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역사가 있어야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음으로 해서 미래가 있다. 현재의 유물을 보면 과거 선조들의 모습이 보이고 미래 후손들이 그 시대의 유물을 보면 현재 우리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그림 수다라전, 법보전 뒷면창살
그림 수다라전, 법보전 뒷면창살
이런 장경판전 건물은 경판을 보호하고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고, 최적의 환기와 온도로 경판의 변형과 부식을 방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경판전은 이러한 기능에 맞추어 크게 두가지 과학적 사실이 숨어 있다. 우선 수다라장전과 법보전의 정면 살창을 위 살창은 작게 하고 아래 살창을 크게 하였고, 뒷면 살창은 아래가 작고 위가 크게 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큰 창을 통해 건조한 공기가 건물 내부로 흘러 들어오게 함과 동시에, 그 공기가 될 수 있으면 건물 내부에 골고루 분포되게 한 후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기 위함이다. 즉, 공기의 이동은 판전 건물 뒷면의 살창으로 들어와 판전 속에 머물다가 앞으로 나가기 마련인데, 판전으로 공기가 들어갈 때 습한 공기는 아래에 처져 있으므로 위 창보다 아래 창을 약간 작게 하여 습한 공기가 적게 들어가게 설계했다. 또한 판전 속에 들어간 공기는 경판이 가지고 있는 수분을 빼앗아 들어올 때보다 무거워지고 아래로 처진다. 이런 습한 공기는 앞면 살창을 통해 빨리 빠져나가 버릴 수 있도록 앞면 아래 창은 위창보다 4배 이상 크게 만들었다. 반면에 건조하여 위로 올라간 공기는 오랫동안 판전 안에 머무를 수 있게 판전 앞면 위 창은 아주 작게 했다.
두번째는 장경판전의 바닥이다. 바닥은 자갈, 모래, 숯을 넣어 다졌다. 이렇게 하면 땅으로부터 올라오는 수분의 양을 적당하게 조절하고 추울 때 땅 표면에 서릿발이 생기는 현상도 막을 수 있다.
숯을 섞어 넣은 것은 숯이 다공성多孔性재료로서 습도조절과 방부․ 방충 역할이 탁월하기 때문이므로 땅에서 올라오는 습도조절의 역할은 물론 벌레나 균의 생활 근거를 없애주는 역할을 하는 재료이고, 흙으로 바닥을 한 이유는 나무 마루바닥으로 만들었을 때 땅에서 올라오는 수분의 효과적인 차단이 어렵고 또 나무 바닥은 수시로 교체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함이다.
이렇듯 장경판전은 지금 어느 누가보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문화재이고,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한 보존과학 소산물이다. 과거 우리 선조가 장경판전을 지음으로 인해서 7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도 잘 보존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