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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자봉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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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하심장 2009년 08월 330호
드디어 끝 햇볕은 뜨겁고, 속은 타오르는 여름!!
올해는 휴가를 어떻게 보내지? 어디로 갈까?
수박이나 쪼개먹으며 소파에 앉아서 리모콘 잡고 채널 돌리며 집에서 쉴까?
이참에 구석에 처박어 둔 책들도 좀 읽어가면서 말이지.

휴대폰이 뜨겁게 진동을 한다. 어? 번호가........아~ 웬지............. 밧데리가 닳아질 때쯤 냅다 전화를 받았다.
예감이 적중했다.
“안녕하세요? 스님~^^;;~!”
“하심장이여?”
“네~스님~”
“여름수련회자원봉사 수고 좀 해줘요~”
“스님, 저, 자원봉사 많이 했는데요?”
“자원봉사하면서 공덕을 쌓아야 해요.”
“스님, 저는 공덕을 많이 쌓았습니다.”
“공덕은 끝이 없는 것이여. 공덕의 바다라고 했어요.”
“네... 스님... 자원봉사 진지하게 생각해보겠습니다.”
여태껏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바다가 다~인줄 알았지 공덕의 바다가 따로 있는지 몰랐다.
아무래도 갈매기 날고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동해바다가 아닌 저 공덕의 바다에 왠지 모르게 푹~ 빠지고 와야만 할 것 같았다.

2006년 여름수련회 참가 후 해인사에 행사가 있을 때 마다 뛰어다닌 자칭, 열혈자봉^^이다. 7월에 접어들어 휴가날짜를 잡아야 하는 고민에 빠져 있을 때쯤 걸려온 뜨거운 전화에 또, 해인사로 생각을 돌린다. 어찌 거절할 수 있으랴~ 나, 열혈 자봉이지 않느냐~ 살아있는 심장, 행동하는 자봉, 그것이 내가 아닌가?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다. 이제 시기롤 놓고 결정할 일이다. 그래~ 시원하게 보낼려면 이왕 들어가는 거 비바람이 몰아치고 폭풍우가 날릴 때 가서 시원하게 보내고 와야지.......... ^.^
남들이 의아해 한다. 나도 나를 알 수가 없다. ㅎㅎㅎ
퇴근하고 바로 가려고 전날 저녁 짐보따리를 한가득 샀다.
다음날 무겁게 가방을 들고 지하철에서 보따리 장사하는 사람마냥 커다란 가방을 가지고 지하철을 오르내리고 버스환승하며 출근했으니 나름 모양새가 딱, 장사꾼이거나 집을 나온 사람임에 분명하다. 출근길 빽빽한 지하철에 큰가방을 가슴에 끌어안고, 버스에선 한쪽 어깨에 들쳐매고 땀 삐질삐질 흘리며 출근했다.
나의 자봉인생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일처리는 깔끔하게 마무리 해놓으니, 울 차장님이 멋지게 나를 서부정류장으로 모셔다 준다. 감 ․ 사 ․ 합 ․ 니 ․ 다. 이, 공덕을 해인사에서 다 갚고 오겠습니다.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해인사에 도착했다.
날은 어둑어둑하고 비개인 도량의 신선한 맑음이 나의 심장을 자극한다. 아~ 좋다. 숨을 깊게 들여마셨다가 내쉬었다가를 반복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거 또, 해인사에 완전 빠져드는구만~”
흠~ 향긋한 풀냄새, 시원한 물소리.. 비온 다음 홍류동 계곡의 힘찬 물살은 복잡한 내 머리 속을 정화시킨다.

나를 초청해준 포교국장스님은 어데 가시고, 자봉님들이 한창 108염주를 준비 중이시다. 수련생들을 위해 열심히 실끝을 불에 다듬고 또, 다듬으신다. 우리의 자봉단장님 청정행보살님, 자봉의 카리스마 서경보살님, 작년에 빨래자봉하다가 S라인이 되셨다는 대각심보살님, 노년의 향기를 해인사에서 뿜어내시는 전법심보살님, 찍새 여진보살님, 다들 각자신의 소임에 한창 열중이시다.

