 풍경 같다고나 할까. 그런 무대 풍경에 불만에 찬 가수의 인사에 이어 첫 곡이 시작되었다.
가수생활 삼십년을 기념하는 음악회라서인지 가수는 노래보다 말이 더 많았다. 그것도 모두 개인의 굴곡진 삶에 대한 푸념 같기도 했다. 아마도 사오십대의 대부분 청중들은 요란했던 기사와 메스컴을 통해 그녀의 삶의 편린들을 대부분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노래 두어 곡 이어지면 이야기는 더 길어지고 스쳐간 종교를 들먹이기도 하고 심령술사에 빠졌던 이야기며 점점 청중을 지루하게 만들더니 의상을 갈아입고 나와 멋진 무대를 선사하겠다는 멘트와 함께 일부는 그렇게 이상하게 끝이 났다. 슬슬 본전생각이 났다. 기대하라던 이부는 마치 신앙 간증 시간이었다. 유년시절 아버지 없이 자라 고독과 외로움에 몸서리쳤고, 사랑 받기 위해 종교와 사람의 편력을 거쳐 현재는 그럴 수 없이 행복하다는 그녀.
마치 청중들을 이웃종교 자선음악회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당당히 비싼 표를 구입해 음악회에 갔던 청중들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동안 수많은 음악회를 다녀 봤지만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지친 외국 생활에서 오래 나와 살아가는 한국인일지라도 이름만 들으면 아... 누구 하고 서로 아는 그 가수의 노래로 위안을 삼고자 했던 것은 그저 청중들의 꿈이었다. 남의 언어가 아닌 우리 한국인만이 아는 언어로 노랫말 사이의 그 여운까지도 서로 느낄 수 있는 모국어로 잠시나마 향수를 달래고자 했던 생각은 망상이었다. 본격적으로 가사를 쓰고 작곡을 한 계기가 어떤 빛 속에서 그 분의 말씀을 통해 작곡을 했다느니, 다른 나라 가요를 번한해서 부른 곡의 가사도 그분의 한없는 사랑을 담았단다. 전문성을 가지고 삼십년을 넘게 활동했던 가수로서 선을 한참 넘고 있어 청중들의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게 했다. 현지 교포들의 수준을 한참 무시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저 위쪽은 그 정치이념이 뭐뭐해서 악령이 지배를 한다느니, 현지에 살고 있는 사모님들 북경에 와서 사니 해외 산다는 핑계로 시댁에서 치루는 제사나 조경사는 안가도 되니 편하고, 한국과 두 시간 거리에 있으니 친정은 가까워서 좋겠단다. 중국 공항에 도착해서 보니 큰 용으로 된 장식들이 여기저기 널렸다며 우상을 용납해서는 안된다며 중국에 있는 그런 장식들을 없애는 것을 여러분들의 소명으로 삼으라며 자기 혼자 흥에 겨워 찬송가를 부르며 마무리를 한다. 어쩌면 좋을까.
참으로 개념없는 음악회에서 나는 생각한다. 잘 못 배운 신앙 저렇게 사람을 바닥까지 보이도록 천하게 만드는구나. 그리고 다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접근하기보다 먼저 자기 종교 중심으로 선을 긋고 자기들의 교리와 신앙형태가 아니면 다 쳐부수고 없애야 한다는 아주 위험한 생각을 가진 그네들의 미천한 생각을 어디까지 이해하며 바라봐야 할지 깊은 생각에 빠졌다. 베이징의 올 여름은 유난히 더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