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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과학의 소산물 - 장경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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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성보 - 이은주 2009년 08월 330호
장경판전 과거의 역사가 있어야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음으로 해서 미래가 있다. 현재의 유물을 보면 과거 선조들의 모습이 보이고 미래 후손들이 그 시대의 유물을 보면 현재 우리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처음 해인사에 왔을 때는 눈이 오는 추운 겨울이었다. 해인사를 둘러보던 중 가장 기대되고 가고 싶었던 곳이 바로 ‘장경판전’이었다. 장경판전은 대적광전을 뒤로 돌아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이라고 쓰인 현판이 걸려 있고, 다음 칸에는 ‘보안당普眼堂’ 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보안당普眼堂’은 장경판전의 옛 명칭이다. 이 문을 통하여 들어가면 수다라장전修多羅藏殿, 법보전法寶殿, 동사간판전東史刊板殿, 서사간판전西史刊板殿이 중정을 중심으로 장방형의 \'ㅁ자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이 판전을 볼 때 마다 정성스럽게 새긴 경판을 영겁의 세월동안 소중히 보관하려는 장인들의 숨은 노고를 엿볼 수 있고, 또 얼마나 고심을 하며 만들었을지에 대한 생각에 마음이 경건해 진다.

그림 수다라전, 법보전 뒷면창살

그림 수다라전, 법보전 뒷면창살
이런 장경판전 건물은 경판을 보호하고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고, 최적의 환기와 온도로 경판의 변형과 부식을 방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경판전은 이러한 기능에 맞추어 크게 두가지 과학적 사실이 숨어 있다. 우선 수다라장전과 법보전의 정면 살창을 위 살창은 작게 하고 아래 살창을 크게 하였고, 뒷면 살창은 아래가 작고 위가 크게 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큰 창을 통해 건조한 공기가 건물 내부로 흘러 들어오게 함과 동시에, 그 공기가 될 수 있으면 건물 내부에 골고루 분포되게 한 후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기 위함이다. 즉, 공기의 이동은 판전 건물 뒷면의 살창으로 들어와 판전 속에 머물다가 앞으로 나가기 마련인데, 판전으로 공기가 들어갈 때 습한 공기는 아래에 처져 있으므로 위 창보다 아래 창을 약간 작게 하여 습한 공기가 적게 들어가게 설계했다. 또한 판전 속에 들어간 공기는 경판이 가지고 있는 수분을 빼앗아 들어올 때보다 무거워지고 아래로 처진다. 이런 습한 공기는 앞면 살창을 통해 빨리 빠져나가 버릴 수 있도록 앞면 아래 창은 위창보다 4배 이상 크게 만들었다. 반면에 건조하여 위로 올라간 공기는 오랫동안 판전 안에 머무를 수 있게 판전 앞면 위 창은 아주 작게 했다.
두번째는 장경판전의 바닥이다. 바닥은 자갈, 모래, 숯을 넣어 다졌다. 이렇게 하면 땅으로부터 올라오는 수분의 양을 적당하게 조절하고 추울 때 땅 표면에 서릿발이 생기는 현상도 막을 수 있다.
숯을 섞어 넣은 것은 숯이 다공성多孔性재료로서 습도조절과 방부․ 방충 역할이 탁월하기 때문이므로 땅에서 올라오는 습도조절의 역할은 물론 벌레나 균의 생활 근거를 없애주는 역할을 하는 재료이고, 흙으로 바닥을 한 이유는 나무 마루바닥으로 만들었을 때 땅에서 올라오는 수분의 효과적인 차단이 어렵고 또 나무 바닥은 수시로 교체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함이다.
이렇듯 장경판전은 지금 어느 누가보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문화재이고,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한 보존과학 소산물이다. 과거 우리 선조가 장경판전을 지음으로 인해서 7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도 잘 보존하여야 할 것이다.