도착한날 늦은 밤 자음보살님이 푸짐하게 피자를 한판 사들고 오셨다. 사실 고거 때문에 잠도 못자고 기다리고 있
었다. 배부르게 먹으며 수다떨고 나니 새벽예불이 겨우 3시간 남았다. 빨리 눈감자. 어머나~ 눈 뜨고 나니 다들
사라졌다. 에이~ 부지런한 자봉들!!

열혈자봉으로 왔지만 아직 정확한 소임이 없어 이리저리 눈치만 살피고, 어슬렁 거린다.
그러다 또 하나 생각난다.
“홍×암, 다녀올께요..
“××각에 기도하러?
작년 이맘때쯤 ○○스님께서 기도발이 끝내주는 장소가 있다고 해서 이따금 고독을 씹고자 할 때 정말 가끔씩 가곤한다. 쥐도 새도 모르게 가려다가 ○○○보살님께 딱 걸렸다. 나, 그거라도 해야 절밥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108배 대참회문으로 참회의 기도를 올렸다. 3백배!! 저녁공양시간이 되기전에 또, ××각에 또, 찾아갔다. 또, 3백배...!! 이젠 부처님이 웃어주시겠지? 부지런한 자봉들 틈에 잘 묻혀가고 있는 나!


해인사암자순례 사진자봉 임무가 왔다. 나도 가보지 못한 암자들에 대한 호기심에, 챙겨 온 디카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습의사스님과 수련생들을 쫒아 다니며 아마추어 사진자봉으로 열심히 뛰었다. 수련생들의 미소를 찍기 위해 살인미소를 유도하려했으나 가슴에 달린 묵언명찰덕분에 애 먹었다. ^^;;

새벽예불이 끝나고 성철스님 사리탑에서 참선수행 프로그램이 잡혔다. 열혈자봉! 신나게 청소도구를 받아 들고 장마철 물기가 가득한 사리탑주변을 뱅뱅 돌며 물웅덩이 가득 고인 물기를 닦고, 또, 닦으며 기념사진도 멋지게 촬칵~^^
새벽의 어둠이 사라지고 날이 훤해지면서 일렬로 길게 늘어진 줄이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하고,. 드디어 수련생들이 사리탑주변을 빙 둘러싸고 널따란 좌복을 펼친다. 열혈자봉도 그 틈에 껴서 새벽 찬공기에 움츠린 졸음과 매서운듯한 죽비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호흡을 고르며 참선을 한다. 아~고~ 춥다, 추워~ 가디건에 슬쩍 손이 간다.

4박5일간의 수련일정이 끝나고, 쏟아지는 빨래거리들...드디어 열혈자봉이 빛을 발할때가 왔다. 남는게 힘!
장마철이라 언제 비가 쏟아질지도 모를 일이다. 빨랫거리들을 한가득 가슴에 품어안고 봉지가 터지기 일보직전 상태로 빠른 걸음으로 옮기고, 또, 옮기고. 이놈에 성질은 급한데, 하늘가득 낀 구름을 보니 더 급해진다.

“얼른얼른 하자구요..”

작년이맘때 빨래자봉이 생각난다. 해인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울트라캡숑 세탁기에 잠자고 있던 해인사 이불을 모조리 빨아서 해인사 도량을 초록빛깔로 물들였다는 지금은 전설로 남겨져 아름다운 얘기로 구전으로 떠돌고 있는데 그때를 떠올리니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누가 열혈자봉 아니랄까봐 아직도 피가 들끓는다. 이 힘의 원천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앗, 비가 내린다. 전력질주~!! 순식간에 빨래가 걷어진다.
시간이 지나니 비가 다음 일정을 알리듯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리고 또, 내린다.

내 여름휴가는 무한한 공덕의 바다에서 시원하게 잘 보냈다. 해인사를 사랑하는 이 싱싱한 힘의 원천은 어디일까? 자봉 후 저절로 차오르는 가슴 벅참은 무엇일까? 자봉한다고 하면 공덕을 쌓는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내가 얻어온 것이 훨씬 많다. 이것을 회향하려면 나의 자봉이야기는 여기서 마침표가 아니다. 잠시 쉬는 쉼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